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명박 정부 이동관 홍보수석실의 '언론장악 문건' 보고는 국정원에서 파견된 청와대 행정관의 역할로 '수석'에게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동안 '국정원 언론장악 문건'과 관련해 "지시한 적도, 보고 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을 유지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그런 보고서를 처음 한 두번 가져오길래 제가 가져오지 말라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비서관·보좌관 보고라인 실명이 거론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1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국정원 언론장악 문건' 보고 라인을 지목했다 (자료제공=윤영찬 의원실)

18일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산하 비서관실, 행정관 인원 수 등을 질의했다. 이 후보자는 홍보수석실 산하에 4개 비서관실이 있고, 행정관만 80명인데 일일이 어떻게 기억하냐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는 국정원 파견 행정관의 존재를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행정관은 한 (비서관)실에 많아야 4~5명이다. 나머지는 행정요원"이라며 "황재웅 행정관 기억하나. 국정원에서 파견되어서 왔다"고 질문했다. 이 후보자는 "저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노무현·김대중 정부에서 홍보수석실에 국정원 파견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처음으로 파견한 것"이라며 "저도 청와대에서 근무했지만 국정원에서 파견을 받기 위해서는 수석이 동의·사인을 안 하면 안 된다. 그런데 지금 모른다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글쎄, 황 누구라는 사람 얘기를 했는데 그 사람의 존재를 그때는 진짜 몰랐다"며 "최근에 얘기를 들었다. '아 그런 사람이 와 있었다'고"라고 답했다. 

윤 의원은 "황재웅 행정관 진술을 보면, 홍보수석실 내 유일한 국정원 파견관이었기 때문에 뉴미디어비서관실을 포함한 홍보수석실 내 여타 비서관실과 국정원의 업무연락을 맡았다고 얘기한다"며 "거짓말인가? 이분이 한 일은 매일매일 연풍문(이명박 정부가 설치한 청와대 내방객 시설)에 가서 ▲데일리보고서 ▲기획보고서 ▲주문보고서 문서를 받아 수석님 직속 김바른 보좌관에게 데일리보고서와 기획보고서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이건 아무한테도 주지 않는다. 황재웅 행정관은 뉴미디어비서관실에 속해 있으면서도 비서관한테 '이 보고서 관심 가질 필요 없다'고 얘기한다"며 "홍보수석한테만 가는 문서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저는 그런 문서 본 기억이 별로 없다"고 했다. 

윤 의원은 "주문보고서는 모두 다 박흥신 언론비서관, 김건호 행정관을 통해 지시했다"며 ▲김제동 등 일부 연예인의 수면마취제 중독설 점검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등 국정원 문건이 '주문보고서'에 포함돼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런 내용들 다 박흥신 비서관으로부터 받아서 국정원에 연락하면, 거기서 보고서를 가져오는 것"이라며 "그걸 다시 박흥신 비서관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은 "황재웅 행정관의 보고에 보면 ▲데일리보고서 ▲기획보고서는 수석님만 보는 것인데, 수석님만 보는 보고서 중 의문사항이나 수정요청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박흥신 비서관을 통해 다시 내려오는 것"이라며 "그 얘기는 후보자가 수석할 때 그걸 다 보고 있었고, 그 보고를 받아 박흥신 비서관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거꾸로 주문보고서는 국정원에서 작성해 황재웅 행정관, 박흥신 비서관을 통해 수석에게 올라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오른쪽)이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이 후보자는 "그런 과정을 추정할 수 있다"면서 "지금 말한 여러 인물들 모두 검찰에 가서 엄중한 조사를 받았다. 그중 어디에도 저에게 직접 보고를 했거나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솔직히 제가 이렇게 말하면 기관을 모욕하는 것 같아 안 하려고 했는데, 그런 보고서를 처음 한두 번 가져오길래 제가 가져오지 말라고 그랬다"며 "참고가 되지 않는 내용들뿐이었기 때문이다. 그 뒤에는 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지목한 국정원 문건에 담긴 내용은 ▲좌파 연예인들 간 프로포폴·마약류 유포 실태 파악 ▲좌편향 진행자 퇴출 및 고정출연자 교체 권고 ▲지방선거 앞두고 공정보도 분위기 조성을 위한 계도활동 강화 ▲방송사 선거기획단에 좌편향 기자들이 침투, 실효성 있는 제재방안 강구로 건전보도 유도 ▲건전매체 및 보수단체들과 협조해 선거보도 감시단체 조직화 ▲좌편향·무능·무소신 비리연루 기준 인사대상자 색출 ▲OOO, 정연주 전 사장 추종인물로 반정부 왜곡보도 ▲◇◇◇, 좌편향 PD들과 편파방송 획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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