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저 감옥 가나요?”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한 명리학자에게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 내용이다. 지난 11월 17일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 무렵부터 정치적 고비마다 윤 대통령 부부의 거취 등에 관해 조언해주었다는 명리학자의 증언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명리학자는 ‘명품백 수수 사건’이 터진 2023년 12월 김건희 씨가 “저 감옥 가나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집권 초 천공‧건진법사 관련 논란이 불거지며 김건희 씨가 풍수나 관상, 사주, 무속 등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표절 논란과 영문 제목에 ‘Yuji’로 웃음거리가 됐던 김건희 씨 국민대 논문 총 4편 가운데 3편이 운세, 사주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김건희 씨가 명리학자에게 보낸 문자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했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11월 28일 곽진산 기자를 한겨레신문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곽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한겨레21 보도 갈무리
한겨레21 보도 갈무리

김건희 여사가 한 명리학자에게 자신이 감옥 가는지 물어봤다는 내용을 보도해 화제가 되었는데 반응 예상하셨나요?

“보도 이후 반향은 예상하지 못했고요. 다만 사람들이 이런 내용에 관심이 많다는 건 느낄 수 있었죠.”

제보 받아 취재하신 건가요?

“그렇죠. 여러 경로를 통해서 관련 제보를 받았어요. 김 여사가 그런 사주를 즐겨본다는 얘기는 정치권 안에서 소문이 많이 있었고, 저희가 그중 하나를 확인한 거라고 보면 됩니다.”

처음에 제보 받았을 때 어땠나요?

“설마 진짜 이랬을까 싶어서 직접 물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분이 관련해서 어떤 얘기를 추가로 해줄 수 있을지도 궁금해서 취재한 거죠.”

제보는 어떤 내용이었나요?

“제보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긴 한데요. 김건희 여사가 자신의 상황에 대해 명리학자에게 조언 구한 적이 있다는 정도의 내용이었죠.”

“저 감옥 가나요?”는 제보로 들어온 내용이 아닌가요?

“워딩 자체는 조금 차이가 있었죠. 근데 거의 비슷했습니다.”

곽진산 한겨레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곽진산 한겨레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가십성이란 비판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셨을 것 같은데.

“사실 사주 관련된 얘기는 가십에 가깝긴 한데요. 그런데 김 여사는 영부인이고, 김 여사가 본인의 상황을 물어보기도 했지만 그전에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해 그 명리학자에게 조언 구했다는 내용을 저희가 취재했잖아요. 공적 사안과 관련해 영부인이 사주에 의지하는 모습 보여주는 보도는 가십이라기보다 공익적 차원이라고 저희는 판단했습니다.”

명리학자는 어떻게 접촉하신 건가요?

“이분의 전화번호가 블로그 같은 데 공개돼 있기 때문에 전화를 했는데 처음에는 받지 않으셨어요. 아마 다른 상담으로 바쁘시기 때문에 못 받으셨을 수 있죠. 그쪽에 전화하니까 상담 예약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예약해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저희가 그분 시간을 뺏는 일일 수도 있으니까요.”

가보니 어땠어요?

“그냥 평범한 사무실이었어요. 취재로 갔기 때문에 신기한 건 없었고 이런 공간에서 사주 상담을 하는구나 생각했죠.”

점집 같은 데는 아니었나 봐요?

“점집 같은 데는 아니었어요. 그분도 연구자라고 본인 소개하셨는데, 사주 보는 명리학자로 보면 되겠습니다.”

상담 예약하고 들어가서 취재 얘기하셨을 텐데 그때 명리학자 반응은 어땠나요?

“약간 당황스러워하시긴 했는데 놀라워하거나 그런 반응은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본인 말로는 언론에 기고도 굉장히 많이 하셨고, 사실 검색만 하면 나오는 유명한 분이거든요. 취재하러 왔다고 하니까 조금 당황스러워하시긴 했죠.”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 보도화면 갈무리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 보도화면 갈무리

김 여사가 자동삭제 타이머가 설정된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질문했고, 류 명리학자가 이에 대답해 주는 방식이었다고 나오던데 증거를 안 남기려고 했을까요?

“정확한 내막이야 알 수 없지만 영부인으로서 조심스러울 수 있죠. 본인의 상담기록이 나중에 알려지면 화제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조심스럽게 상담을 한 것 같긴 하네요.”

류 명리학자와 김건희 여사는 2019년 만난 것 같은데 그 후로 작년 연말까지 조언을 했던 건가요?

“기사에 나온 그대로입니다. 근데 이 명리학자분이 기억 못 하시는 건지 아니면 언급하기를 꺼리시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정확한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고요. 다만 저희가 말한 ‘감옥’이란 표현이 나온 그 상담 이후로 연락을 더 이상 받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김 여사가 연락했다고 나오던데

“그분 말로는 처음에 본인에게 연락이 왔다고 했고, 연락 온 계기는 유튜브 출연이에요. 그 명리학자가 어떤 정치 유튜브에 출연해서 정치인들 사주풀이를 많이 했는데, 그 당시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이었을 겁니다. 그때 그분이 윤 총장은 대통령이 될 사주이고 사주가 굉장히 좋다는 식으로 풀이를 한 거죠. 그런 얘기를 유튜브에 공개하니 아마 김건희 여사가 그걸 보고 연락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이후에 얼마나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하나요?

“만난 건 한 번이고 그 이후 대여섯 번 정도 연락했다고 해요. 근데 정확하게는 기억을 못 하시더라고요.”

기억 못 하는 건지 숨기려고 그러는지 느낌이 있었을 텐데 어땠나요?

“이것도 한 개인의 상담 부분이니까 조심스러운 부분은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근데 일부러 감추려 했다면 아예 말씀을 안 하셨겠죠.”

2022년 6월 27일 나토정상회의를 위해 공군 1호기에 탑승, 자료를 살피는 윤 대통령과 그를 지켜보는 김 여사의 모습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2년 6월 27일 나토정상회의를 위해 공군 1호기에 탑승, 자료를 살피는 윤 대통령과 그를 지켜보는 김 여사의 모습 (사진=대통령실 제공)

김 여사가 공적인 결정과 관련해 “조언 구하는 명리학자나 무속인이 분야별로 7~8명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류 명리학자가 주장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취재한 게 있나요?

“그런 분들이 있다고 들어서 확인은 하고 있는데 그분들이 입을 열지 안 열지는 모르죠. 접촉을 하고 있는 상황이긴 해요.”

분야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무당도 있을 수 있고 관상학자도 있을 수 있고 아니면 풍수지리학자도 있을 수 있고, 그런 분야로 나누면 여러 명일 수 있다는 말이에요.”

김건희 여사가 개인적인 문제로 무속인이나 명리학자 찾는 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국정에 대한 건을 이들과 논의했다면 달라지죠.

“국정 관련해서 논의했으면 큰 문제겠죠. 근데 저희가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어요. 아마 다른 분들을 통해 국정과 관련된 논의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은 하고 있지만 아직 확인된 건 없습니다. 저희가 만난 명리학자도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말씀하셨으니까요.”

김 여사가 중요한 자리 인사를 두고 사주 가져오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 알아본 내용이 있나요?

“저희가 대통령실 전직 관계자 만나서 들었거든요. 그런 ‘소문’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김 여사가 워낙 주술 등에 관심이 많다 보니 그런 얘기가 나왔을 것 같아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겠죠.”

10월 3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10월 3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이 11월 8일 구속되었습니다. ‘명태균 게이트’ 취재하고 계신데 지금까지 검찰 수사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제일 중요한 건 대통령이 얼마나 개입했느냐는 부분이잖아요. 지난번에 민주당이 대통령과 명태균 씨가 통화한 음성을 공개했고, 실제로 통화 정황들이 지금은 드러나 있는 상황이에요. 사람들은 명태균과 윤 대통령 부부가 같이 강하게 연결돼 있다고 의심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죠. 현재 상황에서는 검찰이 대통령과의 관계까지 수사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창원산단도 취재했잖아요. 창원 가보니 어때요?

“신규 창원산단이라는 게 아직 완성된 건 아니고 지도상에 그림이 있는 거라서 현장에 간다고 보이는 건 없어요. 현지 분들도 정확하게 잘 모르실 거예요. 때문에 저희가 창원 현장에서 뭘 했다기보다는 이 지역 저 지역 확인하면서 이권에 개입된 사람이 누가 있을지 탐문하면서 사람들 만나는 과정이었죠.”

명태균 씨와 관련된 사람이 많나요?

“사실 많다고 볼 수 있긴 한데, 지금 명태균 씨가 논란의 인물이 된 이상 본인이 명태균 씨와 친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겠죠. 언론으로서는 이런 관계 때문에 의심스럽다는 정도로 접근하고 있어요.”

11월 30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11월 30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어떤 부분이 의심스러웠어요?

“일단 저희가 창원산단 선정되기 얼마 전과 직후에 땅을 크게 사신 분이 명태균 씨와 어떻게 관련이 있나를 종합해 보고 있습니다. 민주당 쪽에서 공개한 인물도 있고, 아마 당에서는 추가로 찾고 있는 거겠죠. 저희도 찾으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사실 땅이 워낙 커요. 그리고 차명으로 샀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명확하게 딱 맞아떨어지게 찾기는 사실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진행하는 거죠.”

'명태균 게이트' 관련해 앞으로 취재 계획은?

“명태균 씨와 관련된 녹취록만 몇천 개 된다고 하잖아요? 근데 공개된 게 사실 100개가 안 돼요. 그러니 앞으로 더 많은 얘기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죠. 앞으로 그 관계를 종합해 보는 취재를 더 해야 할 것 같고, 아마 장기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윤석열 대통령이 본인은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부정하고 있으니까 실제로 그랬는지 더 확인해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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