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김장겸 MBC 사장이 23일 ‘자진사퇴 절대 거부’를 천명했지만 ‘MBC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김장겸 체제’에 반발한 고참 언론인, 2012년 파업 이후 입사한 경력기자 등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가입하며 ‘1000명 노동조합’ 타이틀을 되찾았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도 김 사장 및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를 날카롭게 파고들고 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공적책임을 묻기 위한 ‘법률검토’를 진행하며 해임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22일까지 경력기자 33명이 ‘제작거부’에 합류했고 이날에만 9명의 경력기자가 노동조합에 가입을 신청했다. 2012년 파업 이후 입사한 경력기자는 100여명 안팎으로 추산돼, 3명 중 1명이 ‘김장겸 체제’ 반대파로 돌아선 것이다.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와 43개 사내 직능단체들은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본사와 16개 지역사의 전체 직원(임원 제외)을 대상으로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 등 방문진 이사들의 거취’ 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미디어스)

이뿐만 아니라 최근 각 부문의 센터장·부장들은 보직 사퇴를 선언했고 논설위원실 소속 논설위원 6명과 보도부문 국장·부국장급 최고참 9명은 지난 18일 일제히 노조에 가입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3일 노보에서 “보도본부장 오정환 등이 ‘보직 사퇴를 불허한다’는 초유의 ‘사퇴 불허’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저지에 나셨지만 ‘대세’를 꺾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조합원들에게 총파업 찬반 여부를 물어, 가결되면 9월 초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재 ‘제작자율성 침해와 MBC판 블랙리스트’ 사태로 빚어진 ‘제작거부’ 사태가 번져, 400여명에 이르는 MBC 구성원들이 ‘제작거부’에 동참했고, 각 부문별로 잇따라 ‘총파업 동참’ 결의가 이뤄지고 있다.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고용노동부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MBC 경영진의 범법행위를 확인하고 김 사장과 백종문 부사장 등 주요 임원들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고, 노동부는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답변하는 고용노동부 장관(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2017.8.22 srbaek@yna.co.kr (끝)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국회에 출석해 “PD와 기자 등을 전문성과 관련 없이 스케이트장이나 주차장 관리 이런 쪽으로 (보낸)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진 것이 확인됐다”며 “신속하게 수사가 마무리되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 노보에 따르면 김 사장과 안광한 전 사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이번 주 소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지난 주말 두 사람에게 3번째 소환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두 사람이 계속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MBC에서 벌어진 노동탄압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22일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없이 해고했다”고 실토한 백종문 녹취록 사건을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데 따른 비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MBC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있다면 적절하게 전체적으로 다시 살펴보겠다”고 발언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MBC 경영진뿐만 아니라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문진에 대한 제재도 속도가 붙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최근 불거진 ‘MBC 파괴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방송문화진흥회 회의록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MBC의 공정성을 파괴한 방문진 이사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또한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확산된 MBC 제작 중단 상황에 대해 이미 실태 조사에 착수한 상태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실행, 방송 독립성 침해 등에 방문진이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면, 방문진 이사에 대한 해임안 논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방문진의 ‘MBC 파괴 블랙리스트’ 모의와 지시가 드러난 속기록이 공개되면서 고영주 이사장을 비롯한 방문진 이사들을 해임하라는 요구는 시민사회에서도 거세지고 있다.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은 영상기자 블랙리스트가 폭로된 직후 방통위에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과 김광동 이사, KBS 이인호 이사장과 조우석 이사를 해임해 달라는 청원을 냈다. ‘KBS·MBC 적폐이사 파면’ 시민 청원에 서명한 시민들도 3만 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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