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두 달 만에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대통령실은 '국민통합' 의미를 강조했지만 정치인들이 대거 포함돼 사면권 논란이 되풀이됐다. 대다수 주요 언론이 공정성에 의문을 던지는 가운데 한겨레는 검찰개혁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사설을 썼다.
이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83만 6687명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안을 심의·의결했다. 사면·복권 대상에 조국 전 혁신당 대표와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 윤미향 전 민주당 의원, 윤건영 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 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야권 인사로 홍문종 전 자유한국당 의원, 정찬민 전 국민의힘 의원, 허영제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포함됐다. 경제인 중에서는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 장충기·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등이 사면·복권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의 핵심 기조는 불법적인 비상계엄으로 높아진 사회적 긴장을 낮추고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민생회복"이라고 했다. 정치인 사면과 관련해서는 "격심했던 분열과 갈등을 넘어 대화와 화해, 대통합의 정치로 나아가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했다.
12일 한겨레는 기사 <이 대통령 ‘논란 큰 정치인들’ 사면 왜?…범여권 결속 포석>에서 이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정치적 포석을 두었다는 여권의 분석을 전했다. 전례에 비춰보면 대통령의 사면은 지지율 반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대통령의 경우 집권 초 안정적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고 대형 악재가 발생하지도 않았다. 이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한 배경에 조국 전 대표 사면을 통한 정치적 노림수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겨레는 "사면·복권된 여러 정치인 가운데 이 대통령의 의중이 확실히 반영된 이는 조 전 대표 한 사람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과 가까운 한 여당 의원은 한겨레에 "이번에 사면권을 행사하면,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배려를 받은 만큼 혁신당과 시민사회 등 범여권의 원심력이 향후 작동하기 어렵고, 여당과 각을 세우기도 곤란해질 것"이라며 "지방선거에서의 선거연합 등을 고려할 때, 조 전 대표의 사면은 정치적 교환가치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겨레는 사설 <조국 사면, ‘공정’ 되새기며 검찰개혁 동력 삼아야>에서 검찰의 조 전 대표 수사에 대해 "목표를 정해두고 벌인 전형적인 검찰의 전방위 수사"라며 "검찰개혁을 막으려는 윤석열 검찰의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일가족을 파멸시키다시피 한 수사를 두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과하다'고 했다"며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이 12석을 얻으며 선전한 데에는 이런 검찰의 과도한 표적·과잉 수사에 대한 심판 여론도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조 전 대표 사면·복권은 이처럼 검찰권의 오남용을 바로잡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에서 확정된 조국 전 대표의 입시 비리 혐의는 딸·아들 입시를 위해 거짓 인턴확인서와 체험활동확인서를 제출해 대학의 입학 업무를 방해하고, 아들의 온라인 시험을 함께 치러 대학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한겨레는 비판여론에 대해 "부모의 지위와 인맥을 통한 허위 인턴 경력과 표창장 등 ‘공정’ 이슈로 국민들의 의견이 나뉘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조 전 대표는 이제 공직선거에도 출마할 수 있게 됐지만, 앞으로도 이런 점을 겸허히 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날 경향신문은 사설 <조국·윤미향 사면, 정치인 특사 기준·절차 세워야>에서 "조 전 대표 사면은 새 정부 출범 후 법학 교수·종교계·시민단체 등에서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윤석열 검찰의 먼지털기식 표적수사로 일가가 도륙되다시피 한 검찰권 남용 사례라는 이유"라며 "하지만 입시 공정성을 흔든 조 전 대표 사면이 우리 사회 공정과 책임의 가치를 무너트려 사회 통합을 저해할 것이란 반론도 크다. 집권 후 처음 단행된 정치인 사면에서 보은·특권 시비가 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 대통령은 조 전 대표 등의 사면·복권이 사회 통합과 국가를 위해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조 전 대표도 사면을 면죄부로 여길 게 아니라 ‘근언신행’의 자세로 자중해야 한다"며 "나아가 정치인 사면이 더 이상 논쟁 대상이 되지 않도록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 (중략)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지나치게 넓고 자의적이 될 우려가 늘 존재한다"고 짚었다.
한국일보는 사설 <국민통합은커녕 분열 갈등 촉발한 이 대통령 첫 사면>에서 이 대통령이 조국 전 대표 입시비리 가담자를 '패키지'로 사면·복권했다며 "취임 두 달여 만에 벌써부터 여론 경청과 권한 절제에 무뎌진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형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조 전 대표와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이들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한 최강욱 전 의원, 딸에게 불법 장학금을 지급한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 원장 등이 포함됐다"며 "사면권 남용이거니와, 새 정부에 진정한 통합과 실용을 기대한 국민 바람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을 횡령한 윤 전 의원을 포함시킨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도 반성하지 않았고, 법원의 후원금 반환 권고도 무시했다"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윤건영 민주당 의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친문계 인사들도 줄줄이 포함됐다. '여권 통합'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정치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특권적 사면으로 국민에게 박탈감을 줬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우리 편’ 사면의 악순환… 반대 진영도 납득할 기준 세워야>에서 "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무더기 사면·복권이 사법부 판결의 독립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인지 의문"이라며 "여권에선 이 대통령이 범여권 인사들의 사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여권 내 균열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사회 전체의 통합을 지향해야 할 사면이 지지층만 바라본 결과물이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 ‘조국의 강’에 다시 빠진 여권>에서 "조국 사태 당시 검찰의 수사 범위가 과도했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자녀의 입시 비리 혐의는 대부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났다.(중략)그는 서울대 교수로서 공정을 부르짖었지만, 고위 공직자로선 위선과 내로남불 논란을 일으켰다"며 "당시 그와 단절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을 놓고 ‘조국의 강’ ‘조국의 늪’에 빠졌다는 표현이 회자하기도 했다. 이 불씨가 다시 점화될 수도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실제로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진보 진영 내에서도 조 전 대표 사면을 비판한다"며 권영국 정의당 대표의 입장을 전했다. 권 대표는 "입시의 공정성과 관련된 문제인데 일련의 사태에 대한 사과나 인정이 없었다”며 “공정과 책임이라는 우리 사회 최후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사회 통합을 오히려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위안부 횡령에 기사 폭행까지, 막무가내 사면>에서 "역대 대통령들의 첫 사면 대상은 주로 민생 사범이었다"며 "하지만 이 대통령은 취임 두 달 만에 정치인들을 대거 사면하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람들을 포함시켰다"고 날을 세웠다. 조선일보는 "조 전 장관 부부가 저지른 입시 비리는 학력 경쟁이 심한 우리 사회에선 대표적인 불공정이자 불의로 인식된다. 더구나 조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고 사과한 적도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더 심각한 것은 윤미향 전 의원이다. 윤 전 의원은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며 "이런 윤 전 의원이 다른 날도 아닌 광복절 사면 대상이 됐다는 것은 무슨 부조리극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뇌물수수 은수미 전 시장, 택시기사 폭행 이용구 전 차관 등을 거론하며 "대통령 사면권은 법 집행을 무력하게 만든다.(중략)이번 사면은 매우 부적절했고 지나쳤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이 이번 사면을 거들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뇌물·횡령·배임 등으로 유죄가 확정된 야당 정치인 사면을 요청했고 그대로 반영됐다"며 "그 의미 없는 명단을 보면 혀를 차게 된다. 야당 대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민원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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