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과거 민간인 신분으로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참석하는 행사에 KBS 인기드라마 출연진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출연진 참석을 요청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의 동아일보 기자 시절 보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군 위안부가 줄어드는 것이 문제', '게이바는 저질문화 오염의 통로' 등 왜곡된 성 인식을 보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10년 9월 18일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나눔문화대축제에 참가, KBS 드라마 출연 배우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e영상역사관 국가기록사진)
2010년 9월 18일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나눔문화대축제에 참가, KBS 드라마 출연 배우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e영상역사관 국가기록사진)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 후보자에게 서면 질의를 통해 "'2010 나눔문화대축제'라는 청와대 행사에 KBS 드라마 제작진이 동원됐다. 당시 인기 절정이었던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출연진(전인화·윤시윤·유진·이영아 배우)을 불러 애장품 기부행사를 진행했다"며 "후보자는 당시 홍보수석을 사임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KBS와 행사 참석을 협의했다고 자서전에 기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 의원은 "KBS의 누구와 어떤 협의를 진행했나"라며 "공직자가 아닌 사람이 청와대 행사를 추진하고 공영방송사에 참석을 종용한 것은 국정농단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오래 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기획과정에서 원활한 행사를 위한 자문을 하였을 뿐 공영방송사에 참석을 요청한 바 없다"고 답했다.

2010년 9월 열린 '제1회 대한민국 나눔문화대축제'는 보건복지부·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후원하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사회복지공동모금회·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한국방송협회 등이 주최측으로 참여한 행사다. 나눔을 주제로 열리는 국내 최대규모 행사로 소개됐다.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참석해 KBS <제빵왕 김탁구> 배우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이 후보자가 동아일보 기자 시절 미군 기지촌 경제 불황의 근거로 위안부 수를 지표로 제시하며 '미군 위안부가 줄어드는 것이 문제'라고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또 민 의원은 이 후보자가 게이바를 '저질문화 오염의 통로'라고 보도한 바 있다고 했다. 민 의원은  "미군 위안부가 줄어드는 것은 경제 불황이고, 게이바는 저질 문화라는 입장은 후보자가 된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방통위원장 후보자로서 답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2016년 1월 극동방송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두고 '개인들이 많이 농락당했지만 전체적인 국가가 뒷걸음질 치면 안되지 않냐'는 질문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답한 바 있다. 

민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성소수자의 방송출연에 대한 견해, 방송인의 커밍아웃(성소수자 스스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 후보자는 "특별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민 의원은 역사·외교 인식에 관한 질문을 이어갔다. 민 의원은 "과거 기사를 통해 전두환·노태우 체포에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의문과 '감정과 중첩되는 결정'이라는 평가를 한 바 있다"며 "당시 후보자는 어떤 결정이 합리적이라고 봤는가? 현재도 당시 생각에 변함이 없는가"라고 질문했다. 이 후보자는 "아사히 신문의 사설을 번역하여 게재한 것"이라고 답했다. 

민 의원은 "후보자는 전두환·노태우 체포에 대해 '적어도 지금까지 쌓아온 한일의 외교관계에 영향이 없도록 해주기를 바란다'는 우려를 표출했다"며 "당시 후보자가 주장한 '외교관계 영향'이란 순영향·악영향 중 무엇인가? 그렇게 생각한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방통위원장 후보자로서 답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 의원은 "현민 빈소사건에 대해 '우리나라 헌법을 기초한 학계의 원로이며 고려대 총장을 역임하였다'는 사실을 보도한 사실이 있다"며 "당시 빈소사건의 원인은 고인이 친일 인명사전에 올라갈 정도로 친일행적과 전두환 정권의 국정자문위원 경력이었다. 후보자가 친일 행정과 전두환 정권의 부역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방통위원장 후보자로서 답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현민'은 유진오 박사의 호다. 1987년 8월 유 박사 사망 당시 고려대학교는 빈소를 마련하고 추모식을 열었다. 당시 고려대 일부 교수와 학생들은 '고려대가 친일행위자·국정자문위원의 빈소가 될 수 없다'며 빈소 철거 시위를 벌였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