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대형 기자] MBC가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정규직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오요안나 씨 유족과 시민단체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짓밟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MBC는 오 씨 사망 1주기를 맞은 15일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기상기후 전문가는 기존 기상캐스터 역할은 물론 취재·출연·콘텐츠 제작을 담당해 전문적인 기상기후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19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MBC 기상캐스터였던 고(故) 오요안나씨 특별감독결과 규탄 기자회견에서 오씨의 어머니 장연미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MBC 기상캐스터였던 고(故) 오요안나씨 특별감독결과 규탄 기자회견에서 오씨의 어머니 장연미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MBC는 기상기후 전문가를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일반 공개채용을 통해 선발한다. 기상기후·환경 관련 전공자나 자격증 소지자 또는 관련 업계 5년 이상의 경력자가 지원할 수 있으며 기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들도 지원할 수 있다. MBC는 "기상기후 전문가 채용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향후 채용 일정과 방식을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MBC는 "오 씨 사망 관련 민사소송 당사자 간 동의가 이뤄질 경우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MBC는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 A 씨와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씨 유족과 직장갑질119·엔딩크레딧은 "오 씨의 노동자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기상캐스터들이 공채 경쟁에서 떨어지면 해고당하는 안"이라며 "오 씨를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MBC 비정규직 프리랜서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한다"며 "더 이상 MBC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지 않도록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했다.

오 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하다가 지난해 9월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오 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했으나 오 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 오요안나 1주기 분향소 (사진=미디어스)
고 오요안나 1주기 분향소 (사진=미디어스)

유족과 시민단체는 이날 저녁 서울 마포구 MBC 단식농성장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열고 MBC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지난 8일 오 씨 어머니 장연미 씨는  MBC 앞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장 씨는 "MBC는 프리랜서 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딸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해주지 않았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아무 때나 쓰고 버렸다"며 "제2의 오요안나를 막기 위해 모든 노동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씨는 이날 오전 안형준 MBC 사장이 농성장을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했지만 '제2의 오요안나가 생기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에는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직장갑질119와 엔딩크레딧은 "MBC가 제2의 오요안나를 막기 위한 실질적이고 전향적인 입장 없이 농성장을 방문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진심으로 어머니의 건강을 걱정하고 단식 중단을 원한다면 기상캐스터 정규직 전환을 비롯한 핵심 요구안을 더 늦추지 말고 조속히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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