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지난달 22일부터 KBS ‘뉴스9’의 대선보도를 감시하고 있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대선 보도 준칙은 왜 만든 것이냐”고 혹평했다. “맥락을 보여주지 못하는 단순 동정보도가 주를 이루고, 내란 세력에 대한 비판보도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다.
KBS본부는 12일 성명을 내어 “우리 정치사에 유례없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극적인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KBS가 과연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 시청자가 해당 사태를 스스로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정보를 적확하고 풍부하게 제공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같은 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날 ‘뉴스9’이 실패로 돌아간 국민의힘 지도부의 ‘김문수 교체 강행’에 대해 맥락이 없는 동정 보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KBS ‘뉴스9’은 관련 소식에 5꼭지를 할애했다. MBC는 7꼭지, SBS·JTBC는 8꼭지, 채널A 11꼭지로 다뤘다. KBS 보도 내용도 김문수 대선 후보 확정 소식, 지도부의 한덕수 전 국무총리 대선 후보 교체 강행 과정, 이번 사태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 등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KBS본부는 “후보교체를 추진한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 비판이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KBS는 비판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보다 봉합수순으로 들어갔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팔팔 살아 움직이는 뉴스 소스를 이렇게 죽여서 보도한 적은 없었다”고 질타했다.
특히 KBS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김문수 지지 호소’ SNS를 별도의 리포트가 아닌 기자 출연 코너의 한 소식으로 전했다. <12일부터 대선 공식 선거운동…구체적 일정은?>에서 KBS 기자는 윤 전 대통령이 호소문을 공개했다면서 “김문수 후보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내용인데, 이번 대선이 자유대한민국 체제를 지키기 위한 생사의 기로에 선 선거라고도 밝혔다”고 전했다. KBS 기자는 ‘중도확장을 가로막는 악재’ ‘윤 전 대통령의 출당 필요’ 등 국민의힘 내부에서 우려 섞인 반응이 나왔다고 했다.

KBS본부는 “내란 우두머리로 대통령 선거의 원인이 됐던 인물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에 대한 점검은 빠졌다”고 짚었다. MBC의 경우, “위헌·위법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반성과 사죄는 이번에도 없었다. 파면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가 문제없이 임기 마친 원로 행세를 하는 모습에 당 안팎의 비판이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SBS는 “(윤 전 대통령이)국민의힘 지도부가 한덕수 전 총리로 대선 후보를 교체했다가 당원 투표 결과에 따라 김문수 후보가 다시 복귀한 일련의 과정을 '건강함'이라고 포장한 셈”이라고 지적하고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격한 성토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또 KBS본부는 검찰의 김건희 씨 소환 통보 보도를 대선 소식과 분리해서 배치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KBS본부는 “이번 대선이 갖는 성격을 희석시키기 위한 편집”이라고 지적했다. MBC, SBS, JTBC, TV조선은 관련 소식을 대선 소식 이후에 배치했다.
KBS본부는 “현재 KBS 뉴스는 마치 밑그림도 없는데다 조각마저 무더기로 빠진 고난이도 퍼즐 같다”면서 “단순 동정보도, 단순 팩트 전달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사이 사이 의도적인지 무능해서인지 특정 후보나 세력에게 불리한 내용은 빠트리기 일쑤이고, 윤석열 등 내란 세력에 대한 비판보도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총평했다.

KBS보도시사본부는 21대 대선을 앞두고 ‘대선 보도 준칙’을 마련했다. ‘KBS 대선 보도는 유권자의 선택을 도울 올바른 판단 근거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확인된 사실의 보도에 우선 가치를 두되, 단편적 사실의 나열이 아닌, 정보의 맥락과 배경을 함께 전달함으로써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KBS본부는 “과연 지금 KBS 보도가 본인들이 세운 원칙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라면서 “스스로 무시할 보도준칙은 왜 만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KBS본부는 “남은 3주 동안 KBS가 그간 해왔던대로, 백화점식 동정 보도, 단순 팩트 나열로 일관한 채,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KBS는 국민들에게 얼마나 더 외면 받을지 모른다”면서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맥락과 배경을 포함한 정확한 보도를 제공하라. 공영방송의 의무를 저버리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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