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 이사장 표완수)이 2021년 정부광고 집행 시 '핵심 지표'로 활용하겠다며 공개한 신문 열독률 조사결과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언론재단은 미디어스 취재·문의 과정에서 해당 보고서가 공개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열독률 조사란 '지난 1주일 동안 읽은 종이신문의 이름(신문 제호)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하는 설문조사를 말한다. 지난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언론재단은 신문 유료부수 조작 의혹을 계기로 한국ABC협회 인증 부수 대신 열독률 조사를 정부광고 집행의 핵심 지표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ABC협회 인증 부수는 정부광고 집행의 '참고 자료'에 불과하지만 문체부는 열독률 조사를 정부광고 집행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다. 

(사진=미디어스)
(사진=미디어스)

정부광고는 1조 원 규모로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 언론재단은 정부광고에 활용될 열독률 조사 결과를 처음 발표하면서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하지만 언론재단은 올해 열독률 상위 10개 신문사 외에는 공개하지 않았고, 관련 내용은 정부광고주와 신문사에만 제공했다. 

1일 미디어스는 언론재단에 올해 열독률 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문의했다. 이에 언론재단 관계자 A 씨는 열독률 조사결과를 공개한 적 없고, 신문 영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1년 '신문잡지 이용 조사 보고서'에 신문사별 열독률과 구독률이 상세히 기재돼 있었다. 

2일 언론재단 관계자 B 씨는 미디어스에 '신문잡지 이용 조사 보고서'를 찾을 수 없다며 어디에 게재되어 있는지, 어떻게 검색해서 보고서를 보았는지 물어왔다. 해당 보고서는 언론재단 '정부광고 통합지원시스템'(GOAD) 공지사항에서 열람할 수 있다. B 씨는 '언론재단이 공개한 자료를 내리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마 내리게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후 언론재단 홈페이지에서 해당 보고서가 삭제됐다. 언론재단은 "23년 지표자료 업데이트됨에 따라 해당 보고서(2021 신문잡지 이용조사) 미제공"이라고 공지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2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정부광고 통합지원시스템(GOAD) 홈페이지에서 '2021 신문잡지 이용조사 보고서'가 삭제됐다.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언론재단 관계자 C 씨는 '공공기관이 공표한 데이터를 삭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기자가 다행히 발견해주어서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잡지 이용 조사 보고서가 사이트에 게재돼 있는 게 왜 문제인가'라는 질문에 C 씨는 "2021년 당시 ABC협회 문제로 열독률 조사를 대규모로 하게 되면서 (문체부)장관께서 모든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게 공개가 됐다"며 "그런데 공개를 한 이후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제기됐다. 언론사의 명성과 영업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라고 저희가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을 집행하기 위한 지표를 공개하는 것이 신문사의 민간광고 영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된다는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C 씨는 "실질적으로 광고주나 언론사 평판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정부광고 집행과 열독률 조사는 1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과거 데이터가 현재 정부광고 집행이나 언론사의 영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C 씨는 "마치 개인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듯 사업자에게도 보호해야 할 영업상의 데이터가 있다고 저희가 판단한 것"이라며 "과거 데이터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공개된 가장 마지막 데이터이기 때문에 언론사의 영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이터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2021 신문잡지 이용 조사 보고서'. 신문 제호별 열독률이 표에 기록돼 있다.

이어 C 씨는 "열독률이 표본오차 범위 내에 들어가 있는데 데이터를 공개하게 되면 그것을 서열화시킨다. 열독률 조사가 언론사 등수를 매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라며 "지금 지역 언론사들이 '우리가 1등을 했다'는 기사를 내고 있는데 그런 것을 피하려면 데이터를 발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열독률 조사 결과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간접적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열독률 조사 결과가 투명하게 공표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로 볼 수 있다. 언론사들이 앞다퉈 내놓는 '자사 1위' 기사를 외부에서 검증할 근거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C 씨는 "(열독률 공개는)정부광고와 열독률을 연동시키는 정책의 취지와도 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보고서를 올리고 내리고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그 데이터가 살아남아서 계속 돌아다니면 언론사들이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고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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