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대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과 합의한 3대 특검법 수정안을 파기했다. 당내 강경파와 강성 지지층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정청래 대표는 다음 날 "지도부 뜻과 다르다"고 했고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런 협상을 나 혼자 하느냐"고 맞받았다. 여야 합의가 파기됨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설치 등 정부조직법 개편은 한참 늦어질 전망이다.

김 원내대표는 10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특검법 수정안에 합의했다. 민주당은 특검 수사기간을 늘리지 않고 인력 증원을 제한하는 대신 금감위 설치법 협조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지지층의 반발이 심상치 않자 정 대표는 11일 "나도 당황했다"면서 재협상을 지시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그동안 당 지도부·법사위·특위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다"며 "공개 사과하라"고 격분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당원·국민·의원들에게 사과드린다"며 수습에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수사기간이 문제라는데 특검법 원안과 여야 수정안의 수사기간 차이는 고작 15일"이라며 "특검 수사기간 15일 추가 연장 때문에 정부조직법 합의까지 깨지는 게 맞느냐"고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 입장에선 수사기간 15일 연장 때문에 정부조직법 개편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여권에선 정 대표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며 지나치게 '자기 정치'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은 11일 YTN 라디오 <김준우의 뉴스정면승부>에서 "김 원내대표는 협치 내지는 정부조직법 통과를 염두에 두고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명심'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사설 <검찰·언론개혁 '세밀한 입법' 강조한 이 대통령 회견>에서 "대통령실과 여당도 밀접히 소통하며 불필요한 잡음이나 흔들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 점에서 특검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두고 대표·원내대표가 이견을 노출한 여당 내 혼선은 유감스럽다"며 "안 그래도 내란 청산에 미온적인 국민의힘에 공세 빌미를 주고 개혁 신뢰와 동력도 훼손할 수 있는 중대한 실책"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 <이재명 정부 100일, 당·정·대 혼선 줄이고 성과 집중해야>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신설 문제와 검찰청 폐지 이후 보완수사권 부여 문제를 두고도 여당 내 이견은 물론 당·정부·대통령실 온도 차가 드러난 바 있다"며 "당·정·대는 내부 소통부터 강화해, 논쟁이 갈등처럼 노출되는 일을 최소화하고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가는 데 힘을 모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밤사이 특검법 합의 일방 파기, 선 넘은 여당 무책임>에서 "집권여당의 무책임이 선을 넘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여야 원내대표가 함께 발표하면서 협치 첫발을 내딛는 듯했다. 하지만 밤사이 강성 당원과 의원들이 '내란당과 어떻게 합의하느냐'며 불만과 원성을 쏟아내자 당 지도부는 재협상을 지시했다"며 "야당도 아닌 집권여당이 이런 식으로 합의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면 앞으로 국회가 대체 뭘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조선일보는 12일 사설 <與野 합의 파기도 결국 '개딸' 반발 때문인가>에서 "여야 합의가 파기되는 과정은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여당 원내대표가 이런 중대한 문제를 야당과 협상할 때는 당대표는 물론 대통령실과 조율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이 검찰청 폐지에 '졸속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직후 민주당은 반대로 폐지 시한을 못 박았고,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 '야당 목소리를 많이 듣겠다'고 한 다음 날, 민주당 대표는 야당 해산을 언급했다"며 "야당에선 '정청래 대표가 여의도 대통령이냐'는 말까지 나왔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특검법 합의 밤사이 뒤집은 與… 信義 팽개친 '콩가루' 지도부>에서 "하룻밤 사이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도부 뜻과 다르다며 제동을 걸었다"며 "정 대표가 뒤늦게 사과했지만 집권 여당이 야당과 핵심 쟁점을 협상하면서 지도부 간 소통이 없었다는 설명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여권의 이런 불협화음은 강성 지지층이 합의에 극렬히 반발하고 여기에 당내 강경파들이 대거 가세한 것과 무관치 않다"며 "여당이 이들의 입김에 휘둘린 채 여야 합의마저 팽개치며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짚었다.
세계일보는 사설 <강경파에 휘둘려 원내대표 합의 하루 만에 파기한 與>에서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여야 원내대표 간에 합의가 성사된 뒤 돌연 태도를 바꿔 '협상안은 제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검법 개정안은 핵심 중 핵심이 기간 연장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으나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라며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이 빠진 개정안에 여권 내 강경파가 거세게 반발하자 정 대표가 뒤늦게 꼬리를 내리고 원내 지도부 측에 책임을 떠민 것 아닌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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