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가 8일 자신의 누드사진을 게재하고 성로비 의혹을 제기한 문화일보와 이용식 편집국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0억원의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청구 소송이다.

신정아씨는 소장에서 밝힌 내용은 이렇다. △누드사진을 촬영한 적이 없고 성로비를 한 사실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일보가 자신의 누드사진을 게재하면서 무차별적 성로비를 벌인 듯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보도를 했다 △문화일보의 보도로 초상권과 인격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당했다 △이는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여성에게 가해진 가혹한 마녀사냥이다.

▲ 경향신문 11월9일자 11면.
문화일보 ‘누드사진’ 파문과 언론의 이중성

신정아씨가 문화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사실 누드사진 파문에서 자유로운 언론사는 거의 없다. 문화일보 못지 않은 ‘선정성 경쟁’을 대다수 언론사들이 ‘저지른’ 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가 지난 9월13일 신정아씨 ‘누드 사진’을 게재한 직후 보인 언론의 반응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일부 신문사닷컴은 이 사진을 메인화면에 주요기사로 편집하면서 선정성 논란을 확대 재생산했다. 9월13일 오후 4시경 동아닷컴과 조선닷컴, 한국아이닷컴은 <‘신정아 올누드’ 사진 나왔다> <“문화계 유력인사 집서 신정아 누드사진 발견”> <신정아 올누드 사진 찍었다> 등의 기사를 메인화면 머리기사로 배치,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 '신정아씨 누드사진'을 보도한 신문사닷컴. 9월13일 오후 4시 메인화면 모습. ⓒ미디어스
특히 당시 한국아이닷컴은 부제목으로 <옷 모두 벗은 채 각종 포즈 취해/ ‘성로비까지 벌였나’ 관심 집중>이라는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이기도 했다. 조인스닷컴은 해당기사 텍스트에는 문화일보가 보도한 누드사진을 넣었지만 메인화면에는 신씨의 얼굴 사진만 실었다.

사실 언론의 철면피는 바로 그 다음날에 이어졌다. 전날까지 인터넷상에서 선정성 경쟁을 벌였던 이들 언론들이 9월14일자 지면을 통해선 문화일보를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누드사진’ 파문과 관련해 문화일보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지 않았을 이들 언론사들이 종이신문을 통해선 문화일보를 비난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특히 이날 경향신문은 신정아씨 누드 파문 기사를 다룬 5면 기사에서 ‘문제’의 문화일보 사진을 모자이크로 처리해 내보내 물의를 빚기도 했으며, 같은 날짜 3면에서 <다채로운 남성편력…“잠 못드는 유력인사 많을 것”>이라는 기사를 실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동아 조선에만 없는 신정아씨 소송 기사 … ‘조동문 연대’ 확인?

▲ 문화일보 10월18일자 1면.
문화일보가 누드사진과 관련해 사과문을 게재한 것은 지난 10월18일이다. 문화일보는 이날 1면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신정아 누드사진 발견’ 기사 및 사진과 관련, 선정성과 사생활 침해 여부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제기돼 한달여 동안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렸다”면서 “이번 보도를 거울삼아 신문제작에 있어 사생활 등 인권보호를 최우선시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이 ‘사과문’은 대다수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문화일보의 사과문 게재 다음날인 9월19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문화일보의 사과소식을 지면에 반영한 곳은 동아 중앙 한겨레 3곳 뿐이었다. 동아와 중앙은 그나마 ‘1단’으로 처리했고 나머지 언론은 이 사안 자체를 보도하지 않았다. 문화일보 ‘누드사진’ 게재를 인용하면서 이른바 ‘장사’ 해먹을 때는 맘껏 하더니 사과문 게재에 대해서는 입을 닫은 셈이다.

신정아씨의 문화일보 소송건 역시 사과문 보도와 비슷한 취급을 받았다. 오늘자(9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신씨의 소송건을 다룬 곳은 7군데. 다음과 같다.

경향신문 11면 2단 / 국민일보 8면 2단 / 서울신문 10면 1단 / 세계일보 8면 2단 / 중앙일보 10면 1단 / 한겨레 9면 2단 / 한국일보 12면 1단.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신씨의 문화일보 소송 기사를 싣지 않았다.

사실 문화일보 누드사진 게재와 관련해 한겨레를 제외한 다른 신문들은 ‘원죄’가 있다. 파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지난날 ‘과오’에 대한 유감표명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신씨가 소송을 제기한 이유 등에 대해서는 언급해주는 게 ‘상도의’에 맞다. 하지만 동아와 조선은 그 기본적인 ‘상도의’마저 지키지 않았다. 왜일까. 동아와 조선이 오늘자(9일)에서 ‘침묵’한 것을 예사롭지 않게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때 ‘조중동’이라는 말대신 ‘조동문’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적어도 신정아씨 소송건과 관련해 ‘조동문 연대’는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연대가 ‘정치적 연대’인지 ‘상업적 연대’인지 그도 아니면 ‘둘을 모두 결합한 연대’인지는 모른다.

여기서 문제 하나. 문화일보는 오늘자(9일)에서 신정아씨 소송건을 보도할까 하지 않을까. 사실 그것이 제일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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