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해 언론이 성향을 불문하고 '왜 하필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부터 항소 자제가 적용되느냐'고 비판했다. 법원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 당시에도 '왜 하필 윤석열 대통령부터'라는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사건 1심 판결 항소 시한인 지난 7일 자정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1심 판결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등 5인은 징역 4~8년을 선고 받았다.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항소를 제기했기 때문에 2심 재판은 열린다. 하지만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형량을 높일 수는 없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8일 항소 포기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사들의 비판 글이 게재됐다. 대장동 사건 공판팀을 담당했던 대구고검 검사는 지난 7일 "대검 내부적으로 항소할 사안으로 판단했으나 법무부 장·차관이 반대했고, 중앙지검 수뇌부가 대검을 설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썼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지난 8일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고 했고, 천영환 울산지검 검사는 "수사 검사와 공판 검사의 항소 제기 만장일치 결정에 법무부와 대검이 반대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했다. 법무부는 항소 여부에 대한 구체적 지시를 내린 적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항소 자제'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무리한 수사 논란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고려한 조치"라며 "국민 앞에 최소한의 양심을 지킨 결정"이라고 했다. 검사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재판에서 패하자 반성은커녕 항명으로 맞서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본질은 한 줌도 되지 않는 친윤 검찰, 정치 검찰들의 만행"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장동·대북송금 검찰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10일 경향신문은 사설 <대장동 항소 포기한 검찰, 그걸 침소봉대하는 친검세력들>에서 "현 정부 들어 법무부는 검찰의 '묻지마 항소' 관행을 개혁한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검찰개혁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매지 않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도 관련 재판이 계류된 사건에 이를 처음 적용하는 것이 온당한가. 아무런 실익도 없이 왜 굳이 항소를 포기해 논란거리를 만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검사들의 비판글에 대해 "그런 결기라면 검찰이 범죄 혐의가 명백한 김건희 씨를 대놓고 봐주었을 때,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항고를 포기했을 때 연판장이라도 돌리며 들고일어나야 했던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경향신문은 "더구나 윤석열 사단의 대표적인 검사로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언론사들을 수사한 강백신 검사가 검찰독립의 투사라도 된 듯 비분강개하는 모습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날 한겨레 정환봉 법조팀장은 칼럼 <대장동 항소 포기가 개혁의 미래인가? >에서 민주당의 '항소 자제' 주장에 대해 "일리가 있는 말"이라면서도 "이 같은 항변은 왜 하필 이재명 대통령과 밀접히 연관된 대장동 사건에서 이례적으로 그런 기준이 적용됐는지에 대한 대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같은 방식으로 답하자면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부장판사, 심우정 전 검찰총장도 다 할 말이 있다"며 "모두 일리는 있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거센 비판을 받은 이유는 왜 이례적인 모든 결정이 ‘윤석열에게 유리하게, 이재명에게 불리하게’ 이뤄졌냐는 상식적인 물음에 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정 팀장은 "공정한 것만큼 중요한 것은 공정해 보이는 것이다. 공정해 보이지 않으면 불신이 생긴다"며 "이젠 여권이 주장하는 검찰·사법개혁에 대해서도 의심의 시선을 거두기 어려워졌다.(중략)법무부를 비롯한 책임자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의심은 개혁 자체를 삼킬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상식 밖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외압 전모 밝혀야>에서 민주당의 '항소 자제' 주장에 대해 "말장난에 가깝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단순한 사기 사건도 사실관계 다툼이 있으면 항소가 기본이다.(중략)무엇보다 현재 심리가 중단된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재판과도 연관된 만큼 항소를 통해 한 번 더 사실관계를 다퉈보는 게 상식 아닌가"라며 "누가 왜 항소를 막았는지, 윗선은 어디인지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전모를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흐지부지 넘긴다면, 검찰 개혁의 동력마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정치 검찰’ 자임한 檢 수뇌부… 법무부도 해명해야>에서 "대장동 사건은 이 대통령의 연루 의혹이 제기됐던 사안이어서 검찰이 어떤 결정을 하든 정치적 해석을 피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종합적 고려가 아니라 일반적 절차와 원칙에 따라 판단했어야 한다"며 "이례적인 항소 포기 결정은 정권 입김에 따라 검찰의 행태가 반복된다는 국민의 불신을 확인해준 셈이 됐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항소 포기 아닌 자제”… 하필 ‘대장동 사건’부터인가>에서 "검찰의 기계적 항소로 인한 폐해가 꾸준히 지적돼 온 만큼 항소 자제는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그런 취지로 두 달 전 국무회의에서 항소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며 "하지만 그 첫 사례가 왜 하필 대장동 사건인가"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대통령도 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다가 취임 후 재판 절차가 중단된 상태여서, 여야가 치열하게 공방을 벌여 왔다"며 "이렇게 예민한 사건을 처리하는데 통상의 항소 관례와 원칙에서 벗어나면 두고두고 논란의 불씨가 될 수밖에 없다. 이해하기도 납득하기도 어려운 결정"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檢 항소 포기, 대장동 일당과 李 대통령에 노골적 사법 특혜 아닌가>에서 "1심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구체적인 관여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 실무를 담당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 대해 '수뇌부 결정의 중간 관리자 역할이었다'고 했다"며 "앞으로 관심은 이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대장동 일당의 증언에 쏠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어떤 방식으로든 법무부 관여는 사실인 듯하다.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통해서만 관여해야 한다"며 "이 외의 관여는 직권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비리를 단죄해야 할 검찰이 비리 가담자들에게 이익을 주는 결정을 한 배경을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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