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핵관'과 텔레그램 대화로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의 본심이 당무개입 논란을 넘어 대통령실 '극우편향' 논란으로 번질 조짐이다. 정치성향을 불문하고 언론에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징계 정당성 논란과 함께 '강기훈'이라는 극우성향 인사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대정부 질문이 진행된 26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며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이준석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화답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과일 체리 캐릭터가 '엄지척'하고 있는 이모티콘을 보냈고, 권 원내대표는 "강기훈과 함께"라는 메시지를 적었다.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텔레그램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중앙일보 오병상 칼럼니스트(전 뉴스총괄)는 <윤석열의 황당 텔레그램>에서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오 칼럼니스트는 "'내부 총질'이란 윤핵관이 이준석을 공격할 때 사용한 표현이다. 이준석을 내쫓은 것이 윤심과 윤핵관의 공모작이란 의혹을 사게 된다"며 "지금까지 취해왔던 나름 포용적 제스처들이 모두 가식이 되었다. 당내 분란이 심해지고, 이준석이 대표해왔던 중도와 젊은표가 등을 돌리게 만든다"고 짚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징계 3일만에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를 구축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윤 대통령이 '윤핵관 3인'과 만찬을 진행해 '윤심(尹心)' 논란이 국민의힘 안팎에서 일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이 대표 징계가 확정된 것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당무를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오 칼럼니스트는 대통령실 '극우편향'을 제기했다. 오 칼럼니스트는 "강기훈(42)은 극우성향 ‘자유의 새벽당’ 창당을 주도했던 현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알려졌다. 문맥상 윤석열도 강기훈을 알고 있으며, 권성동은 강기훈의 활약을 기대하는 듯하다"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욕설시위하는 극우 유튜버 안정권의 친누나가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사실이 알려져 사표를 냈었다.(중략)대통령실에 극우성향 행정관이 얼마나 있는지, 이들의 역할과 비중이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정치적 극우편향이 우려된다"고 썼다.

중앙일보 7월 27일 <>
중앙일보 7월 27일 <[오병상의 코멘터리] 윤석열의 황당 텔레그램> 갈무리

1980년생 강기훈 씨는 '자유의 새벽당' 대표로 권 원내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자유의 새벽당'은 자당을 '한국 최초의 자유우파정당'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설파하는 등 극우적 활동을 이어왔다. 대통령실 기획비서관실 행정관에 '강기훈'이라는 인물이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된 상태다. 정치권 안팎에서 두 인물이 동일 인물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국익과 사생활보호'를 이유로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관련기사▶대통령실 행정관 명단 공개하면 '로비 창구' 된다?)

윤핵관 등이 이준석 대표 대신 내세우려는 청년 정치인이 강기훈 씨 아니냐는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당 변경등록 공고를 보면 지난 4월 21일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권성동 원내대표로 변경되는 날 강기훈 씨는 '자유의 새벽당' 대표에서 물러났다. 

오 칼럼니스트는 "국민이 궁금한 것은 메시지를 보낸 대통령의 마음이다. 메시지를 노출한 권성동의 사과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실의 '침묵'을 가리켰다. 그는 '대통령이 저를 위로하면서 일부 회자되는 표현(내부 총질)을 사용한 것'이라는 권 원내대표 해명에 대해 "(대통령실이)권성동에게 (사과와 해명을)미룬다"고 지적했다. 

다른 언론에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이 대표 징계 개입 논란에 초점이 맞춰졌다. 동아일보 27일 기사 <尹 “내부총질 하던 당대표 바뀌니 달라져” 권성동에 문자 파문>에서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 이후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이 대표 입장에선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불편했던 관계가 그동안 공식화되지 않았다가 이제야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고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3박5일간의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영접나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는 기사 <尹 “내부총질 당대표” 문자 노출… ‘이준석 징계’ 윤심 논란 재점화>에서 "여당 일부에선 이날 공개된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통해 이 대표의 징계 과정에 윤심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면서 "문자를 보면 윤 대통령이 친윤(親尹)으로 지도부를 구성해 당에 대한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윤핵관의 ‘맏형’으로 꼽히는 권 대행에게 “계속 이렇게 해야”라고 한 것은, 당내 이견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과 권 대행이 나눈 대화가 노출되면서 당내 분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며 "당장 이날 저녁 국민의힘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는 '당원이지만 현 정부 반대에 앞장설 것' '윤 대통령이 이준석 쫓아냈다'는 글이 수십 건씩 올라왔다"고 소개했다. 

세계일보는 기사 <이준석 겨냥 본심 드러낸 尹… 李 징계 개입 가능성 논란 일어>에서 "대통령실이 이 대표 징계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며 "현직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겨냥해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가며 비난한 사실이 일반에 공개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자 국민의힘 내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첫 고위 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이준석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첫 고위 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이준석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일보는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텔레그램 메시지 이용을 놓고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분실이나 해킹 등 대통령 휴대폰의 보안 문제와 메시지 노출 위험성 등으로 인해 역대 대통령들은 개인 휴대폰 사용을 자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고 썼다. 국민일보는 기사 <사적 메시지에 들통난 尹心… 이준석 징계 정당성 논란 일 듯>에서 "온몸을 던져서 대선을 뛴 30대 당대표를 꼴 보기 싫다고 내쳤다는 것을 만천하에 시인해 버린 셈"이라는 친이준석계 의원 발언을 전했다. 

한겨레는 관련 기사에서 "윤 대통령은 그동안 ‘당무는 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이 대표 징계 건에 거리를 뒀지만 결국 이 대표를 향한 오래된 감정이 이렇게 드러난 셈"이라며 "이 대표를 향한 윤 대통령의 ‘비토’가 확인되면서 국민의힘 지도체제를 둘러싼 논란은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헌·당규를 근거로 한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는 6개월 뒤 이 대표의 복귀를 전제하는 것이었지만 윤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점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의 말을 풀어보면 ‘내부 총질’을 하던 이 대표가 중징계를 받아 직무정지가 되고 권 대행 체제로 바뀐 후 당이 좋아졌다는 뜻이다. 당 지도체제에 대한 ‘윤심’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