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하연 기자] 언론·시민사회단체가 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관련해 MBC의 부적절한 대응을 성토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3일 성명을 내어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유서가 1월 27일 공개되고, 이튿날 MBC 사측은 입장문을 발표했다"면서 "용납할 수 없는 가해와 책임회피의 언어들을 나열했다.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MBC는 지난달 28일 고인이 고충을 담당부서나 책임자 등에게 알리지 않아 인지하지 못했고, 유족 요청 시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정확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마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고인의 유서가 뒤늦게나마 공개되자 내놓은 입장문은 희생자와 유족,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시민들까지 모욕하는 것”이라며 “MBC 사측은 직장 내 괴롭힘의 발생 여부에 대한 인지, 이에 따른 후속 대처 등 필요 조치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언론탄압에 맞서 MBC를 지키자며 어깨 걸고 싸운 언론노동자와 시민들에게 MBC 사측은 무어라 말할 것인가”라며 “윤석열과 내란세력이라는 거악과 맞선다는 이유로 일터 안의 일상적인 차별과 혐오,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은 뒷전에 미뤄도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여긴 것은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MBC 사측에 2차 가해 언사에 대해 사과하고, 유족이 원하는 방식의 진상 조사에 착수하라고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안타까운 희생은 직장 내 선후배 간 괴롭힘 차원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언론노조는 “고인의 죽음은 비정규직 노동자, 더 정확히는 방송산업 내 ‘위장 프리랜서’ 노동자의 피눈물 나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며 “고용노동청도 사안의 위중함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언론노조는 “MBC를 지키고자 나섰던 수많은 시민 대다수가 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이며, 차별과 혐오에 저항해 온 노동자들임을 사측은 직시해야 한다”며 “공영방송은 뿌리 깊은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노동환경을 스스로 개선하고 인권을 보호함으로써 말과 행동의 일치를 끊임없이 이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미디어·방송 노동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는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열악한 노동환경과 위계적인 조직문화는 MBC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방송사의 기상캐스터, 아나운서, VJ, 방송작가 등 수많은 비정규직들이 겪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빛센터는 “공개채용이었지만 노동법을 피하기 위해 프리랜서로 계약하고, 정해진 방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휴일 없이 일하며,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파리 목숨과도 같다”며 “불안정한 고용 구조가 이번 사건과 무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빛센터는 고인 사망 4개월 넘도록 별도의 MBC 내부 조사가 없었다는 점, 유족을 추궁하는 입장문을 내놓은 점을 거론하며 “이 문제를 일종의 정략적 공격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빛센터는 “내란사태가 촉발한 사회적 혼란 속에서 언론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고자 하는 MBC의 노력이 빛을 바래지 않으려면, 그 뒤에 묵묵히 불합리함을 감내하고 있는 비정규직 종사자들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고인이 처했던 불합리한 고용 구조에 대한 문제를 성찰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MBC는 3일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 완료했다고 밝혔다. MBC는 “조사의 공정성과 신뢰성,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인사가 위원장, 위원을 맡고 회사 내부 인사도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며 “위원장에는 법무법인 혜명의 채양희 변호사가, 외부 위원으로는 법무법인 바른의 정인진 변호사가 위촉됐다”고 전했다.
MBC 고 오요안나 씨 사망 진상조사위는 5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며 최대한 신속히 조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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