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거 중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민주당은 "미친 판결"이라며 사법부에 대한 공세를 높이고 있고, '명태균 게이트'로 위기에 놓인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공세로 국면 전환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거대양당이 정치적 공세를 자제하고 자당의 쇄신에 집중해야 한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이재명은 이재명, 김건희는 김건희'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검찰의 '이중잣대'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는 계좌를 전부 공개했다' '김건희 허위이력 논란은 단순 오기' '김만배와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등의 발언으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당했으나 검찰은 무혐의·각하 처분했다.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이 나온 다음날인 16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광화문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행사에서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17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을 '이재명 죽이기 정치판결'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향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1심 판결의 부당함을 알리고, 2심 때는 당 차원에서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의 형이 확정되면 민주당은 유력 대권주자 상실과 434억 원 선거보조금 반환이라는 위기를 맞게 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공세에 나섰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출신의 강승규 의원은 당 차원에서 '이재명 즉각사퇴 촉구위원회', '이재명 관련자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를 추진하자고 했다. 국민의힘은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으면 정당 재산을 가압류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당선무효형을 받은 후보자가 발생한 정당이 선거보조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경상보조금에서 대신 차감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먹튀 방지법'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7일 자신의 SNS에 "25일 역시 흔한 위증교사 재판에서 통상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재판 담당 판사 겁박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동시에 우리는 반사이익에 기대거나 오버하지 않고 민심에 맞게 변화와 쇄신하고 민생을 챙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때문에 이 대표 위증교사 사건 수사가 가능했다고 했다. 자신이 법무부 장관 시절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맞서 검수원복 시행령으로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복원시켰기 때문에 이 대표 수사가 가능했다는 얘기다.
18일 경향신문은 사설 <이재명은 이재명, 김건희는 김건희다>에서 "이 대표와 당은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했지만 사법부 독립성 훼손으로 비칠 수 있는 언행은 자중하고, 상급심에서 법리와 무고함을 입증하기 바란다"며 "나아가 원내 1당으로서 국회에서 정부 실정을 바로잡고 각종 국정농단 의혹 규명을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한 대표의 '검수원복' 성과 주장에 "야당·시민사회·비판언론만 먼지털기식 수사로 겨눈 검찰을 보며 한 대표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라며 "검수원복해서 김 여사 명품백·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는 면죄부를 줬는가. 윤석열 정부 검찰은 공정성과 최소한의 균형도 잃었고, 이제 국민은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이재명 1심 판결에 과도한 정략적 대응 자제해야>에서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1심 선고가 정치권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아직 상급심이 남아 있는데다, 진행 중인 재판들도 있다. 이번 선고 결과를 놓고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정략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여야 모두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민주당이 '미친 판결' 등의 비난을 쏟아내는 데 대해 "상급심 법정에서 무고함을 다투는 것을 넘어 지나치게 격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건 오히려 역효과를 얻을 수 있음도 유념해야 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의연한 자세가 요구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는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앞세워 정국 구도를 반전시키겠다는 의도가 역력하다"며 "자체적인 쇄신책 대신 야당 대표의 중형 선고를 빌미로 대통령과 당 지지율을 반등시키겠다는 구상인데, 국민이 이런 ‘눈속임’을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면 오산"이라고 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李 대표 앞으로도 방탄 정치로 국정 가로막을 텐가>, <자성도 쇄신도 안 보이는 국민의힘, 즐길 때 아니다> 등 2개의 사설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을 향해 "정치적 위력으로 사법 진실을 가리려는 ‘방탄 올인(다 걸기)’ 전략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은 '판사 선출제'를 거론하고 강성 지지층은 판사 탄핵 서명운동까지 벌였지만 사법부를 힘으로 누르지 못했다"며 "선거법 1심 유죄 판결을 계기로 법원과 윤정권 흔들기 수위를 더욱 끌어올리려 할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국회를 이 대표 방탄의 무대로 만들며 법원을 겁박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상대 당의 위기가 무조건 기회가 되는 건 아니다. 법원이 이 대표에게 예상보다 무거운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정치인의 말과 행동의 책임성을 무겁게 봤기 때문일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어떤가.(중략)이 대표 유죄 판결에 환호하며 야당을 공격하기만 하면 여권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보통 착각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조선일보는 "김 여사 명품 가방 문제는 검찰의 불기소 같은 법률적 결정과 상관없이 아직 미완의 문제로 남아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은 어떻게 해소되고 있는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명태균씨를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명씨 구속에 이어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이재명 판결에 '사생결단 정국'...국정·민생 실종 안 된다>에서 "민주당 인사들의 사법부 비판은 도를 넘었다.(중략)이는 25일로 예정된 이 대표의 두 번째 재판, 위증교사 1심을 향한 노골적 협박"이라며 "수권정당을 지향한다면 거대 야당이 판사를 겁박하고 삼권분립을 흔드는 일에 무슨 명분이 있나. 판결 불복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국민의힘엔 "대학교수들의 대통령 ‘임기단축’ ‘탄핵 요구’ 시국선언이 확산될 정도로 위기에 몰린 여권으로선 숨고르기할 공간이 생긴 형국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스스로 처한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김건희 씨 명품백·주가조작 무혐의, 윤 댕통령 허위사실 공표 사건 6건 무혐의·각하 등을 거론하며 "대선 당락에 따라 '집권한 쪽은 무죄, 진 쪽은 유죄'란 일각의 시선을 편협하다고만 탓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李 중형 파장… ‘사법의 정치화’도 ‘정치의 사법화’도 경계할 때>에서 "민주당이 이번 판결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금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며 "하급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여긴다면 항소와 상고를 통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는 게 법치주의를 따르는 정당의 기본적인 자세"라고 했다.
이어 동아일보도 검찰의 '이중잣대' 논란에 대해 "이번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수사와 기소를 포함한 형사사법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짚어봐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대부분의 범죄에 대한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법원이 판단할 기회조차 없는 만큼 공정한 기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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