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 후속입법 논의를 두고 충돌을 빚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정부가 만드는 후속 법안에 당은 관여하지 말라 말했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당도 참여해야겠다고 말하면서 신경전이 펼쳐졌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과 정 대표 측은 검찰개혁과 관련해 당정 간 이견은 없다며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 중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4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국회 당대표실에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접견하며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4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국회 당대표실에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접견하며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중앙일보는 <"당 관여말라, 누구 뜻인지 알겠나"...우상호, 정청래 막아섰다>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에서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에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 전언을 근거로 우 수석과 정 대표 간 대화를 재구성했다. 

중앙일보는 우 수석과 정 대표의 이견은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을 두고 도드라졌다고 전했다. 당초 당·정은 당·정·대통령실이 모두 참여하는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에서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는데, 우 수석이 당을 제외한 정부 차원의 검찰개혁 추진 기구를 주장하면서 논쟁이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우 수석이 "검찰개혁 관련 후속 입법안을 마련하려는 정부 기구에 여당이 들어오는 것은 관례상 모양이 맞지 않다"고 말하자 정 대표가 "원래 사전 협의 때 당도 참여하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맞받았다. 우 수석은 "아니 의원 입법이 아니라 정부 입법 형태로 발의가 되는 건데 거기 당이 왜 관여하느냐"고 말했고, 정 대표는 "아니다. 사전 협의했던 초안대로 당도 후속 정부 법안을 만드는 데 참여해야겠다"고 했다. 

실랑이는 한동안 계속됐고 결국 우 수석은 "아니 내가 정치를 해도 막말로 여기 있는 사람들보다 더 오래 했고 내 스타일을 잘 알지 않느냐"며 "내가 지금 대통령 이름 팔아서 내 주장을 하러 여기 앉아 있나"라고 발끈했다. 우 수석은 "나 그런 사람 아니다"라며 "당이 참여하지 말라는 게 누구 뜻인지 좀 아시겠나"라고 했다. 당이 정부 기구에 관여하지 말라는 게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란 얘기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상황을 정리했다. 김 총리는 "당초 당·정이 사전에 당도 참여하는 형태의 기구를 만드는 거로 논의를 했더라도 그것은 초안이었을 뿐"이라며 "지금 이렇게 의견들이 다르니깐 일단 총리실 산하TF엔 대통령실과 정부만 참여하는 것으로 하고, (실제 국회 입법 과정에서)당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는 것으로 하자"고 했다. TF에 참가하는 외부 인사를 민주당에서 일부 추천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았다고 한다. 

그 결과 지난 7일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고위당정협의회 브리핑에서 "보다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하고 이후 당정대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여당이 확정한 검찰개혁 정부조직 개편안은 검찰청 폐지, 공소청 신설,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등을 통한 수사·기소 분리안이다. 해당 개편안은 정 대표가 당원들에게 약속한 대로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 정부 일각에서 행안부 내 수사기관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으나 민주당 뜻대로 안이 확정됐다. 향후 당·정은 보완수사권, 전건송치 등과 관련한 검찰개혁 각론을 논의하게 된다. 

여권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총론 입법에선 강경파들의 뜻대로 중수청을 법무부가 아닌 행안부로 두는 양보를 했다면, 이제는 수사기관이 부작용 없이 작동될 수 있도록 문제점을 보완하고 권한을 조정하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며 "검찰개혁추진단에서 당을 배제한 것은 후속 입법 과정에서 정부가 키를 쥐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총론만 먼저 띡 처리할 게 아니라, 후속 법안이 완비될 때까지 신중하게 논의를 이어갔다면 더 모양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실에서 당에 대해 불만이 있다는 것은 저도 조금 전해들었다.(중략)대통령의 의중이 어디 있었던 것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정성호 법무부 쪽에 조금 더 있었다"며 "은근하게 시그널을 냈는데 못 알아먹는 것인지 못 알아먹는 척을 한 것인지 지지자도 당도 '내 갈 길 가겠다' 하니까 우 수석이 화까지 내는 상황이 온 것이다. 중앙일보 기사가 당 쪽에서 나왔겠나, 대통령실 쪽에서 나왔겠나"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대통령이 내일모레 100일 기자회견을 한다. 지금은 이재명의 시간"이라며 "어떤 정권을 봐도 대통령 된 지 세 달밖에 안 됐으면 대통령의 시간인데, 이례적으로 당 대표가 주목을 받는 상황이니까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김 평론가는 "특히 중수청을 행안부냐 법무부에 두느냐는 부처 간의 어떤 알력다툼이라고 봤다면, 보완수사권 등은 (민생과)굉장히 밀접한 것인데 당이 하자는 대로 가다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인식을 대통령실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같은 방송에서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우 수석의 워딩이 심상치 않다. '대통령 뜻을 여러분에게 전달하는 거 아니냐, 그런데 왜 자꾸 말귀를 못 알아듣냐' 이런 분위기라는 거였잖나"라며 "하나의 TF 구성 문제를 갖고 논쟁을 벌인 것으로 보도됐지만 그 이면에 여러 가지가 쌓여있기 때문에 지금 좀 폭발한 것이다. 더 크게 폭발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과 정 대표 측은 중앙일보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9일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검찰개혁에)당정 간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큰 틀에서 공감대가 있고 세부적인 내용은 조율 중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정 대표 비서실장인 한민수 의원은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와 통화에서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어느 조직이나 그렇다.(중략)100명이면 생각이 100명 모두 다를 수 있다"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있고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정책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논의해야 된다"고 했다. 한 의원은 "당·정·대가 치열한 논쟁을 하고 결정이 나면 원보이스, 한목소리를 내겠다고 국민들 불안하지 않도록 그런 기조를 유지해왔다. 거기에 전혀 흔들림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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