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직무대행 김태규, 이하 방통위)가 TBS의 정관 변경 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방통위는 '지배구조 변경'의 내용을 담고 있어 통상적이지 않다며 위원회의 심의·의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시 말해 현 '1인 체제' 방통위로는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 위임전결 세칙상 방송사 정관변경 신청접수·허가 통지는 과장 전결 사항이다.

서울시가 TBS에 개입할 수 있는 모든 법적·행정적 근거가 사라졌지만 정관은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규정돼 있다. TBS는 '서울시 지원 폐지 조례' 시행으로 출연금이 끊기고, 서울시 출연기관 지위도 해제돼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 TBS 출범에 관여했던 방통위가 고사 위기에 놓인 TBS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사진=연합뉴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사진=연합뉴스)

25일 방통위는 "금일 TBS가 지난 8월 28일 신청한 정관변경 허가건을 반려했다"고 밝혔다. 이날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본 정관 변경은 내부조직 개편이나 법인 명칭 등을 변경하는 통상적인 경우와는 달리 지상파 사업자 지배구조의 변경을 철회하는 사안"이라며 "법리 자문 등 검토 결과, 본 정관 변경은 TBS의 지배구조와 사업 운영에 관한 본질적인 사항을 변경하는 내용이고 이는 재허가 사업계획서 주요내용 변경·승인, 또는 경영권 실질적 지배자 변경·승인 등에 해당하므로 방통위의 심의·의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직무대행은 "현재 방통위가 1인 체제로 운영됨에 있어 본 건과 같은 사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없는 사정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방통위가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적으로 운영되기를 희망하고, 향후 방통위의 기능이 정상화되면 이 사안에 대해서도 바람직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TBS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민법상 비영리법인에 맞게 정관을 개정하는 안건을 의결하고 방통위에 허가를 신청했다. 서울시 출연기관 지위가 정관에 반영돼 있으면 민간에서 기부금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TBS는 기부 의향이 있는 2~3곳의 기부처와 협상을 타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관 변경이 이뤄지지 않아 협상과 기부 이행이 난망하다고 한다. 

TBS 관계자는 미디어스에 "이대로라면 최악의 상황 때는 10월 폐업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성구 TBS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25일 직원 임금체불 사태를 앞두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에 앞서 직무대행은 전 직원 해고를 예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김 직무대행은 TBS가 존폐 위기를 맞는 과정에서 방통위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그 책임을 서울시와 정치권으로 돌렸다. 김 직무대행은 '정관 변경이 정말 어렵냐'는 취재진 질문에 "TBS 직원들의 어려운 사정은 저 역시 안타깝고 마음이 좋지 않다"면서 "사실 이 상황이 올 때까지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이나 영역이 없었다"고 했다.

김 직무대행은 "(TBS에 대한)재원 차단은 서울시 결정인데 저희가 관여할 수 있나. 물론 우려는 표명한 것으로 알지만 역시 저희가 결정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했다. TBS 출연금 지원 중단은 국민의힘이 과반을 차지한 서울시의회의 'TBS 폐지 조례' 처리로 이뤄졌고, 방통위의 우려 표명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위원장 체제에서였다. 

김 직무대행은 "2인 체제든 5인 체제든 방통위가 기능할 수 있는 상태였으면 좋았을텐데, 그 직전에 (이진숙 위원장)탄핵까지 이뤄지면서 2인 체제조차 가능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TBS 직원들의 어려움 이상으로 저희도 무기력함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김 직무대행은 "저희가 역할이 있었으면 왜 안 했겠나. 안 할 이유가 없다"며 "그런데 지금 저희가 할 수 있는 손발이 묶였다고 보면 된다. 손발 묶인 사람이 어떻게 도와줄 여력이 생기겠나"라고 했다. 

하지만 '미디어재단 TBS' 설립에 관여했던 방통위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TBS의 공적재원 구조가 무너지는 동안 시청자 권리를 위해 대안을 모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5일 'TBS 폐국 위기에 대한 입장'을 내어 "방통위는 2019년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이 출연기관 독립법인인 '미디어재단 TBS'로 전환할 때 방송의 공정성·공공성, 독립적 지배구조, 재원 안정성 등을 중점 심사해 허가했다"며 "하지만 서울시의회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원조례를 폐지해 재정지원을 끊는 과정에서 관리감독기관의 역할은 내팽개쳤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2022년 12월(한상혁 방통위원장 체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TBS 지원조례 폐지안 재의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전달한 게 유일하다. 당시 방통위는 서울시가 별도 서약서를 통해 '변경허가 신청 서류는 국민과 정부와의 공적 약속임을 서약'하며 성실한 이행을 약속했다는 사실까지 공개했다"며 "더군다나 방통위는 TBS 정관에 따라 당연직 이사 2인을 추천해왔다. TBS에 대한 방통위 책임이 더 막중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지금 방통위가 할 일은 주무관청으로서 TBS 공영성과 공공성을 유지·강화하고, 서울시의 TBS에 대한 공적 약속 이행여부를 엄정하게 점검하고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TBS 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TBS 지부 노조원 등이 TBS 폐지 조례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팻말을 들고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28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TBS 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TBS 지부 노조원 등이 TBS 폐지 조례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팻말을 들고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명을 내어 "올해 마지막 기부금 지정단체 신청이 10월 10일로 임박한 이때 방통위의 정관 변경 허가 반려는 알아서 폐업 신고를 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라며 "무책임과 기만으로 TBS를 말살하려는 방통위에 경고한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방송을 계속하겠다는 TBS 노동자의 의지를 꺾은 이번 결정을 즉시 철회하라"고 했다.

언론노조는 "방통위는 '정관 변경 건이 통상적인 경우와 달리 지배구조와 사업운영 등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을 변경하는 사항'이라고 했다"며 "2022년 11월 서울시의회가 TBS 지원조례 폐지를 의결한 이후 무려 1년 10개월이 되도록 무엇을 했는가. 조례 폐지 자체만으로도 지배구조와 사업운영의 변경이 예상되었으나 방통위는 어떤 의견도 피력하지 않고 오직 공영방송 해체와 언론장악에만 몰두했다"고 했다. 

언로노조는 "또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헌재의 탄핵 심판을 앞둔 직무정지 상태로 어떤 의결도 할 수 없고, 재허가 심사도 언제 의결할지 알 수 없는 상태임을 김 직무대행은 모르는가"라며 "이토록 뻔뻔한 방통위의 작태가 이뤄진 배경은 누가 보아도 분명하다. 황금 주파수 대역 두 개를 오직 대통령 지지율 제고를 위한 스피커로 쓰기 위해 입맛에 맞는 사업자에게 주겠다는 의도가 아닌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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