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 이사장 표완수)이 신문 열독률 조사가 포함된 '2023 언론수용자 조사'에 대한 입찰공고를 취소했다. 언론재단은 열독률 조사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열독률 조사는 정부가 한국ABC협회 인증 부수를 믿을 수 없다며 내세운 정부광고 집행 기준이다. 하지만 응답자 기억에 의존한 표본조사, 오차범위 내 결과로 변별력 상실, 조사 데이터 불투명성 등 신뢰도에 문제가 불거져 '엉터리 조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광고 지표에 사회적 책무 지표가 반영되면서 열독률 1위 조선일보가 15위로 내려앉는 등 주요 매체의 순위도 하락했다. 최근 언론재단 임원에 조선일보·중앙일보 출신이  부임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스)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스)

언론재단은 지난 18일 최근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 나라장터에 긴급으로 올린 '2023 언론수용자 조사' 입찰공고를 취소했다. 해당 사업의 예산은 13억 원에 달한다. 

언론재단은 언론수용자 조사 입찰공고를 취소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과업 내용을 변경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변경하는 과업의 내용을 묻자 언론재단 관계자는 "이게 열독률 조사까지 포함되어 있는데 샘플(표본)이 5천명이었다가 5만명이 되었다가 차이도 있고, 일치도도 문제가 있고 해서 전반적으로 논의를 다시 한 번 하자라고 한 상태"라고 말했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사업(입찰공고)은 그냥 기존에 관행대로 올라갔고, 논의할 시간이 부족해서 지금 논의를 시작했다. 과거에 문제가 제기됐던 것을 저희가 알고 있다"며 "논의 결과 최종적으로 다시 그냥 올릴 수도 있고, 아직 협의가 덜 이루어진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다시 한 번 검토해보자는 정도까지 의견 정리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열독률 조사란 '지난 1주일 동안 읽은 종이신문의 이름(신문 제호)은 무엇입니까?'를 독자들에게 묻는 일종의 여론조사다. 지난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언론재단은 신문 유료부수 조작 의혹을 계기로 한국ABC협회 인증 부수의 '정책적 활용'을 중단, 열독률 조사를 정부광고 집행의 '핵심 지표'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ABC협회 인증 부수는 정부광고 집행의 '참고 자료'에 불과한 것이었으나 문체부와 언론재단은 열독률 조사가 정부광고 핵심 지표로 ABC협회 인증 부수를 대체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열독률 조사의 표본을 기존 5천 명에서 5만 명으로 늘리고, 관련 예산을 10억 원대로 대폭 확대했다.

하지만 2021년 첫 조사부터 영업장 독자가 표본에서 누락되고, 부수가 많게는 수만부에 이르는 일부 신문의 열독률이 '0'으로 집계되는가 하면, 집계된 수치가 변별력이 없어 신문업계의 비판을 샀다. '2021 신문잡지 이용조사 보고서'에서 공개된 신문별 열독률은 상위 5개 매체를 포함한 수백개의 신문사 모두에서 오차범위 문제가 발생했다. 소수점 이하 4자리까지 내려가는 열독률 통계에서 오차범위가 ±0.43%p였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신문협회·한국지방신문협회·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공동성명을 내어 "열독률 조사는 타당성과 신뢰성을 상실했다"며 정부광고 집행 지표로 삼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언론재단은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던 2021년 열독률 조사결과를 지난 2월 삭제했다. (관련기사▶언론재단, '2021 신문 열독률' 보고서 공개했다 삭제)

2022년 조사에서도 2021년과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언론재단은 신문사 광고영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2022년 매체별 열독률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미디어스는 2022년 열독률 조사 결과(효과성, 60점)와 언론의 사회적 책무 조사 결과(신뢰성, 40점)를 합산해 100점 만점 기준으로 환산한 점수표인  '2023 신문 광고지표 자료'를 입수했다. 

자료에는 총 410여 개 신문사의 점수가 기재돼 있다. 언론재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종이신문 업체는 1313개다. 약 900개 신문사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이 나오지 않아 열독률 '0'을 기록하고 조사 대상에서 배제됐다. 언론재단은 '2022 언론수용자 조사보고서'에서 "열독신문 유형별 점유율에 대해서는 발행이 확인되지 않은 제호를 제외하고 비율을 계산했다"고 했다. 열독률 조사에서 현재 발행되지 않는 신문사를 거론한 응답도 나온 것으로 보인다. 

열독률 조사는 5개 구간으로 나뉘어 5점씩 차등 점수가 매겨졌다. 1구간 60점, 2구간 55점, 3구간 50점, 4구간 45점, 5구간 40점이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는 열독률 조사에서 1구간을 상향해 점수를 적용받는다. 사회적 책무 지표는 ▲언론중재위원회 중재 결과(20점) ▲신문윤리위원회 서약참여여부(6점) ▲신문윤리위원회 심의 결과(4점) ▲광고자율심의기구 심의결과(4점) ▲편집위원회 설치 운영(3점) ▲독자권익위원회 설치운영(3점) 등으로 이 역시 구간별로 차등 점수가 적용된다. 

배점 방식이 이렇다보니 최고 98점부터 최저 71점 사이에 410여개 언론사들이 나열돼 있다. 공동 1위 2개사, 공동 3위 2개사, 공동 5위 2개사, 공동 7위 5개사 등으로 순위가 갈리며 순위 간 점수 차이는 대체로 1점이다. 각 부문 배점이 어떤 자료를 근거로 매겨졌는지는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열독률 1구간에 속한 신문사는 모두 60점을 받지만 각 신문사의 열독률 수치는 다르다. (관련기사▶[단독] 열독률 1위 조선일보, '정부광고지표' 순위는 15위)

지난 2021년 7월 8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ABC협회에 권고한 제도개선 조치사항에 대해 최종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1년 7월 8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ABC협회에 권고한 제도개선 조치사항에 대해 최종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2022년 열독률 1위를 기록한 조선일보는 언론재단이 정부광고주에게 제공한 '광고지표' 자료에서 15위로 밀려났다. 사회적 책무 지표에서 감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열독률 조사에서 2위를 기록한 중앙일보는 사회적 책무 지표 감점으로 종합 3위로 밀려났다.

지난달 14일 문체부 승인으로 3명의 언론재단 상임이사(본부장)이 임명됐다. 정부광고를 총괄하는 본부장 자리에 정권현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임명됐다. 정 본부장은 조선일보에서 법조팀장, 사회부 차장, 사회부장, 편집부국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한 뒤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으로 활동했다. '언론수용자 조사'를 비롯해 각종 연구와 언론지원을 총괄하는 미디어본부장에 남정호 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가 임명됐다. 남 본부장은 중앙일보에서 사회부 법조팀, 런던·브뤼셀·뉴욕특파원, 논설위원, 칼럼니스트 등을 역임했다. 

한편, 정부광고는 열독률 조사 결과대로 집행되지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2021년·2022년 정부광고비 집행액 신문 부문 상위 5개 매체를 비교해보면 순위 변동이 거의 없다. 동아일보, 중앙일보, 매일신문, 조선일보 순은 같고 5위만 강원일보에서 매일경제로 순위가 바뀌었다. 2022년 정부광고 집행에 반영된 2021년 첫 열독률 조사 결과 상위 5개 매체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농민신문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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