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동국대 전 교수의 ‘누드사진’을 실어 파문을 빚었던 문화일보가 18일자 1면에서 사과문을 게재했다.

문화일보는 이날 1면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신정아 누드사진 발견’ 기사 및 사진과 관련, 선정성과 사생활 침해 여부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제기돼 한달여 동안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렸다”면서 “이번 보도를 거울삼아 신문제작에 있어 사생활 등 인권보호를 최우선시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일보의 공식사과 … 대다수 언론은 모른척

▲ 한겨레 10월19일자 2면.
문화일보의 사과문에 대한 입장은 조금 엇갈린다. 공식적으로 독자들에게 사과를 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사진을 지면에 게재하는 것이 이번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필요불가결한 단서라고 판단했다”는 문화일보의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필요불가결한 단서라고 판단했다’는 문화일보의 입장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또다시 게재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충분히 읽힐 수 있다. 문화일보의 ‘누드사진’ 게재와 관련해 공식사과를 요구해왔던 여성계와 시민단체들이 문화일보의 사과문을 긍정 평가하면서도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했던 것도 이런 측면 때문이다.

어찌 됐든 지난 9월13일 문화일보가 신정아씨 ‘누드사진’을 게재한 이후 한 달여 동안 벌어진 파문이 이번 사과문 게재로 일단 일단락된 셈인데 마지막 ‘절차’가 하나 남아 있다. 당시 문화일보의 ‘누드사진’ 게재소식을 ‘떠들썩하게’ 인용 보도했던 ‘나머지’ 언론들의 태도와 입장이다.

오늘자(19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문화일보의 사과소식을 지면에 반영한 곳은 동아 중앙 한겨레 3곳이다. 동아와 중앙은 그나마 ‘1단’으로 처리했고 나머지 언론은 이 사안 자체를 보도하지 않았다.

사과할 생각이 없는 ‘문화일보 인용 언론들’

‘철면피’가 따로 없다. 문화일보 ‘누드사진’ 게재를 인용할 때는 맘껏 하더니 사과문 게재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언론들 또한 문화일보 ‘누드사진’ 게재 파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닌가.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유감표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인데 하물며 문화일보의 사과문 게재까지 보도하지 않은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 이제 한물 건너간 사안이라는 것인가.

▲ '신정아씨 누드사진'을 보도한 신문사닷컴. 9월13일 오후 4시 메인화면 모습. ⓒ미디어스
그렇다면 그들의 철면피 행각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수밖에 없다. 그들의 ‘철면피’ 행각을 고발하면 대충 이렇다.

문화일보가 지난달 13일 신정아씨 ‘누드 사진’을 게재한 직후 일부 신문사닷컴은 이 사진을 메인화면에 주요기사로 편집하면서 선정성 논란을 확대 재생산했다. 9월13일 오후 4시경 동아닷컴과 조선닷컴, 한국아이닷컴은 <‘신정아 올누드’ 사진 나왔다> <“문화계 유력인사 집서 신정아 누드사진 발견”> <신정아 올누드 사진 찍었다> 등의 기사를 메인화면 머리기사로 배치,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특히 당시 한국아이닷컴은 부제목으로 <옷 모두 벗은 채 각종 포즈 취해/ ‘성로비까지 벌였나’ 관심 집중>이라는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이기도 했다. 조인스닷컴은 해당기사 텍스트에는 문화일보가 보도한 누드사진을 넣었지만 메인화면에는 신씨의 얼굴 사진만 실었다.

당시 사설에서 ‘성적 방종’ 운운한 국민일보 … ‘조용’

‘이랬던 언론들이’ 다음날인 9월14일자 지면을 통해선 문화일보를 비난했다. 문화일보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지 않았을 이들 언론사들이 ‘오프라인’에선 준엄하게 문화일보를 꾸짖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 셈이다. 이날 경향신문은 신정아씨 누드 파문 기사를 다룬 5면 기사에서 ‘문제’의 문화일보 사진을 모자이크로 처리해 내보내 물의를 빚기도 했으며, 같은 날짜 3면에서 <다채로운 남성편력…“잠 못드는 유력인사 많을 것”>이라는 기사를 실어 논란을 일으켰다.

▲ 국민일보 9월14일자 사설.
당시 가장 노골적으로 문화일보를 ‘인용’한 것은 국민일보였다. 국민은 9월14일자 사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신정아 스캔들>에서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인한 스캔들은 연예계 일각에나 있는 일로 알았더니 문화계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신씨가 정·관·재·학·문화계를 누비고 다니면서 무슨 일을 했을까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은 “신씨 스캔들은 인맥 동원과 성적 방종 등 상류사회의 환부가 뿜어낸 고름”이라면서 “도덕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악취가 진동해도 태연한 얼굴들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때 그 언론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들의 사과나 유감표명을 기대하는 것은 요원한 일일까. 그런 점에서 문화일보 '누드사진' 게재 파문은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언제든지 '문화일보'가 될 수 있는 잠재적 주자들이 관련 내용에 대한 언급은 물론 최소한의 유감표명도 하지 않은 채 '제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의 비극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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