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조국혁신당이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 대해 “내란 옹호 망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규탄했다.
조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때 발언이 독재 국가 지도자와 비슷하다’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특수한 한국적 상황을 살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7일 성명을 내고 “조 장관이 내란수괴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망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조 장관은 지난 6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외교장관 회담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뉴욕타임즈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뉴욕타임즈 기자는 “윤 대통령이 '반국가적인 전복 세력이 있다'면서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는데, 북한·러시아·중국 같은 나라의 독재자들의 전략과 비슷하다. 왜 대한민국이 이런 적국과 비슷한 방향으로 간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조 장관은 “우리나라에서 한 달 전에 일어났던 일을 이해하려면 일반적인 그런 맥락보다 우리 사회의 ‘특수한 정치문화’, 그리고 한국이 걸어온 민주주의 역사, 그리고 수많은 갈등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다라는 ‘특수한 한국적 상황’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우리나라는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민주화를 하고 성장을 한 모범 사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도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취약성을 안고 여기까지 왔다”면서 “외재적인 잠재적 요소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우리가 전혀 예기치 않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정치 문화를 바꾸기 위한 지식층의 각성도 필요하고, 그들의 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수석대변인은 “윤석열의 내란을 감싸고 돌아 ‘내란의힘’이라는 오명으로 불리는 국민의힘마저,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는데,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조 장관은 엉뚱한 소리를 했다”고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내란 수괴를 교묘하게 옹호하는, 뱀의 혀를 놀리는 소리”라며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특수한 한국적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니, 대한민국은 일반적인 혹은 정상적인 민주국가가 아닌 매우 독특한 나라여서 내란 같은 범죄가 어쩔 수 없이 벌어지기라도 했다는 것이냐, 조 장관의 속내는 ‘우리는 그런 수준의 나라이니 민주주의 선진국인 댁들이 이해해야지 어쩌겠니’라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김 수석대변인은 조 장관을 향해 12.3 내란 사태 당시 계엄군을 막아선 국민들, 국회 담장을 넘어 계엄해제 건의안을 의결한 국회의원,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국민들을 보지 못했냐면서 “그들이 겨우 지켜내고 있는 대한민국 국격을, 외교사령탑이라는 자가 망언 몇 마디로 뭉개버리나. 윤석열 정부 수준에 맞는 외교부 장관인 조 장관은 망언에 대해 사죄하고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이날 블링컨 국무장관은 ‘12.3 내란사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현재의 한국 정부를 신뢰하나. 한국에서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충분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의에 대해 “윤 대통령이 취한 조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고 이를 한국 정부에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블링컨 국무장관은 “최근 몇주는 한국 민주주의의 시험대였지만 한국 국민이 회복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한·미 동맹은 한 지도자, 한 정당, 한 정부보다 크다”고 말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주의 옹호자라며 민주주의 정상회의까지 개최하도록 했다. 왜 윤 대통령이 이런 비민주적 권력욕이 있다는 것을 간과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든 국가가 도전을 겪는다. 민주주의의 척도는 이런 것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있다”며 “최근의 사례를 봤을 때, 한국의 대처는 헌법에 기반을 두고 법치주의에 입각해 평화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국도 이런 도전을 받지만 개방적으로 투명하게 대처하면서 직면한다면 우리는 이런 도전을 통해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법치를 따르고 헌법을 따르고 민주주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12.3 내란사태’ 이튿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에게 ‘반국가세력 척결을 위해 계언 선포가 불가피했다’고 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이야기를 들은 골드버그 대사가 ‘경악했다’는 후문이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7일 ‘내란극복·국정안정특위’에서 “어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면담 자리에서 골드버그 대사로부터 이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골드버그 대사가 계엄 당일 국가정보원과 외교부 등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온갖 관계자들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일체 통화가 되지 않았고, 계엄 해제 이후에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유일하게 12월 4일 아침 통화가 된 사람이 NSC 핵심인 김태효 1차장”이라면서 “김 1차장이 계엄 해제 이후인데도 골드버그 대사에게 ‘(야당의)입법 독재로 한국의 사법행정 시스템이 망가져,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기 위해 계엄 선포가 불가피했다’는 강변을 거듭했고 골드버그 대사는 그 이야기를 듣고 경악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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