[미디어스=박대형 기자] 최근 5년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라와 언론에 보도된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검찰개혁 및 관련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내부망에 올라온 의견은 거의 실시간으로 기사화돼 검찰 관련 여론을 주도해 왔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지난 5년간 언론에 보도된 검찰 내부망 실명 게시글 372건을 확인한 결과, 지난 2020년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나 2022년 '검수완박' 수사권 조정 시기에 크게 증가했고 올해도 65건에 달했다. 그 중 절반은 검찰개혁과 관련된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검찰 (연합뉴스)
검찰 (연합뉴스)

29일 M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이를 우려하는 검찰 내부망 글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반면 비슷한 시기 검수완박 법안을 비판하는 글은 무려 80건이 올라왔다. 이들의 의견은 일부 야권 정치인들의 입을 빌려 확대 재생산됐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과정에는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하다"는 현직 검사장 글이 올라왔고, 어느 현직 부장검사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공감하는 국민이 40% 이상"이라고 힘을 실었다. 지난해 검찰이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김건희 씨 '황제 출장조사'를 나갔을 때는 내부 자성이 아닌 검사 탄핵을 비판하는 게시글 16건이 검찰 내부망에 올라왔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당시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에 착수하자 검찰 내부망에는 '야만적 사태다', '나도 탄핵하라' 등 비판 게시글이 쏟아졌다. 며칠 사이 '특수통 검사'인 송경호 당시 부산고등검찰청장 등 10명의 실명 게시글이 올라왔고 이는 어김없이 언론에 보도됐다.

9월 29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9월 29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가장 많이 인용된 검사에 '친윤' 사단으로 분류되는 정희도 전 검사장(16회)과 강백신 대구고등검찰청 검사(13회) 등이 이름을 올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강 검사는 29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2025년 9월 26일은 검찰청 폐지가 아닌 헌법 폐지의 날"이라며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검찰총장·검사라는 헌법상 명시적으로 규정된 단어의 문언적 의미에 반하고 대통령의 검찰총장에 대한 임명권을 박탈하는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강 검사의 글은 하루 만에 조선일보·세계일보 등 10개 가까운 매체에서 보도했다.

검찰 내부망 게시글은 검찰이 언론에 건네주지 않으면 보도가 불가능하다. 이 같은 행태는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해당하며 법무부도 '실명으로 이프로스 글을 공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MBC는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여부 등을 판단하는 '이프로스 관리위원회'는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며 "같은 기간 허위보도라거나 오보라는 이유로 검찰로부터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이 접수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해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6년 9월 시행되며 이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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