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찰이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재수사에 돌입한 지 한 달 만에 '육성 통화녹음 파일'이 등장했다. 김건희 씨가 주가조작 사실을 사전에 인지한 정황으로 '스모킹건'(결정적 증거)라는 게 중론이다.
검찰이 지난 4년여 동안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체 무엇을 했느냐는 언론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반면 조선일보와 검찰은 '문재인 정부'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정부 시절 '문재인 정부 검찰이 탈탈 털었다'는 프레임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 검찰을 옹호했다.

지난 17일 언론보도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재수사 중인 서울고검이 김건희 씨 육성파일 수백 개를 확보한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고검은 주가조작에 동원된 김건희 씨 명의의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2009년부터 약 3년 동안 통화한 녹음파일이다.
녹음파일에 김건희 씨가 증권사 직원과 통화하며 '계좌를 블랙펄(주가조작 일당)에게 맡기고 수익 40%를 주기로 했다' '그쪽에서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에서 김건희 씨 계좌가 통정매매(짜고 치는 거래)에 사용된 사실이 확인된 상황이다.
해당 사건을 4년 넘게 추적·보도해 온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18일 기사<[현장에서] '스모킹건' 김건희 육성, 검찰은 왜 이제야 내놨나?>에서 검찰이 이번 '김건희 육성파일'을 과거 확보해놓고 재수사 단계에 이르러서야 공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심 기자는 "4년 동안 이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은 왜 이 결정적인 스모킹건을 확보하지 못했을까. 김건희의 '사전 인지' 여부가 수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건인 상황에서도 검찰은 증권사 직원과 김건희 씨 사이의 매매 녹취를 확보할 생각조차 안 한 걸까"라며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기록을 공개했다.
검찰 수사기록에서 김건희 씨가 거래한 5개 증권사의 '매매보조자료 녹음파일'이 확인된다. 별권 20-③은 ‘매매보조자료 녹음파일 녹취서 -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DB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라고 돼 있다. 검찰이 9개 증권사를 압수수색한 시점은 2021년 9월 6일이다.
심 기자는 "검찰발 기사들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에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해 해당 녹음파일을 확보했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새로 확보한 것은 2021년에는 확보하지 못한 자료일까"라며 두 가지 경우의 수를 제시했다. ▲2021년 9월 6일 미래에셋을 압수해 ‘매매보조자료 녹음파일’을 확보했지만 유독 김건희 녹음 파일만 발견하지 못했다 ▲2021년 9월 6일 미래에셋 압수수색에서 김건희 녹음 파일을 확보했지만 수사에 활용하거나 재판에서 공개하지 않았다. 특검이 출범하자 새로 발견한 것처럼 언론에 알렸다는 지적이다.
19일 언론에서 성향을 불문하고 검찰의 '김건희 부실수사'를 비판하는 사설이 이어졌다.
경향신문 <이제사 나온 김건희 주가조작 증거, 부실수사도 다 밝혀야>
한겨레 <김건희 ‘도이치’ 녹음파일 확보, 검찰 4년 동안 뭐 했나>
한국일보 <5년 만에 찾은 김건희 '주가조작' 녹취… 검찰의 직무유기다>
세계일보 <김건희 재수사 한 달 만에 증거 확보, 이러니 檢 못 믿는 것>
동아일보 <특검 뜨니 “김건희 육성 파일 확보”… 檢, 4년간 뭐 하다가>
중앙일보 <재수사 한 달 만에 나온 ‘김건희 녹음’…4년 수사 뭐했나>
조선일보 <4년간 안 나오다 재수사 한 달 만에 나온 金 녹음 파일>

경향신문은 "4년 넘게 찾지 못한 증거가 재수사 한 달만에 나왔으니 이런 우연이 없다. 권력 교체기 독립성을 상실한 정치검찰의 생존 본능이 낳은 결과물"이라며 "정권이 바뀌지 않고, '김건희 특검'이 없었다면 필시 파묻혔을 것이다.(중략)민중기 특검은 김 씨의 각종 비리 의혹에 더해 검찰의 부실 수사도 철저히 규명해 관련자 모두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10월 김건희 씨 주가조작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고 브리핑에 나선 검사를 거론했다.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전 서울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등이다. 한겨레는 "무능한 탓인가, 아니면 봐주려고 작정한 것인가"라며 "이창수 지검장과 조상원 차장이 서둘러 사표를 내고 도망친 이유는 이런 상황을 피하려던 것인가.(중략)세 사람이 헌법재판소 탄핵 법정에서 뻔뻔하게 책임을 회피하던 광경은 역사에 박제돼 남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바로 찾을 수 있었던 증거를 방치한 결과, 대통령 부인의 주가조작 의혹이라는 희대의 사건이 그대로 묻힐 뻔했다"며 "서울중앙지검 수사는 해도 해도 너무한 부실 수사다.(중략)이 정도면 '봐주기'를 넘어 '직무유기'를 의심할 상황"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이런 식으로 정권의 눈치나 보며 부실 수사를 일삼으니 국민의 불신을 받는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검찰청을 해체하자'는 무리한 주장이 나오는 것도 모두 검찰의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김 여사의 계좌 3개가 주가 조작에 쓰인 건 진작에 파악된 사실이었다"며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다른 두 계좌와 달리 미래에셋 계좌에 대해선 거래 내역만 봤을 뿐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 기록은 확보하지 않았다고 한다.(중략)특검은 김 여사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함께 검찰의 부실 수사 경위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녹음파일은 서울중앙지검이 과거 4년여간 벌였던 수사가 얼마나 한심하고 부실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물"이라며 "이전 수사팀은 도대체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권'을 탓했다. 조선일보는 "이 수사는 애초 문재인 정권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시작한 수사였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문재인 정권 검찰도 이 증권사 통화 녹음 파일을 압수수색하지 않았다"며 "무능했거나,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하지 않은 ‘봐주기 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권 검찰은 1년 반 넘게 수사했지만 김 여사 관여 여부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결혼 이전의 일이라 권력형 비리가 아니어서 기소든 불기소든 빨리 결론을 내리면 될 일이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기사 <김여사 녹음 파일 왜 이제야… 압수수색 해놓고 '통화 내역' 안봤다>에서 한 검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수사팀이 선별적으로 강제 수사를 했고, ‘윤석열 정부’ 수사팀도 전임 수사팀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면서 "고의는 아니었겠지만 4년 6개월이라는 수사 기간과 국민적 관심 사안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실 수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 여부도 수사 진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며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시절, 윤석열 당시 총장의 배우자 사건이어서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은 배제됐으나, 서울고검으로 넘어오면서 심우정 총장의 수사 지휘권이 회복됐다"고 했다. 한 검찰 간부는 조선일보에 "수사팀이 대검 지휘를 받으면서 수사하면 놓쳤던 부분을 한번 더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를 두고 검사 출신 김규현 변호사(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변호인)는 SNS에 "애쓰십니다 정말"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윤석열이 취임하자마자 문재인 정부 김건희 주가조작 수사팀을 교체하고 사건을 3년간 뭉갰는데 윤석열 파면 이후 복귀한 원 수사팀이 김건희 육성 녹음을 추가로 찾아냈구나'라고 생각해야 정상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검찰총장 지휘권을 박탈하는 바람에 부실수사가 이뤄졌고, 이번에 지휘권을 회복한 심우정 검찰총장이 추가 녹음파일을 찾아냈다!'고 생각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지적이다.
지난달 23일 월간중앙은 기사 <“김건희 본격 수사는 대선 이후…잔인한 6月 될 것”>에서 "이 사건의 수사팀은 크게 1차와 2차로 나뉜다. 1차 수사팀의 활동은 이 사건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된 2020년 9월부터 시작됐다.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라며 "매뉴얼(수사지휘권 박탈)만 따지면 윤 전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검찰총장은 인사권을 가진 조직의 수장이다. 그리고 검찰은 ‘인사가 만사’인 조직"이라고 짚었다. 윤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서울중앙지검장, 2019년 7월부터 2021년 3월까지 검찰총장을 역임했다. 2021년 7월부터 유력 대선 후보로서 정치활동을 했다.
월간중앙은 "검찰에선 한 번 총장이면 영원한 총장이다. 그런 대선배가 유력한 대선 후보가 되어 아내를 감싸는 발언을 했다. 비공식 수사 가이드라인이 내려진 셈"이라며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선배가 대통령이 됐다. 수사팀은 이내 최종 인사권자의 뜻대로 싹 물갈이됐다. 김 여사의 주가 조작 연루 정황을 재판에서 공개한 1차 수사팀은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정부 시기 '문재인 정부 수사'를 이유로 김건희 씨와 검찰을 옹호하는 논조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죄가 된다면 문재인 정권 때 친여 검사들이 벌써 기소했을 것(2022년 9월 4일) ▲문재인 정부는 대선 때 친문 성향 검사들을 투입해 1년 이상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수사를 했지만 밝혀진 혐의가 없었다(2022년 9월 6일) ▲문재인 검찰은 10여 년 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도 다시 끄집어냈으나 김 여사를 기소하지 못했다(2024년 2월 1일) ▲김 여사에 대한 혐의를 찾지 못해 기소도 못 했다. 이후 지금까지 새로 나온 단서도 없다(2024년 7월 22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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