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석방 판결에 항고를 포기한 심우정 검찰총장이 사퇴한 날 ‘친윤 검사’로 지목되는 인사들이 검찰 고위직으로 발탁됐다. 경향신문은 “검찰개혁은 인적청산으로 시작해 제도개혁으로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심 총장은 1일 “형사사법제도는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되면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입장문을 남기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JT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은 심 총장이 이날 발표된 검찰 인사 계획서를 오전에서야 전달받은 게 배경이라고 한다. 같은 날 법무부는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대검찰청 차장검사(고검장급)에 노만석(사법연수원 29기)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정진우(29기) 서울북부지검장이, 서울동부지검장에는 검찰개혁에 목소리를 높여온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 등이 임명됐다. 또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에 최지석 서울고검 감찰부장이, 검찰국장에 성상헌 대검지검 검사장이 각각 임명됐다. 심 총장은 인사가 추진되고 있다는 얘기를 인사 대상이 된 후배 검사로부터 처음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혁신당은 정진우 지검장과 성상헌 지검장을 두고 ‘친윤 검사’가 승진했다고 반발했다. 정 지검장은 '채널A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무혐의 처분하고, 성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공공기관장 블랙리스트 사건 등을 수사했다. 혁신당 ‘끝까지 간다’ 검찰권 오남용 진상규명위원회는 논평을 내어 “개혁 대상인 검사들이 싸놓은 이삿짐을 다시 풀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에 충실히 복무했던 인사들이 숙정되지 않고 요직에 기용된다면, 검찰개혁에 중대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2일 사설 <심우정 사표, 검찰개혁 제도·인사 두 축으로 가야>에서 “심 검찰총장이 임기를 1년 3개월 남기고 사퇴했다. 이진동 대검 차장,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 변필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도 물러났다. 이재명 정부의 첫 검찰 인사를 앞두고 법무·검찰 주요 간부들의 사직 행렬이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윤석열 집권 3년간 ‘정권 보위기구’ 노릇을 하며 위세를 부렸다”면서 “윤석열 정권과 검찰은 한 몸이었고, 윤석열 파면은 검찰에 대한 파면 선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을 그렇게 망가뜨린 책임이 지금 법무·검찰의 상당수 고위 간부들에게 있다. 그런데도 물러나는 이들 중 누구 하나 자성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검찰개혁은 인적청산으로 시작해 제도개혁으로 완성된다. 인적청산은 말할 것도 없이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의 정리”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꿰찬 요직은 ‘공익의 대변자’라는 검사 본분에 맞게 묵묵히 일해온 유능하고 성실한 검사들 몫이 되어야 한다. 윤석열 정권에서 이뤄진 그릇된 수사·기소에 대해선 감찰·징계도 뒤따라야 한다”면서 “이렇게 신상필벌이 단호해야 정치검사들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향신문은 검찰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 “대체로 ‘윤석열 검찰’에 비판적이거나 윤석열 사단 색채가 덜한 검사들로 보이지만, 정진우·성상헌 검사를 두고는 ‘윤석열 정권 부역 검사’라는 시선도 있다”면서 “법무부는 후속 검찰 인사 때는 이런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제도개혁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큰 갈래가 타져 있다”면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 내정자는 검찰개혁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 국민 피해 없는 개혁, 충분한 국회 협의, 여야 합의’를 강조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라 집중적으로 논의해 올 하반기에는 제도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겨레 손원제 논설위원은 같은 날 칼럼 <‘검찰당’ 근원을 도려내야 한다>에서 검찰 출신 봉욱 민정수석 임명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 지지층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면서 “이 대통령은(중략) ‘수사와 기소는 분리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천명한 바 있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 목표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제 와서 이런 목표를 수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손 논설위원은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거듭 검찰 출신 민정수석을 기용한 건 목표를 바꿔서가 아니라 목표 달성 과정의 파열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면서 “검찰개혁이 검사들의 집단 저항으로 이어지며 모든 국정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지 않도록 세밀하게 관리하는 데 방점이 찍힌 셈”이라고 진단했다.

손 논설위원은 “다만 검사 집단은 일반 관료들과 다르게 자율적 권력집단의 특성 또한 짙게 띤다”며 “특히 특수 수사 라인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기를 계기로 선출된 정치권력과도 맞짱 뜨는 ‘검찰당’ 수준의 정치세력으로 이미 자리잡았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이를 가능케 한 게 수사-기소권을 검찰 손에 몰아준 검찰 시스템이다. 관건은 이걸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고 물음을 던졌다.
손 논설위원은 “검찰을 기소 검찰과 수사 검찰로 분리할 것인가, 검찰에서 아예 수사권을 떼낼 것인가. 최대한 신속하게 검찰정치의 근원을 도려낼 최적의 방안을 찾아 흔들림 없이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 개혁 방안 자체에 대한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일보는 사설 <“검찰개혁, 차분하게 소통”… 정성호의 속도 조절 타당하다>에서 “지금은 누구도 검찰 개혁 당위성을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면서 “하지만 엄연히 수십 년간 형사사법 체계의 중심이었던 조직을 대안도 없이 해체 수준으로 쪼개는 것 또한 위험한 일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결과, 경찰 업무가 과중되고 수사 기간이 지연돼 국민 피해가 커졌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결과, 경찰 업무가 과중되고 수사 기간이 지연돼 국민 피해가 커졌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면서 “(중략)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이르고, 검찰 개혁에 찬성하는 국민이 훨씬 많다. 심우정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인적 쇄신도 용이해졌고, 예전처럼 검사들이 개혁을 거부하며 조직적 저항을 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검찰 개혁 논의, 수사기관 중립성 보장이 핵심이다>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면서 “새 정부가 원하는 검찰 개혁의 큰 틀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빠져 있다.(중략)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됐으니 정부가 그리는 검찰 개혁의 청사진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검찰을 포함한 수사기관의 조직과 역할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돼야 한다. 그동안 일부 검찰 수사가 정치적 편향성 논란으로 신뢰를 잃었다고 해서 무조건 해체를 주장하는 건 유치하고 단순한 발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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