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외교부 부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와 관련해 '헌법주의자의 결단' '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았다' 등의 대통령실 입장을 받아 외신에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국내 언론에 입을 닫고 있었다. 외교부가 내란 선전·선동에 가담했다는 야당 비판이 제기된다.
외교부 조태열 장관, 강인선 2차관 등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했고, 부대변인은 공적 업무가 아닌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외교부 부대변인은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이다.

16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외교부에 "비상계엄 선포 이후 4·5·6일, 외신기자단이나 출입기자단에 보도자료나 피지(PG·프레스 가이던스)를 배포한 게 있냐"고 물었다. 조태열 장관은 자세하게 알지 못하며 관련 지시를 내린 바 없다고 했다. 강인선 2차관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김영배 의원은 유창호 외교부 부대변인을 불러 "외신기자들에게 문답지 형태로 자료 보낸 게 있나"라고 물었다. 유창호 부대변인은 "정식으로 보낸 적은 없고 개인적으로 보냈다"고 답했다. 김영배 의원이 외신에게 배포한 자료의 출처를 묻자 유창호 부대변인은 "대통령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외신비서관실에서 받았다"고 했다.
유창호 부대변인은 누구에게 자료를 받았는지에 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고 이 같은 자료를 배포했느냐는 질문에 유창호 부대변인은 지시받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아는 일부 외신기자들에게 배포가 아닌 '전달'을 했다고 주장했다. 유창호 부대변인은 대통령실 미래정책비서관실 행정관 출신이다.
김영배 의원에 따르면 유창호 부대변인은 5일 오후 일부 외신에 Q&A 형식의 자료를 배포했다.
Q. 비상 계엄을 선포한 이유?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력에 대해 헌법주의자이자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누구보다 숭배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내린 결단.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볼모로 법률안과 예산안을 방해하고, 타협할 수 없는 국가안보를 훼손한 세력에 대한 불가피한 대처.
Q. 헌정질서 파괴라는 지적?
-국회의원 과반수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요건을 알고 있었지만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음. 국회가 동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의 본회의장 진입을 막지 않음.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면서 즉각 군을 철수한 것도 같은 맥락. 대통령으로서 헌정 파괴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액션은 했지만 합헌적 틀 안에서 행동을 취함. 현재의 국정마비 상황을 일단 타개하고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 목표. 헌정질서 파괴의 뜻은 없었음.
Q. 야당과 타협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통한 국정농단의 도가 지나침. 정상적 국정운영이 불가능 할 정도를 넘어 국정 자체를 마비시킬 지경. 45년 동안 이런 야당은 없었다. 아니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이후 70여 년 동안 이런 야당, 이런 정당은 없었다.
김영배 의원은 "온 국민이 12월 4일 새벽 윤 대통령의 계엄해제 발표를 보고 무려 30시간 가까이 지난 시점에 이걸 배포한 것"이라며 "장관은 부대변인이 보낸 자료에 동의하나. 외교부의 공식 입장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조태열 장관은 "알지도 못하고, 동의하지 않는다"며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했다. 강인선 2차관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영배 의원은 "유창호 부대변인의 행위는 형법 제90조의 내란 선전·선동 조항의 위배다. 선전하거나 선동하는 자도 처벌받게 되어있다"며 "1997년 전두환 내란 관련 판결을 보면 '부분적으로라도 그 모의에 참여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기여하였음이 인정된다면 그 일련의 폭동 행위 전부에 대하여 내란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돼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배 의원은 "쿠데타에 동조하는, 내란죄에 동조하는 행위"라며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어떻게 이런 경악할 일이 있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 유창호 부대변인은 "개인적으로 요청해 개인적 차원에서 했던 행위"라고 말했다. 김영배 의원은 "5일 오후에 보냈다고 했다. 업무시간"이라며 "공직자가 업무시간에 한 행위는 개인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태열 장관은 즉각적인 직무배제와 감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관련사항 먼저 조사하겠다. 사실관계 파악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4일 대통령실은 로이터,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어 외신에 "비상계엄령 선포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고,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헌법 틀 안에서 엄격하게 이뤄졌다"(로이터), "국가 경제와 국민 삶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밤 10시 30분에 긴급 형식으로 발표했다"(워싱턴포스트) 등의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이 실렸다. 당시 대통령실은 국내 언론을 상대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난 3일 밤 11시 발표된 계엄사 포고령 제1호에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이 있다. 헌법과 계엄법 어디에도 계엄을 통해 입법부의 활동을 금지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헌법과 계엄법은 전시·사변 등 비상사태에서 계엄이 선포되더라도 국회의 계엄 통제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위헌·위법적 계엄령에 이어 최정예 참수부대를 국회에 난입시켰다. 경찰은 의원의 국회출입을 봉쇄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담장을 넘어 국회 본회의에 참석했다. (관련기사▶대통령실, 국내 언론엔 입 닫고 외신에 거짓 해명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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