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 이사장 표완수)이 정부광고 지표로 활용하겠다며 12억 원을 들여 5만 명에게 실시했던 신문 열독률 조사 표본을 5천 명으로 대폭 축소했다. 관련 예산도 10억 원 감축됐다. 

언론재단은 조사 표본을 줄인 이유에 대해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명확한 기준 없이 세금 10억 원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또한 5만 명 조사에서도 신뢰성과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던 열독률 조사가 정부광고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스)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스)

언론재단은 지난 4월 18일 '2023 언론수용자 조사' 입찰공고를 냈다가 취소했다. 언론수용자 조사에 열독률 조사가 포함된다. 당시 조사의 표본은 전국 3만 가구-·5만 8000명, 예산은 12억 9700만원이다. 언론재단은 사업제안서에서 "신문·잡지 열독률·구독률의 현실을 최대로 반영할 수 있는 표본추출 방안"을 강조했다. 

당시 언론재단 관계자는 입찰공고 취소 이유에 대해 "열독률 조사까지 포함되어 있는데 샘플(표본)이 5천 명이었다가 5만 명이 되었다가 차이도 있고, 일치도 문제가 있고 해서 전반적으로 논의를 다시 한 번 하자라고 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언론재단은 '2023 언론수용자 조사' 입찰공고를 다시 냈다.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남녀 5천 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사업예산은 2억 6900만원이다. 사업제안서에 열독률·구독률과 관련한 문구는 빠졌다. 

열독률 조사란 '지난 1주일 동안 읽은 종이신문의 이름(신문 제호)은 무엇입니까?'를 독자들에게 묻는 일종의 여론조사다. 지난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언론재단은 신문 유료부수 조작 의혹을 계기로 한국ABC협회 인증 부수의 '정책적 활용'을 중단, 열독률 조사를 정부광고 집행의 '핵심 지표'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ABC협회 인증 부수는 정부광고 집행의 '참고 자료'에 불과했지만 문체부와 언론재단은 열독률 조사가 정부광고 핵심 지표로 ABC협회 인증 부수를 대체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열독률 조사의 표본을 기존 5천 명에서 5만 명으로 늘리고, 관련 예산을 10억 원대로 대폭 확대했다.

문체부는 지난해 언론4단체가 '오류 많은 열독률 조사의 정부광고 지표 활용을 중단하라'고 비판 성명을 발표하자 설명자료를 내어 표본의 크기를 강조했다. 문체부는 "국민들이 열독하는 신문의 열독률을 조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본 조사는 지역신문 현황을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조사 표본에 17개 지역을 고루 포함했다"며 "인쇄매체 이용조사 중 최대규모인 5만 명 이상의 표본을 조사했다"고 했다.

언론재단은 조사 표본을 줄인 이유, 이번 열독률 조사 결과가 정부광고 지표로 활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언론재단 광고기획국 관계자 A 씨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아직 조사(결과)는 안 나왔다. 결과가 안 나왔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다"며 "재단에서 그것(정부광고 지표 활용 여부)에 대해 아무런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 관계자 B 씨는 표본을 줄인 이유를 묻자 "예년 수준으로 복원하는 걸로 결정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며 "작년을 제외하고는 똑같이 5천 명을 했던 것이다. 기존 (언론수용자)조사와 일관성 유지를 위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재단은 2021년 언론수용자 조사와 별개로 5만여 명을 대상으로 열독률 조사를 실시했다. 이때 7억 4000만 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2년 연속 5만 명대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표본을 늘린 이유에 대해 B 씨는 "정부광고에 열독률을 활용하는 것 때문에 표본을 더 늘렸다"면서도 표본을 다시 줄인 이유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며 광고국에 문의하라고 했다. 

언론재단 경영기획실 관계자 C 씨는 "정부광고 지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광고국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C 씨는 "샘플이 5천 명이든 5만 명이든, 샘플이 크다고 해서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지 않다는 것 까지는 얘기가 됐었다"며 정확한 내용은 광고국과 미디어연구센터에 문의해야 한다고 했다. 미디어스는 문체부 미디어정책과에 열독률 조사 표본이 줄어든 이유를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지난 2021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가 ABC협회에 권고한 제도개선 조치사항에 대해 최종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체부와 언론재단이 열독률 조사를 정부광고 집행의 핵심지표로 내세운 이후 해당 조사의 신뢰성과 투명성이 도마에 올랐다. 많게는 수만부를 찍어내는 모 신문 열독률이 '0'으로 집계됐다. 현재 발행되지도 않는 신문사가 응답결과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었다. 수백 개의 신문사 모두에서 오차범위 문제가 발생해 변별력을 상실한 조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언론재단은 데이터를 비공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언론재단은 2021년 조사에서 공개한 신문사별 열독률을 올해 홈페이지에서 삭제했고, 2022년 열독률은 신문사 영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언론재단은 광고를 집행해야 하는 정부광고주에게마저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다. (관련기사▶세금 12억 들인 신문 열독률, 시민도 광고주도 못 봐)

미디어스 확인결과 언론재단은 열독률 조사 결과(효과성, 60점)와 언론의 사회적 책무 조사 결과(신뢰성, 40점)를 합산해 100점 만점 기준으로 환산한 점수표인 '신문광고 지표 자료'를 만들어 정부광고주에 제공하고 있었다. 2022년 열독률 1위를 기록한 조선일보는 언론재단이 정부광고주에게 제공한 '광고지표' 자료에서 15위로 밀려났다. 열독률 조사에서 2위를 기록한 중앙일보는 '광고지표'에서 3위로 밀려났다. 사회적 책무 지표에서 감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3월 문체부 승인으로 3명의 언론재단 상임이사(본부장)가 임명됐다. 정부광고 기획·운영을 총괄하는 정부광고본부장에 정권현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언론수용자 조사를 비롯한 각종 연구와 언론지원을 총괄하는 미디어본부장에 남정호 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가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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