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고 오요안나 씨 어머니가 눈물로 진상규명을 호소하며 "정쟁으로 우리 딸의 이름이 안 좋게 거론되는 것이 너무 싫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 오전 ‘고 오요안나 사건’에 대한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고 오요안나 어머니를 비롯한 유족들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MBC 측 증인으로 박미나 경영본부장이 출석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MBC 기상캐스터와 기상팀장 등은 출석하지 않았다.
고 오요안나 씨 어머니 장연미 씨는 ‘MBC의 진상규명 과정이 정확하고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나’라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아니다”라면서 “지금 (가해자) 기상캐스터들이 계속 방송을 하고 있고, 그들이 단 한 명도 저희한테 사과를 한 게 없다. MBC 측에서도 잘못했다든가,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라든가 이런 적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유족 장 씨는 MBC와 정치권에 대해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면서 “MBC가 우리 안나에게 뭘 잘했고, 잘못했다는 내용들, 기상캐스터들이 잘못했던 내용들을 통해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 씨는 이번 사건이 정쟁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정쟁으로 우리 딸의 이름이 안 좋게 거론되는 것이 너무 싫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밝혀지면 부모로서 바랄 것이 없다"면서 "민주당, 국민의힘 의원분들이 진실이 규명될 수 있게, 우리 딸 좀 편하게 쉴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비정규직 괴롭힘 방지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재허가 조건’ 중 비정규직 처우개선 조항을 다시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 오요안나씨 출연료는 지난해 1600만 원, 한 달 130만 원으로 안다. 의상 등 세부사항까지 다 지시를 받았기에 당연히 노동자성을 인정받았어야 했다"면서 "그러나 연차, 4대보험, 퇴직금 등 혜택으로부터 일체 배제된 사각지대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정 의원은 "(비정규직 근로자에)준 정규직 채용을 유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은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받고 있어 결과가 나오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이진숙 방통위원장에게 방송사 재허가 조건에 노동인권지표가 포함돼 있냐고 물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정확하게 노동인권지표라는 용어는 없지만, 프리랜서나 비정규직 관련 조건은 들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방송사 재허가 조건에 비정규직 처우 개선 방안 마련 조항이 있냐”고 박동주 방통위 방송기반국장에 물었다. 이에 박 국장은 “2020년에 들어 있었고, 2023년에 그 조항은 빠졌다”고 답했다. 최 위원장은 당시 방통위 책임자가 김홍일 위원장이라고 부연했다.
정 의원이 ’방송사 재허가 심사규정에 비정규직 처우개선 조항을 다시 넣는 것는 것에 찬성하느냐‘고 묻자, 이 위원장은 “(추가)할 수 있다”면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이 부분은 과방위가 살펴보고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처우와 관련된 조건이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MBC 측의 증인이 대거 불참한 것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현안질의는 가해자로 지목된 MBC 기상캐스터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억울한 점이 있으면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는 목적도 있다"며 "MBC 측의 불참으로 진상규명 길은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박미나 본부장에게 “유족 요청 증인이 출석을 안 했는데, 출석을 못할 상황이냐”고 물었다. 박 본부장은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로 알고 있다”면서 “그래서 방송 출연도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식적으로 휴직은 아니고, 출연을 중지한 상태다. 기상캐스터는 회당 출연을 하게 돼 있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조사 내용을 국회에 제출해 달라’는 요구에 “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금 소송 중인 사건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2차 가해 우려도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외부에 발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판단”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최 위원장은 “그렇게 답변하면 곤란하다”면서 “유족이 요청한 증인이 상태가 안 좋아서 불출석한다면 MBC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냐”면서 “(조사 자료를) 제출을 못하겠으면 열람이라도 시켜주겠다는 대안이라도 제시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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