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김건희 특검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가 사건 핵심 관계자이자 블랙펄인베스트의 전 대표인 이종호 씨 등과 과거 술자리를 가진 사건이 화제다. 특검 측은 한문혁 부장검사의 파견을 취소하고 원대복귀 시켰다고 밝혔으나 그 과정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정이 어떠했든 과거 중요 사건 관계인과 사적인 자리에서 만남을 가진 일이 있는 당사자가 수사 및 공소 유지를 책임지는 것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당사자가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 게 가장 좋았겠으나 그렇지 못했더라도 사실관계가 파악됐을 때 특검이 바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가 7월 2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특검보들과 함께 현판식을 가졌다. 이날 민중기 특검 사무실에 걸린 현판 앞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가 7월 2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특검보들과 함께 현판식을 가졌다. 이날 민중기 특검 사무실에 걸린 현판 앞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이 사건에 대해 한국일보가 취재를 시작한 것은 지난달 말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취재가 진행되면서 이종호 씨 측이 문제의 사진을 김건희 특검에 제출했는데 특검이 밝힌 바를 보면 이 날짜는 지난 13일이다. 한문혁 검사의 원대복귀가 요청된 것은 지난 23일이다. 열흘의 공백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기는 한국일보의 보도가 임박한 시점이다. 즉, 김건희 특검이 사진을 입수한 후 열흘이라는 시간을 흘려 보낼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닌 이상, 보도가 나올 것을 인지하고 ‘김 빼기’ 차원에서 조치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언론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면 한문혁 부장검사는 계속 특검에 남아있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민중기 특검은 이 사안에 대해 온정적 태도인 듯하다. 자신 때문에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는 취지로 한문혁 검사를 위로했다는 보도도 있다. 그렇잖아도 민중기 특검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투자 논란에 더해 집권세력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대한 파견 검사들의 집단 반발, 양평군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등이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연이은 악재 때문에 특검이 적극적 조치에 나서지 않은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이 사안을 일종의 ‘특검 흔들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문혁 검사가 실제 수사 과정에서 이종호 씨 등을 배려(?)한 흔적이 없고, 문제의 사진을 제출한 게 이종호 씨 측이라는 점이 근거다. 이러한 추론은 일리가 있다. 특검이 한문혁 검사가 주도한 수사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낸 것도 이의 연장선일 것이다.

문제는 바로 이러한 효과를 노리고 많은 범죄자들이 판사, 검사 등과의 부적절한 자리를 마련하는 데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약점’을 만들어 놨다가 결정적 순간에 이를 활용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려고 드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에도 빈번하게 등장하는 ‘클리셰’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예상된다면 한문혁 검사는 애초에 수사에 참여하지 않거나 최소한 사전에 이러한 정황을 윗선에 보고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사안을 이종호 씨 측이 파놓은 함정이라고 하더라도 그 함정에 빠진 순간에는 그에 맞는 처신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10월 20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10월 20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한문혁 검사 문제와는 별개로 김건희 특검에 대한 ‘흔들기’는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민중기 특검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문제가 대표적이다. 특검 수사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민중기 특검 논란과 관계된 네오세미테크 주식 문제를 이미 꼼꼼하게 들여다 봤을 것이다. 김건희의 네오세미테크 투자는 ‘주식투자 관련 전문성이 없다’고 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결과와 상충되는 정황이다. 허술하게 다루기 어려운 문제였을 거라는 얘기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전에 국회에서 지적까지 됐던 민중기 특검 관련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집권세력의 검찰개혁에 대한 검사들의 집단 반발과 함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맥락인 것이다.

그러나 민중기 특검의 네오세미테크 투자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불가피하다. 일부 언론이 민중기 특검이 이 문제로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통령실이 이를 반려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이런 상황을 뒷받침한다. 물론 당사자인 민중기 특검은 사의 표명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이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사의 표명을 사실로 인정할 경우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의혹의 부적절성도 인정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수사 동력 유지가 어려워진다는 판단에 따른 입장 표명일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이든 김건희 특검은 위태로워 보인다. 안에서 반발하고 밖에서 흔드는 양상으로 느껴진다. 이유가 뭐든 이런저런 논란이 제기된 것에 대해선 최선의 대응을 해야겠지만,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대응은 수사 및 공소유지가 제대로 이뤄지게 하는 것을 우선하는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검이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내면 각종 의혹이 정쟁의 대상이 되는 일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과가 없다면 이러한 잡음은 오히려 배가될 것이다. 전열을 정비하고 승부수를 띄워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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