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경영진이 ‘21대 대선 보도 종합 평가’를 위한 기자협회의 보도편성위원회 개최 요구를 거부했다.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 단일화 파문’ ‘윤석열 내란 재판’ ‘김건희 의혹’ 등을 축소 보도했다는 내부 비판이 쏟아졌다. 

KBS기자협회는 사측이 참석을 요구한 수신료 통합징수법 처리 및 수신료 현실화 행사를 거부했다. KBS기자협회는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노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다수가 수신료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보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KBS기자협회는 23일 사내 공고를 통해 6월 정례 보도편성위가 책임자 측이 요구에 응하지 않아 무산됐다고 알렸다. KBS기자협회는 '2025년 제21대 대통령 선거 보도 종합 평가' 안건으로 23일 오후 3시 보도편성위 개최를 경영진에 요구했다. 

책임자 측은 이달 보도편성위를 개최하지 않는 이유로 ▲보도편성위를 개최하기 이르다 ▲KBS 방송편성규약상 보도편성위를 매달 열도록 한 규정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KBS 편성규약 12조 1항은 “분야별 편성위원회 및 지역 편성위원회는 매월 1회 정례 회의를 개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측이 합의할 때만 개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붙는다. KBS 방송 편성규약은 방송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KBS기자협회는 “편성규약은 의무조항”이라며 “실무자 측은 면담과 편집회의 때 발언 등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보도편성위 개최를 요구했지만, 책임자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KBS 기자는 24일 미디어스에 “사실상 방송편성 규약 자체가 무효화된 상태”라고 비판했다. 보도편성위는 박장범 사장 체제에서 3개월에 한 번꼴로 열렸다고 한다. 

KBS '뉴스9' 방송화면 갈무리
KBS '뉴스9' 방송화면 갈무리

KBS기자협회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 등록에 이어 선거 운동이 있었고,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이 기간 공영방송 KBS의 보도가 방송편성규약 3조 3항이 명시한 대로 ‘건전한 여론 형성에 필요한 정보의 제공과 다양한 의견의 제시를 통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국민통합에 기여’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또 대선 직후 마무리돼야 할 선거 보도 평가를 기약 없이 연기해야 할 만큼 보도시사본부에 시급한 사안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KBS기자협회는 ‘편성규약 규정을 반드시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경영진 주장에 대해 “규약 15조 2항에 단체협약에 따라 징계심의를 요구할 수 있고, 15조 2항 3호에서 ‘정례 및 임시위원회 개최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KBS 기자협회는 “사측은 현재 무단협 상황으로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처벌 관련 조항이 실효됐다고 해서 편성규약을 준수할 의무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대선 보도 모니터
언론노조 KBS본부 대선 보도 모니터

21대 대선 국면에서 KBS가 ‘한덕수 전 총리 출마’ ‘국민의힘 단일화 파문’ ‘내란 재판’, ‘김건희 의혹’ 등의 보도에 소극적이었다는 내부 비판이 이어졌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4월 21일부터 6월 2일까지 매일 타 지상파, 종편 메인 뉴스의 대선 보도를 비교 분석하는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KBS본부는 ▲국민의힘 단일화 사태 축소 ▲한덕수 출마 단순 전달 ▲공약 검증 보도 부족 ▲내란 재판 보도 소극적 ▲김건희 의혹 보도 부족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대선보도 모니터단에서 활동한 공웅조 KBS본부 지역부본부장은 지난달 21일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으로 인해 치러지게 됐기 때문에 윤석열 내란 재판과 김건희의 범죄 의혹도 같이 설명돼야 한다. 그러나 선거는 선거대로, 윤석열 보도는 윤석열 보도대로 떨어뜨려 놓고 보도하고, 그조차도 양이 많지 않다”고 비판했다. 

공 지역부본부장은 “기계적 중립을 강조하면서 여야를 같은 비중으로 보도한다고 얘기하지만, 사실상 국민의힘 후보에 불리한 내용들은 교묘하게 감추거나 아니면 큰 문제를 작은 문제처럼 축소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관련기사▶"KBS 대선보도, 기계적 중립으로 비틀려…시청자의 질책이 필요합니다")

지난달 15일 박장범 KBS 사장이 수신료 통합징수법 통과를 지지해준 시청자위에 감사패를 전달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BS)
지난달 15일 박장범 KBS 사장이 수신료 통합징수법 통과를 지지해준 시청자위에 감사패를 전달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BS)

이런 가운데, KBS 사측이 24일 열리는 ‘전국시청자대회’에 기자협회 참석을 요청했다. 이날 행사에 전국 18개 지역과 본사 시청자위원, 시청자위원 가족·지인 등 250여 명이 서울로 모인다. 참석자 교통비, 식대 등 1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박장범 사장은 ‘수신료 인상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날 박장범 사장은 경영수지 점검회의에서 '3천원으로, 44년 만에, 5백원 인상한다'는 의미의 '3·4·5' 슬로건을 공개했다. 

전국시청자대회 참석을 거부한 KBS기자협회는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노사가 함께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있다는 걸 사측에 알린다”면서 “방송법과 이에 근거한 방송편성규약의 원칙을 준수하며 보도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제고해 우리 사회의 진영을 가리지 않고, 다수가 수신료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보도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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