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실이 한상혁 위원장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를 직접 감찰한 근거 규정은 비위 내용을 민정수석에게 보고하도록 한 '대통령비서실 공직감찰반 운영규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에 대한 감찰 당시 대통령실은 민정수석실을 폐지한 상태였다. 대통령실이 감찰규정 개정 없이 공직감찰반을 자의적으로 운영해 방통위를 직접 감찰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제의 대통령실 감찰규정은 참여연대가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소송에서 승소해 공개된 규정과 동일하다. 대통령실이 법원 판결을 통해 이미 공개된 규정을 비공개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3심까지 진행, 세금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참여연대는 "대통령실이 지난 1월 '대통령비서실 공직감찰반 운영규정'(감찰규정)과 '디지털 자료의 수집·분석 및 관리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을 공개했다"며 "이번 규정 공개는 지난 2023년 1월 참여연대가 해당 규정의 공개를 청구했으나 대통령실이 거부함에 따라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26일 대통령실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한 것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지난 2023년 1월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이례적으로 방통위에 대해 직접 감찰에 착수했다며 근거 규정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대통령실의 감찰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내부규정이 비공개 정보로 분류되거나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될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대통령실은 참여연대의 이의신청도 기각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2023년 5월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 운영되는 감찰조직의 경우 권한 오·남용 우려가 커 근거 규정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내 감찰조직은 외부 감시가 불가능하고, 개별 기관에 정권이 압력을 넣는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공개된 대통령실 감찰규정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감찰규정과 동일했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실 직제 변경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감찰규정을 개정 없이 사용하며 공직감찰반을 자의적으로 운영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해당 감찰규정 제10조·제11조는 감찰 결과 ▲확인된 비위나 중대 사안인 경우 ▲수사·감사 기관에 사건을 이첩한 경우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민정수석비서관에게 보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 온 잔재를 청산하겠다"며 민정수석실 폐지 의지를 밝혔고, 실제 정부 출범 후 민정수석실을 없앴다.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킨 시점은 지난해 5월이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실은 출범 당시 민정수석을 폐지했다가 2024년 5월 7일 김주현 민정수석 임명과 함께 재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규정에 대한 개정은 없었다"며 "참여연대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시점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해 사퇴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던 2023년 1월,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이례적으로 방통위에 대해 직접 감찰에 착수한 시기"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방통위 감찰 결과 등이 어디까지 보고되고, 지휘받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결국 대통령실이 임의로 공직감찰반을 운영해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게다가 감찰규정은 공직감찰반이 이첩하거나 수사 의뢰한 사안에 대한 수사·감사 등의 진행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행정부와 공공기관의 개별 감사와 수사기관의 수사에 관여·개입할 수 있는 근거로 악용의 우려가 있다고 비판 받았던 규정"이라고 짚었다.
참여연대는 또 "행정소송을 통해 이미 공개된 정보를 대통령실은 비공개 결정하고, 다시 행정소송을 3심까지 진행했다"며 "행정비용을 낭비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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