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구속됐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언론은 김건희 씨 혐의에 대해 '최악의 국정농단'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개 사인에 불과한 영부인이 대통령 뒤에서 국정을 주무르며 금품을 챙기고 청탁을 들어줬다는 혐의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지난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지난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밤 11시 53분 김건희 씨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부장판사는 구속 사유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건희 씨는 2평 남짓한 서울남부구치소 독방에 수감됐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이 김건희 씨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시한 혐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명태균 관련 공천 개입 ▲'건진법사'(전성배)·통일교 청탁·금품수수 등 3가지다. 검찰 등 수사 단계에서 진척이 이뤄진 혐의만 적시한 것이다. 

특검팀이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쐐기를 박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수수 의혹이 구속영장 발부의 '스모킹건'이 됐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김건희 씨가 지난 2022년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의 참석 때 착용한 목걸이는 진품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김건희 씨는 목걸이가 모조품이라고 주장했다. 오빠 처가에서 모조품 목걸이가 발견돼 김건희 씨가 목걸이를 받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모조품을 구해 가져다 놓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정재욱 부장판사의 질문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받았냐' 딱 1개였다고 한다. 김건희 씨는 "받지 않았다"고 거짓말했다. 

2022년 6월 스페인 동포 만찬간담회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2022년 6월 스페인 동포 만찬간담회에 참석한 김건희 씨 (사진=연합뉴스)

특검팀은 최근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로부터 '김건희에게 6000만 원 상당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전달했다'는 자수서를 확보했다. 이봉관 회장은 김건희 씨로부터 목걸이를 반환 받았다고 했다. 다수 언론 보도에 의해 장신구의 재산신고 누락 의혹이 제기되고 2022년 9월 고발까지 이뤄지자 이후 김건희 씨가 반환했다는 설명이다. 이봉관 회장이 뒤늦게 자수서를 제출한 것은 목걸이 추적이 완료됐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특검팀이 서희건설을 압수수색했고 JTBC는 지난 11일 반클리프 직원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봉관 회장 사위인 검사 출신 박성근 변호사는 2022년 6월 3일 한덕수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13일 한국일보는 기사 <김건희 구속한 특검, '영부인 국정농단 전모' 밝힌다>에서 김건희 씨 관련 사건은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 외에도 산적해있다며 기소 이후에도 범죄사실이 계속 드러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특검팀은 김 여사가 국정을 농단한 정황을 전방위적으로 살필 방침"이라며 ▲도이치모터스·명태균·건진법사 잔여 사건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수수 의혹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의혹 ▲측근 김예성 회사 청탁성 투자 의혹 ▲양평고속도로·공흥지구 특혜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대통령 집무실·관저 용산 이전 관련 비리 ▲외교 자원 사적 이용 의혹 ▲각종 수사·조사 무마 의혹 등을 거론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법정에 선 김건희 … 국정농단의 끝은 항상 비극이었다>에서 "영부인이 공당의 공천에 관여했다거나, 대가를 수수하고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최악의 국정농단"이라며 "국민이 기대를 담아 대통령을 뽑았더니, 보이지 않는 손이 대통령 그늘에 숨어 국정을 좌지우지하며 이권을 챙겼다는 얘기 아닌가.(중략)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난 온갖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의 뒤에 김 여사가 있었다는 분석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언덕 농(壟)에 끊을 단(斷)을 쓰는 농단은 '깎아지른 높은 언덕'을 뜻한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사사로이 이익을 독식하는 행위"라며 "국정농단이 특히 고약한 것은 권력 그늘에 숨어 '의무 없는 권한'을 마음껏 누린다는 점"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승만 정권의 박마리아(이기붕 부인), 박근혜 정권의 최서원이 그랬다"며 "10년도 안 돼 다시 터진 국정농단의 책임을 엄히 묻지 않는다면, 누군가 또 비슷한 방법으로 국정을 왜곡하고 제 욕심을 채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목걸이 사줬다” “시계 사다 줬다”… 쏟아진 증언, 들통난 거짓말>에서 "김 여사가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12일 하루 동안에도 김 여사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언들이 무더기로 쏟아졌다"며 "수시로 바뀌는 진술, 증거 은폐 의혹, 잡아떼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서희건설이 영장 심사 전날 ‘목걸이를 준 게 맞다’고 자수하면서 진품까지 제출했으니 김 여사의 그간 해명들이 모두 거짓이었음이 들통났다. 김 여사가 한 전직 아나운서의 주식 계좌에 돈을 입금한 뒤 증권사 직원에게 '3억 원 넣었다. 내가 차명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육성 녹취도 나왔다"며 "'전문가에게 맡겼을 뿐 주가조작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증거"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 일가의 '집사'로 지목된 김예성 씨가 지난 12일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돼 서울 종로구 김건희특검 사무실에 인치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일가의 '집사'로 지목된 김예성 씨가 지난 12일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돼 서울 종로구 김건희특검 사무실에 인치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는 사설 <사상 첫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국민은 참담하다>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되며 적용된 혐의도 의혹의 일부다. 다른 의혹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보통 한 범죄에 부부가 연루된 경우 두 사람을 한꺼번에 구속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선을 넘었다"며 "김 여사는 '내조에만 전념하겠다'던 대선 전 약속을 어기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마침 어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김예성씨가 베트남에서 자진 귀국해 특검의 조사를 받았다. 김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을 가진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가 2023년 카카오모빌리티와 신한은행으로부터 184억원을 부당하게 투자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라며 "이 투자 과정에 김 여사나 일가가 개입했는지도 규명돼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충격적 '뇌물 수수' 김건희 구속, 尹 부부 석고대죄해야>에서 "자기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 자리에 얼마나 많은 시선이 쏠리는지에 대한 인식이 아예 없었다. 공인 의식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밝혀진 금품 수수만 이 정도이니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비상식적 일이 드러날지 가늠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김 여사는 지금 주가조작, 청탁 의혹 등 많은 범죄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그러나 김 여사는 이런 범죄뿐 아니라 남편인 대통령이 해야 할 공직 인사(人事) 및 국내 정치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대통령 부인의 국정 개입이 지난 몇 년 간 선진 한국에서 벌이진 것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자신들만 망친 것이 아니고 당과 정부를 망치고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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