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의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보고됐다. 식자들은 어떻게 탄핵만 계속하느냐고 한다. 맞는 말이다. 탄핵으로만 일관하는 정치는 제대로 기능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대목에 있어서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은 바람직한 정치적 환경을 만드는 것보다는 지지층의 요구에 발을 맞추자는 측면이 커보인다. 더군다나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 비판이 불거지는 정국이다. 상대편에서 보면 ‘이재명 방탄’ 공격을 하기에 딱 좋다. 정치적 효과로만 보면 바람직한 결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적대적 공생 관계’라는 측면에서 정치 상황을 짚어야 할 필요는 있다. 과거 정권만 해도, 야당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낸다고 하면 집권세력이 나름대로 이를 중하게 여기는 게 상례였다. 그러나 이 정권은 코웃음 한 번 치고 무시한다. 이태원 참사 당시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정권은 어떻게 했나? 제대로 된 응답이 없으니 탄핵까지 간 것인데, 이상민 장관은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개각 대상이 됐다는 얘기도 있으나 비서실장설, 국무총리설, 국정원장설 등 ‘회전문’을 통해 돌아올 거라는 설이 파다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검찰의 경우 내외로 괴이한 일이 계속되는데 누구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약속했던 민정수석실 폐지는 민심 청취를 핑계로 부활했으나,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행보와 여론조사상 지지율을 볼 때 볼 때 딱히 민심에 신경을 쓰는 용도는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검찰 인사 등에 대해 ‘민정수석 작품’이라는 식의 해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민정수석 작품’이라는 평가의 대상이 된 인사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연이어 불기소 처분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특히 김건희 여사 사건 처분을 둘러싸고는 내려갈 일만 남은 당시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및 검사들이 수사 및 처분 방식을 놓고 대놓고 대립을 하는 꼴사나운 일이 벌어졌는데도 누구도 문제삼지 않았다. 이게 다 권력의 개입 때문에, 검사가 권력의 예쁨을 받기 위해 일어난 일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이런 일을 조직적으로 바로잡는데 아무런 의지가 없다면? 이런 와중에 국회가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은 오로지 검사를 탄핵하는 것 외에는 전무하다고 한다면? 이러니 한쪽에서는 검사 탄핵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이재명 방탄’만을 외치며 자신의 잘못에 대해선 입을 닫아 버리는 상황이 고착화되는 거다.

야당이 감액안 본회의 상정을 예고해 또다른 파국을 야기한 예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증액분을 두고 정부와 여야가 줄다리기 하는 일은 매년 있어왔다. 하지만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의 본회의 상정을 시도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이러면 판이 깨질 수밖에 없다. 야당 입장에서 반영해야 할 증액분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전략이다. 야당이 얻을 게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다.

2일 정기회 제14차 본회의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주당의 감사원장 탄핵안 보고와 관련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2일 정기회 제14차 본회의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주당의 감사원장 탄핵안 보고와 관련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그러나 상황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를 따지자고 한다면 정권의 책임을 완전히 빼고 얘기하긴 어렵다. 가령 이번 사태의 핵심인 검찰의 특수활동비 문제를 아예 몰랐다면 모르겠다. 그러나 법원이 내역을 공개하도록 한 명령조차 검찰이 불성실하게 이행하면서, 이건 외면할 수 없는 사안이 됐다. 국회는 증빙이 가능하면 특활비 예산을 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법무부와 검찰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주요 원인이다.

일각에선 검찰 특수활동비는 문제 삼으면서 왜 국회 특수활동비는 그대로 두냐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국회 특수활동비도 문제가 된다면 줄이든지 없애는 게 맞다. 다만 이미 여야는 2018년에 연 63억 원에 달했던 특활비를 현재 9억 8천만 원 수준으로 줄였다. 이후 앞서의 검찰과 같은 특수활동비 논란 같은 일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검찰의 경우는 문제가 되는 사안이 있으니 국회가 이에 대응을 하는 것인데, 여기서 국회 특수활동비 얘기를 왜 꺼내는 건가? ‘검찰 특수활동비를 없앨 거면, 국회 특수활동비도 없애라’는 게 아니라, ‘국회 특수활동비가 있으니 검찰 특수활동비도 살려내라’는 거 아닌가? 그런 우격다짐이 어디 있나.

어쨌든 협상은 필요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우원식 국회의장은 10일까지 합의를 요구하며 예산안 상정을 미뤄 놓은 상황이다. 감액안을 덜렁 처리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니 여야가 서로를 탓하며 딴청 피우는 것보다 증액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제대로 논의하는 게 옳다. 다만 10일에 합의가 될지는 미지수다. 10일은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합의한 날이기 때문이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일정을 더 늦출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지금은 밀어 붙이는 능력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입증하는 게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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