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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광고는 ‘무상 적금’이 아니다[기고]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 승인 2021.07.15 17:51

[미디어스=심영섭 칼럼] 지난 7월 8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부광고와 정부지원금 집행기준으로 적용했던 한국ABC협회의 신문발행부수 공사자료를 활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배회하던 ‘종이신문 유가부수’라는 유령이 ‘잔지’(판매되지 않고 폐기되는 수송부수)라는 민낯을 드러내면서 나온 결론이다. 이 발표는 신문시장 구조변동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황 장관 발표에 대해 한국ABC협회는 물론 매체사와 유관 직능단체들도 일제히 반발하거나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광고와 공적지원금을 본인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적금(권리)’ 정도로 생각해 왔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언론인들 처지에서도 회사가 있어야 월급이 나올 테니, 이 순간만큼은 사주와 이해관계가 같을 수밖에 없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ABC협회에 권고한 제도개선 조치사항에 대해 최종 이해 여부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과연 신문사들이 정부광고와 정부지원금을 받아온 과정이 정당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광고와 정부지원금은 다른 재원이다. 정부광고로 총칭되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과 정부투자기관 등이 집행하는 광고는 홍보목적의 공공정보도 있고, 공기업이 공고와 광고목적으로 집행하는 광고도 있다. 광고 주체도 제각각이고 예산도 기관별로 나누어져 있다. 한마디로 일괄집행이나 감사가 이루어질 수 없는 예산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매체에서 기관장이나 홍보담당자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여 광고를 유치해갔다. 

행정기관의 무능과 부패, 미숙한 경영이 불투명한 광고비 집행을 견인한 측면도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일수록 일명 ‘눈먼 예산’이 넘쳐난다. ‘악마는 작은 약점’을 파고들 듯, 매체사는 집요하게 약점을 파고들어 광고 집행을 압박해온 관행이 있다. 그래서 행정기관과 공기업들은 광고효과를 알 수 없는 매체사에 보험성 광고를 관행적으로 집행해 왔다. 공공행정이 더 투명했더라면 이러한 문제는 해소되었겠지만, 불행하게도 ‘눈먼 예산’에 기대어 살 수 있는 오염된 토양은 여전하다. 그래서 매체사는 정부광고를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금 정도로 여겨왔다. 

2009년 정부가 공공영역에서 집행하는 광고는 최소한의 자격조건을 갖춘 ‘언론사’에게만 집행될 수 있도록 기준(진입장벽)을 정부광고법을 통해서 마련했다. 그 기준이 이번에 활용 중단된 한국ABC협회의 신문발행부수 공사자료이다. 그러나 모든 제도가 그러하듯, 정부광고 집행을 위한 기준은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는 인쇄부수’ 양산과 등급외 광고 지원이라는 부작용도 발생시켰다. 기존의 나쁜 관행이 다른 나쁜 관행으로 대체 되었을 뿐, 근본적인 개혁은 없었다.

종종 정부지원금과 정부광고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정부지원금은 정부광고와 달리 신문산업 진흥을 위한 공적자금이다. 매체의 규모나 영향력과 관련 없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공적지원금은 집행기준도 명확해야 하고, 그 과정도 투명하고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공적지원금은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긍정적 역할을 하는 모든 매체에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모두에게 열려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광고는 다르다. 광고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매체에 광고할 수는 없다. 예컨대 아무리 발행부수가 많고, 유료부수가 많아도 독자층이 특정 계층이나 직업군에게만 소비되는 정보라면, 광고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독자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언론사라면 공공기관이 광고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47회 '뉴스는 누구의 돈으로 만들어지나?' 편 캡처 화면

광고는 통상 세 가지 기준에서 집행된다. 첫째는 도달률이다. 해당 매체가 얼마나 많은 독자에게 도달하느냐를 중요하게 본다. 통상적으로 종이신문은 발행부수와 유료부수를 기준으로 했고, 인터넷신문은 접속자수와 페이지당 이용률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매체사가 광고주에게 도달률을 증명하는 자료를 제시할 때, 함께 제시해야 하는 자료가 독자특성 정보이다. 해당 매체사가 도달한 독자가 어떠한 사람들인지 소득수준, 학력수준, 직업군, 연령대 등에 대한 정보를 제시해야 한다. 

도달률과 더불어 광고집행에 사용되는 또 다른 기준은 영향력이다. 도달률이 매체사에 대한 평가지표라면, 영향력은 이용자에 대한 행태조사이다. 물론 영향력에 대한 평가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주로 시장조사기관들이 하는 신문에 대한 대표적인 영향력 조사에는 열독률, 구독률 등이 있다. TV나 라디오의 경우에는 시청률과 청취율을 조사하듯, 신문에서는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열독률과 구독률 조사가 가능하다. 모두 이용자에 대한 조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광고주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해당 매체에 대한 신뢰도이다. 아무리 도달률과 영향력이 높은 신문사라고 하더라도 국민이 혐오하거나 ‘쓰레기’ 취급하는 매체에 광고를 할 수는 없다. 광고는 이미지를 소비한다. 국민이 불신하는 매체에 광고를 게재하는 것은 같이 더러워진다는 의미이다. 신상품을 출시한 기업이 ‘쓰레기’ 취급받거나 ‘광신도들의 매체’로 질시 받는 매체에 광고를 게재하겠는가?

그동안 정부광고법이 시장에서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가져온 효과도 있었지만, 이제 더는 단순도달률에 의존하는 종이신문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다양한 매체가 디지털이라는 은하계에서 무한경쟁하는 시대이다. 김춘수의 시구 ‘망명정부의 철 지난 지폐’처럼 아무 의미도 없는 명함 한 장 들고 다니며 혹세무민하던 시대는 사라져야 한다. 신문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아니면 무대에서 사라지는 ‘시간’이다. 신문이 되었든 방송이 되었든 ‘나도 언론인’이라고 주장하기 전에 누가 나의 이용자인지부터 살펴보라. 생각보다 쓸쓸할 것이다. 

*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914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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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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