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4월 17일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통합징수하도록 한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석열 정부가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을 강행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2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1월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재의결권을 행사해 다시 국회로 돌아온 것이다.

TV수신료 문제 해결은 지난해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 선거 출마 당시 공약이기도 했다. 수신료 통합징수법안 통과와 KBS 현안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4월 29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내의 노조 사무실에서 박 본부장을 만났다. 다음은 박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

언론노조 KBS본부장 맡으신 지 1년이 지났습니다. 1년 어떻게 보내셨나요?

“늦여름, 가을 되면 계속 태풍이 불지 않습니까. 지난 1년은 그처럼 태풍이 줄기차게 몰아쳤던 시기였습니다. 8대 집행부 출범 때쯤 세월호 다큐 불방 사태가 있었고, 출범하면서 기자회견 했던 ‘KBS 장악 대외비 문건’ 문제도 있었고요. 그다음에 회사에서 직급 및 승진 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낙하산 박민 체제에서 KBS를 공중분해시키기 위한 일들이 계속 진행됐습니다. 기미가요 방송이나 독재자 이승만을 일방적으로 미화한 프로그램 방송 같은 ‘광복절 방송 참사’도 있었죠.

그러는 와중에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했는데, 회사가 임명동의제 등을 없애고 공정방송위원회를 무력화하려는 단체협약을 계속 요구해서 저희가 결렬을 선언했어요. 이후 쟁의행위 찬반 투표하고 파업까지 했거든요.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계속 태풍이 몰아치는 듯한 상황에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회사가 여러 가지 일을 몰아붙이고 있을 때 사실 조합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 굉장히 힘들었고 무기력하게 느껴졌어요. 저희가 각종 법률 소송이라든지 노동위원회에 진정 같은 걸 제기했는데 뭐 하나 되는 일 없이 안 좋은 결과가 나올 때 힘들었었죠.”

아쉬운 점은?

“법률 투쟁 같은 부분에서 느낀 부분인데,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방송 사업장의 특수성에 대한 너무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요. 방송 사업장의 구성원인 우리가 볼 때는 굉장히 부당한 일이라고 판단되는 사안이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별것 아닌 일로 치부돼 버리는 상황을 볼 때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2023년 6월 1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치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등 노조 관계자들이 방통위의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령 추진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년 6월 1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치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등 노조 관계자들이 방통위의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령 추진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작년 선거에서 가장 첫 번째로 내세운 공약이 수신료 문제였잖아요. 지난 17일 수신료 통합징수법이 재의결되었는데 어떻게 보셨나요?

“공약(公約)으로 내세웠는데 공약(空約)이 안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KBS 입장에서 비정상의 정상화인데, KBS가 낙하산 박민 체제에서 많이 망가졌지만 그럼에도 공영방송이 왜 필요한지를 고민해 주신 시민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정상화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정권이 망쳐놓은 수신료 제도가 정상화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지만 사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방송통신위원을 지내며 공영방송의 공적 재원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던 김현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주신 점이 제일 컸다고 생각하고요. 민주당를 비롯해 조국혁신당, 개혁신당에서도 동참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최민희 국회 과방위 위원장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서 박민 전 사장은 ‘KBS가 여전히 방만하다, 혁신이 필요하다, 공정하지 않다’는 식의 얘기를 하면서 수신료 통합징수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지만 그나마 박장범 사장은 KBS 경영진으로서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또 수신료 제도 문제를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판단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동참해 주신 덕분에 정상화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 현안 질의에서 “수신료 통합징수는 KBS 직원 5천 명을 위해서 5천만 국민을 희생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그런 식으로 얘기한다면 수신료 분리징수는 권력자 한 명을 위해서 공영방송을 망가뜨리고 5천만 국민의 눈과 귀를 막은 행위라는 말로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국회에 ‘공영방송 공론화위원회’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진척이 있나요?

“공론화위원회는 지난해 3월, 집행부 선거 준비하면서 총선 이후에 국회가 새롭게 구성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이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께서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범국민협의체를 제안하셨었죠. 그리고 실제로 위원들이 위촉됐었는데 12·3 내란 사태 때문에 중단된 상태예요.

하지만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방송·콘텐츠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방송산업 전반과 관련한 제도 변경과 정책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방송정책, 방송 미디어 시장을 총론적으로 훑어보는 일들이 진행될 텐데 그때 저희가 준비해온 부분이 실현될 수 있도록 요구하려고 합니다.”

박민 전 KBS 사장, 박장범 KBS 사장 (사진=연합뉴스, KBS)
박민 전 KBS 사장, 박장범 KBS 사장 (사진=연합뉴스, KBS)

박민 전 사장 체제에서 무단협 상황이 되었는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죠.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입장 차이가 너무나도 컸습니다. 낙하산 박민은 인사청문회에서 임명동의제를 시행하겠다고 말했지만 취임 이후에 임명동의제 무시하고 주요 국장들을 임명했어요. 또 공정방송위원회 같은 경우에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었죠.

정말 어이없는 일이 있었는데, 단체협약 교섭하면서 조합이 일·가정 양립과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만들기 관련해서 휴가나 단축근무 제도 등을 제안했지만 사측이 전혀 수용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지난해 말, 갑자기 ‘저출생 위기 대응 방송단’을 꾸리면서 단체협약 교섭에서는 거절했던 안을 회사가 전향적으로 실시하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러니까 사측이 노사 교섭에 그렇게 진정성 있는 태도로 임했다고 판단되진 않는 상황입니다.

또 예전에는 창구 단일화에 의한 교섭 대표노조로 KBS본부가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는데 박장범 사장이 들어온 이후에는 ‘개별 교섭’ 상황입니다. 즉 KBS에 노조가 네 군데 있는데, 이 네 개 노조가 사측과 일일이 교섭해야 되는 상황인 거거든요. 그러니 교섭 자체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사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선 사측 편의를 위해 창구를 단일화하는 건데 이걸 사측이 걷어차 버렸단 말이에요. 그리고 개별 교섭은 대부분 사측이 노조를 탄압할 때 쓰던 수법이라 교섭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박민 사장 취임 이후 시사프로그램 폐지와 진행자 교체로 논란이 있었는데 이후 어떻게 됐나요?

“저희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첫 번째로 방송법을 어겼던 측면이 있다고 봤고, 두 번째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방송법 위반으로 고발했고 부당노동행위는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어요. 근데 방송법 위반은 혐의없음으로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이 났고, 부당노동행위 같은 경우 지노위나 중노위에서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정했습니다. 그 부분 관련해선 저희들이 부당노동행위 신청 기각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박민 사장이 조직 개편했잖아요. 그건 어떻게 됐나요?

“일단 굴러는 가고 있는데 현장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부서 같은 경우에는 원상회복이 된 경우도 많았습니다. 박민 사장이 진짜 조직을 모르는 일부 사람들 얘기만 듣고 무리하게 추진했던 거죠.”

KBS구성원들이 2024년 9월 25일 본관 안에서 '조직개편 철회'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
KBS구성원들이 2024년 9월 25일 본관 안에서 '조직개편 철회'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

12·3 내란사태 관련 계엄방송 사전 언질 의혹이 제기됐는데 진상규명은 진척이 있나요?

“방송 현장에서 포착된 여러 가지 정황 때문에 KBS 수뇌부가 계엄방송 사실을 먼저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던 건데요. 저희가 의혹을 제기한 이후,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22시에 KBS 방송이 예정되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어요. 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KBS의 간첩 보도 관련해서 소스를 줘야 한다고 얘기했다는 보도들이 나오지 않습니까?

결과적으로 KBS 구성원들이 현업에서 느꼈던, 정황적으로 판단했던 의혹이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저희가 방송법 위반으로 고발해 놓았고 경찰에서 수사하는 중이에요. 조만간에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상계엄 이후 특보 제제로 전환한 타 방송사와 달리 KBS는 뉴스 시간 늘리지 않고 평소처럼 진행했는데.

“단순히 시간이 문제라고 볼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1TV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2시간 간격으로 뉴스가 있습니다. 저녁만 하더라도 5시에 30분, 7시에 40분 뉴스가 있고, 9시에 1시간 뉴스가 있고 11시에 또 30분 뉴스가 있죠. 중요한 건 어떠한 내용의 뉴스를 했느냐인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뉴스를 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시사기획 창 제목 수정 (출처=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기획 창 제목 수정 (출처= 언론노조 KBS본부)

박장범 사장 체제 5개월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그 사이 프로그램 불방 논란도 있었는데.

“사실 박장범 사장은 KBS 사장 자격이 없는 사람이죠. 국민 모두가 알 듯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대담에서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발언한 것은 공영방송을 권력에 갖다 바친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또한 박장범 사장은 권력의 낙점을 받아서 사장이 됐다고 하는 의혹도 있습니다. 그건 박장범 사장 인사청문회에서 폭로됐던 부분이기도 하죠. 이 부분은 저희가 공수처에 고발했습니다.

하지만 고발한 이후 12·3 내란 사태가 벌어지는 바람에 공수처가 수사를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수사 촉구 피케팅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장범 사장이나 박민 전 사장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박장범 사장이 수신료 문제에 있어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을 뿐이죠.

뉴스는 여전히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고, 시사 프로그램 관련해서도 <시사기획 창> ‘대통령과 내란 우두머리’ 편 방송 전 보도본부 수뇌부에서 엄청 많이 손봤었죠. 그리고 <추적 60분> 같은 경우에는 방송을 하루 남기고 일방적으로 편성 삭제했었고요. 최근에도 <시사기획 창> 관련해 공식적으로 예고편도 나가지 않았는데 프로그램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고, 제작진도 모르게 프로그램 연기 여부가 알려지는 사태가 벌어지는 걸 보면 박장범 역시 박민 사장과 전혀 다르지 않고 ‘박민 시즌2’일 뿐이라고 저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KBS 보도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세요?

“박민 체제와 박장범 체제에서 보도의 차이는 북한 뉴스가 줄어들었다는 점 말고는 똑같은 것 같아요. 박장범 사장 체제 뉴스에서도 윤석열 파면 이후에 내란 재판이라든지 윤석열-김건희 공천개입 의혹, 명태균 게이트, 건진법사 게이트 같은 사안은 거의 다루지 않고 있거든요.”

2월 5일 KBS '뉴스9' 리포트 목록 (언론노조 KBS본부)
2월 5일 KBS '뉴스9' 리포트 목록 (언론노조 KBS본부)

대선이 한 달여 남았습니다. 언론 보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 같아요.

“그렇죠. 대통령 선거는 그 자체로도 대형 정치적 이벤트이기 때문에 중요할뿐더러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권이 내란을 시도했다가 파면되면서 시행되는 선거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란 관점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조합 차원에서 지난주부터 모니터단을 꾸려서 매일매일 뉴스를 모니터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도 사내 게시판, 조합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고요. 또한 뉴스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저희가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뉴스 모니터를 하다 보니 KBS 뉴스에서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뉴스의 취사선택이 너무 눈에 띄더라고요.”

어떤 사안인가요?

“예를 들어 전체적인 뉴스 분량에 있어서 ‘대선 뉴스’ 자체의 비중이 굉장히 작습니다. 지금은 여야가 아니라서 민주당 한 꼭지 그다음에 국민의힘 한 꼭지, 더한다고 하면 한덕수 국무총리 동향 한 꼭지 정도로 해서 대선 관련 뉴스 비중이 작고요. 최근에 드러나고 있는 건진법사나 명태균 게이트, 윤석열 부부의 의혹과 관련된 부분들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세요?

“국민들에게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하는 거죠. 그리고 지난 윤석열 정권의 비리에 대해 국민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게끔 하는 것이 의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

KBS본부장 앞으로 1년, 어떻게 해나갈 생각이에요?

“제일 중요한 수신료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지난 국회, 그리고 이번 국회에서 하지 못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을 중점적으로 해 나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023년 수신료 분리징수가 추진되면서 KBS가 큰 혼란에 빠졌고 구성원들도 많이 흔들렸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원칙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함께해 준 조합원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또한 정당하지 못한 프레임을 씌우면서 KBS를 공격하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사회에 ‘공영방송 KBS’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해 주시고, 또 KBS가 망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는 내부 구성원들이 KBS를 ‘진짜 국민의 방송’으로 다시 바꿔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KBS가 거듭날 수 있도록 언론노조 KBS본부가 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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