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언론 취재를 피하면서 외신을 상대로 '합법적 계엄'을 강조하는 언론플레이를 벌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칩거에 돌입, 국민의힘 지도부를 한 차례 만났을 뿐 언론과 국민에게 입을 닫고 있다.
지난 4일 대통령실은 로이터,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상계엄령 선포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고,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헌법 틀 안에서 엄격하게 이뤄졌다"(로이터), "국가 경제와 국민 삶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밤 10시 30분에 긴급 형식으로 발표했다"(워싱턴포스트) 등의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이 외신에 실렸다. 대통령실은 국내 언론을 상대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4일 오후 외신 특파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해명을 했다. 5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SNS에 공개한 대통령실 해외언론비서관실 관계자의 언론 해명 워딩을 보면 "백그라운드 설명을 드리려고 전화드렸다. 만약 기사화 할 경우 대통령실 관계자로 출처 표시해 주면 될 것 같다"는 대목이 있다.
대통령실 해외언론비서관실은 "이번 계엄은 일종의 정치 활동 규제 조치다. 국정 마비를 그대로 방치하고 방관하는 것보다는 국정을 정상화하고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시도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헌법주의자로서 자유민주주의 파괴 세력에 대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해외언론비서관실은 "국회의원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비상계엄 해제되는 것 아닌가. 요구 조건 알고 있었지만 의원들 국회 출입 통제하지 않았다"며 "국회가 동의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진입을 막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외언론비서관실은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을 때 군을 즉각 철수를 했다"며 "이런 액션들이 다 합법적인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건영 의원은 "거짓말도 정도껏 하라"며 "국회를 둘러싸고 있었던 경찰 병력은 무엇인가. 경찰을 피해 우원식 국회의장은 왜 자기 집과 같은 국회 담장을 넘어야 했나"라고 비판했다. 윤건영 의원은 서울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게 보고한 자료를 공개했다. 보고자료를 보면 ▲서울청장 22시 46분경 국회 내 돌발 상황 발생 우려 국회 내부로 이동하려는 시위대 등 일시 차단 ▲계엄사 포고령 확인 23시 37분경부터 국회 출입 전면 통제 등의 내용이 적시됐다.
지난 3일 밤 11시 발표된 계엄사 포고령 제1호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이 있다. 헌법과 계엄법 어디에도 계엄을 통해 입법부의 활동을 금지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헌법과 계엄법은 전시·사변 등 비상사태에서 계엄이 선포되더라도 국회의 계엄 통제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위헌·위법적 계엄령에 이어 최정예 참수부대를 국회에 난입시켰다.
대통령실은 국내 언론의 질문을 회피하고 있다. 5일 윤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면직하고 후임 장관을 임명하자 정진석 비서실장은 인사 브리핑을 위해 기자들 앞에 섰다. 브리핑 종료 후 기자들이 질의응답을 요구했지만 정 실장은 그대로 뒤돌아 브리핑실을 떠났다.
한국일보는 기사 <취재진 질문에 입 다문 대통령실 참모들... "뭐가 어찌되는 건지">에서 기자들이 '질문 안 받아주시나요' 큰 소리로 질문했지만 정 실장은 대답 없이 단상 뒤 문으로 사라졌고, 배석한 참모들도 말 없이 서 있다가 자리를 떴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기자들의 궁금증에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의 기습적인 심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틀이 지났지만 대통령실은 여전히 적막에 휩싸여 있다. 아무도 나서지 않고, 언론 접촉은 더더욱 꺼리는 통에 취재진은 속이 터질 지경"이라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잠행 중이다. 윤 대통령이 5일 오전 중 추가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침묵을 택했다. 동아일보는 기사 <尹, 담화 검토한다 해놓곤 보류… 대국민 사과도 설명도 없어>에서 "최소한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이 이뤄지는 7일까지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없을 것으로 본다"는 여권 핵심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자난 4일 국민의힘 지도부·중진의원 비공개 회동 당시 발언이 전언 형태로 알려진 것이 전부다. '나는 잘못한 게 없다' '비상계엄 선포는 민주당의 폭거 탓' '(김용현)국방부 장관이야 주무장관으로서 대통령 지시받아서 한 것밖에 없는데 그 사람이 뭘 잘못했느냐' 등이다.
5일 월간중앙은 회동 참석자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전했다. 회동에서 윤 대통령은 "자진 하야는 없으며 당에서 탄핵을 막아달라"고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격앙된 모습으로 '종북좌파 척결'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 종북좌파의 폭거를 밝히겠다"며 "종북좌파를 잡기 위해 국가 권력을 동원해야 하니 당은 합심해서 도와달라"고 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관련기사
- 언론현업단체들 "비판언론 옥죄는 윤석열 하수인도 계엄 공동정범"
- 국경없는기자회 "윤석열 언론통제 시도…한국 언론자유 여전히 위태"
- 민주당 "'내란죄' 김용현, 해외도피 확실…막아달라"
- 계엄사령관 박안수 "대통령 담화 보고 계엄 선포 알아"
- KBS 기자들 "특보 시청률, 종편보다 낮아…국민 외면 시작됐다"
- 한국기자협회 시·도회장단 "윤석열 하야하고 내란죄 처벌 받아야"
- ‘비상계엄’ 윤석열 탄핵 찬성 73.6%, 내란죄 69.5%
- 윤석열, 김용현 면직 재가…국회 현안질의 방탄
- 방통위 '김태규,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 참석 알 수 없다'
- 언론노조 KBS본부 "대통령실, 계엄 2시간 전 '계엄 방송' 준비 언질 소문"
- 윤석열 탄핵 본격화… 동아일보 "시대적 괴물이 아닐 수 없다"
- 윤석열의 비상계엄, 2시간 35분 만에 효력상실
- 변협 "윤 대통령 비상계엄, 실체적으로 절차적으로 모두 위헌"
- 한동훈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 필요"
- 영국 이코노미스트 "나쁜 소식은 아직도 윤석열이 대통령이라는 점"
- '윤석열 내란' 업고 황태자 등극한 한동훈 "우리당이 국정운영"
- 방통위, '계엄 유언비어 대응반' 보도 방치…"이러니 내란 동조세력 소리 듣지"
- "윤석열 A4 1장 계엄군 장악 지시사항에 'MBC' 있었다"
- 외교부, 외신 상대로 '계엄 정당' 선전…장·차관 "몰랐다"
- '12.3 내란' 미·중·일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 "지금 KBS 보도, 8년 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 MBC·JTBC 취재 불허한다는 김용현 변호인단 기자회견
- 김용현 변호인단 기자회견 취재 제한 속 누가 질문했을까
- “내란 보도에 기계적 균형-정치적 중립 틈이 있나요?”
- 조태열, 외신 기자에 "12·3 내란은 특수한 한국적 상황" 망언
- 이상민, MBC·한겨레·경향신문 단전단수 지시…조선일보는 빠져
- 윤석열 구속영장 청구서에 '계엄 정당화 외신 언론플레이' 적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