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사장 박장범)가 KBS노동조합이 신청한 개별교섭을 수용했다. 그동안 복수의 노조인 KBS 내에서 최근까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교섭대표노조를 맡고 있었다. 

협상 창구 단일화가 깨져 KBS는 복수의 노조가 각각 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KBS 사측이 노동자 협상력을 분산·약화시키기 위해 개별교섭 신청을 수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측이 개별교섭에 동의하는 경우는 대개 특정 노조 탄압, 어용노조 지원 목적이라는 지적이다. 

박장범 KBS 사장 (사진=KBS)
박장범 KBS 사장 (사진=KBS)

2023년 8월 설립된 KBS같이(가치)노조는 지난 2월 사측에 교섭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노사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시작됐다. 노조법 제29조의2에 따르면, 하나의 사업장에 노조가 2개 이상인 경우 노조 측은 '교섭대표노조'와 복수의 노조 구성원이 참여하는 '교섭대표기구'를 정해 사측에 교섭을 요구해야 한다. 

다만 노조법은 예외 조항으로 교섭대표노조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기한 내에 사측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기로 한 경우에는 개별교섭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KBS노동조합은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개별교섭을 신청했고, KBS 사측이 이를 받아들였다. KBS에서 교섭대표노조가 사라진 것이다. 

지난 12일 KBS같이노조는 성명을 내어 "KBS노동조합과 회사의 개별교섭 결정으로 이제 사내에 각 노조가 사측과 각각 교섭하게 되었다"며 "전례없는 경영위기, 노동자로서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많은 상황에서 교섭창구가 여럿으로 갈린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노조의 연대로 협상력을 높여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사측의 힘을 키워준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KBS같이노조는 "'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개별 교섭 과정에서 조합간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지 않게끔 노력할 것"이라면서 "박장범 사장과 사측에 경고한다. 노사관계에 혼란을 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KBS같이노조는 "회사 여건은 점점 안좋아지고 있고, 회사 밖 상황은 더 혼란하다"며 "개별교섭 상황을 이용해 노조를 약화시키려 하거나 회사를 뒤흔든다면 우리 조합은 KBS 구성원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성명에서 "그동안 KBS노동조합의 개별교섭 요구에도 사측은 비효율적이라며 반려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개별교섭을 받아들였다"며 "더구나 단체협약이 사측의 해태로 실효된 상황에서 개별교섭을 개시하려는 사측의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KBS 노사는 지난해 6월 사측의 임명동의제 폐지 입장에 막혀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무단협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사측의 이번 개별교섭 결정을 특정 조합에 대한 탄압과 차별의 시작이 되는 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수많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굳이 개별교섭을 인정한 사측은 대개의 경우 노조 활동을 탄압하거나, 어용노조를 지원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2024년 7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특보 갈무리
2024년 7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특보 갈무리

언론노조 KBS본부는 "박장범과 사측에 경고한다. 혹여 개별교섭으로 노조 차별을 한다든지, 부당노동행위를 할 생각은 접어라"라며 "최대 노조인 KBS본부는 이미 수차례 쟁의행위로 공영방송 KBS를 지켜왔다. 개별교섭이라는 꼼수로 KBS본부를 탄압할 심산이라면 투쟁으로 박살내 주겠다"고 경고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노동조합을 향해서도 "노조의 선택은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조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함에도 KBS노동조합은 개별교섭 요구 전까지 KBS본부에 그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며 "같은 사내의 노조를 무시한 독단적 결정이자, 노조의 단결을 바란 KBS 노동자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 사측은 '개별교섭 신청에 동의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미디어스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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