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 이하 문체부)가 활용 중단을 선언했던 한국ABC협회의 유료신문 부수를 다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 

문체부는 ABC협회 신문부수 조작 의혹을 계기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표완수, 이하 언론재단)을 통해 열독률·구독률 조사라는 새 지표를 마련했지만,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신문업계·학계 등에서 제기돼 왔다. ABC협회에 '사망선고'를 내렸던 정부가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정책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다. 신문부수, 열독률·구독률 등은 정부광고 집행의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지난해 7월 8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ABC협회에 권고한 제도개선 조치사항에 대해 최종 이해 여부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월 8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ABC협회에 권고한 제도개선 조치사항에 대해 최종 이해 여부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디어스 취재 결과 문체부 미디어정책국은 지난달 말경 임종건 한국ABC협회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문체부 측은 ABC협회의 운영·지표 개선이 얼마만큼 이뤄졌는지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문체부는 추가적인 개선·권고사항을 언급했고, ABC협회는 조치 계획서를 문체부에 제출했다고 한다. 또 최근 문체부는 ABC협회에 부수보고 내역, 인증위원회 구성과 명단, 재무제표 등 각종 현황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 이하 방통위)에서 ABC 유료신문 부수 지표의 '정책적 활용 중단' 방침이 바뀌는 기류가 있어 문체부와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방통위는 문체부의 ABC 유료부수 폐기 방침에 따라 종합편성채널 시청점유율 산정 시 ABC협회 자료만을 고려해야 한다는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방통위는 종편 시청점유율에 신문 구독률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김효재 상임위원은 "문체부가 ABC 부수인증 문제를 제기하면서 우리 시청점유율 산정에 여파가 왔다"면서 "언론재단에서 표본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만들고, 올해 우리는 시청점유율 조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ABC협회는 믿을 수 없다하니 조문을 바꿔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재 상임위원은 "샘플링 조사가 전수조사보다 더 정확할 수는 없다. 특히 정부가 ABC협회 (지표를)사용하는 것은 지역·중소신문에 대한 정부광고집행의 근거였는데, (언론재단의)열독률 조사를 하게 되면 중소신문은 '제로(0)'로 나올 수 있다"면서 "지난해 문체부가 이걸 할 때 위험성 지적이 있었는데 여기까지 왔다. 중소·지역 신문을 돕기 위한 정부 정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효재 상임위원은 "제가 알기로 문체부 입장이 조금 달라진 것으로 안다. 시행령 개정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사무처가 깊이 인식하고 문체부와 협의하라"고 당부했다. 

한국ABC협회 CI (사진=freeimages)
한국ABC협회 CI (사진=freeimages)

방통위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김효재 상임위원의 발언과 지표 활용 계획에 대한 질문에 "(ABC협회와 언론재단 중)어디로 하든 저희가 지표를 쓸 수 있게끔 조문을 정리한 것"이라며 "문체부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 그 사이 개선이 있어서 문체부에서 ABC협회를 추천해주면 쓸 수 있고, 언론재단을 추천한다면 그것도 쓸 수 있게끔 시행령을 개정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문체부가 ABC 부수 지표 활용을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업계 안팎에 퍼져있다. 

하지만 문체부는 검토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저희 입장에 변화는 없다. 언론재단에서 열독률 조사를 할 것이고, 그것을 활용할 계획"이라며 방통위 시청점유율 산정에도 언론재단 열독률 조사가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재단 조사 신뢰도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조사방식 등에 대해 협회 등을 통해 매체사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재 상임위원은 통화에서 "(본인이) 문체부 입장이 바뀌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검토하지 않았다'는 문체부 입장과 관련해 김효재 상임위원은 "그 사람들 말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라고 했다.

이와 별개로 일부 지자체는 언론재단의 열독률 조사를 정부광고 집행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고 보고 ABC 부수 지표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A 지자체 '2022년 언론매체 행정광고 집행기준' 보고서에서 ▲"정부광고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문체부가 정부기관등에게 홍보 매체 선정을 위해 제공하는 참고자료를 기존 부수에서 구독률·열독률 등으로 변경" ▲"해당 참고자료 검토 결과 일부 인쇄매체 조사결과 누락 및 매체의 60% 이상 동일 등급으로 광고비 산정을 위한 평가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 검토가 필요" 등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A 지자체는 "제도 개선 초기 단계임을 감안, 효과적인 광고 집행을 위해 전년도 평가지표(ABC 부수 지표)를 유지"라고 결정했다. 

B 지역의회의 경우, 정부광고 집행을 위해 지역매체들에게 ABC 부수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기존에 ABC 부수 인증을 받지 않았던 해당지역 매체들이 ABC협회에 가입해 실사를 받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황성운 문체부 미디어정책국장(왼쪽)과 김영주 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이 2021년 신문잡지 이용조사 결과 
지난 1월 황성운 문체부 미디어정책국장(왼쪽)과 김영주 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이 2021년 신문잡지 이용조사 결과(열독률 조사)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체부는 지난해 7월 ABC 부수 지표의 신뢰성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정책적 활용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공표했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ABC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ABC 협회에 지원했던 공적자금 45억원을 환수하고, 언론재단에서 이용자 5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었던 이용자 열독률·구독률 조사를 5만명 대상 조사로 확대해 정부광고 집행 기준으로 삼았다. 이를 두고 'ABC협회 사망선고'라는 언론보도가 뒤따랐다. 

ABC협회 부수 조작 의혹은 특정매체에 대한 정부광고 과다 집행 문제를 드러냈다. 그동안 유료신문 부수는 정부광고 집행의 절대적 지표로서 인식됐다. 그러나 ABC 부수, 언론재단 열독률 조사 결과, 모두 정부광고 집행의 '참고자료'일 뿐이다. 정부 광고는 광고주(정부)와 매체 간 협상을 통해 정해진다. 

또한 '구독자 조사'인 언론재단 열독률 조사에 대해 지역·중소신문을 사장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구독자 중심의 샘플링 조사가 신문산업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발표된 언론재단 열독률 조사 결과 '1위 조선일보' 등 부수량과 인지도가 높은 신문들이 상위권에 오르는 결과는 변함이 없었고, 지역·중소 신문의 경우 열독률이 아예 잡히지 않거나 부수량과 열독률 간 수치가 정반대로 나타나는 사례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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