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은 말도 안 되는 전개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문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수미상관 방식을 차용해 박해영 형인 박선우 사건과 현재를 연결해내는 방식은 참신하다. 15년 동안 기다렸다 백골로 재회했던 재한과 수현, 그들은 눈물의 무전을 나눴다. 그렇게 마지막 1%의 희망은 돋아나기 시작되었다.

포기하지 않는 자가 승자;
빨간 목도리와 시계, 죽음을 알고도 피하지 않는 재한, 정의는 살아날까?

해영의 무전을 듣고 치료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도 재한은 인주시로 향했다. 다시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 재한은 급했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도 알면서도 죽음을 막지 못했다. 억울하게 누명을 썼던 해영의 형마저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재한은 상처에서 피가 나는 상황에서도 인주시를 향해 달려갔지만 한 발 늦었다. 이미 선우는 죽은 뒤였다. 병원에서 서럽게 우는 해영과 어머니 앞에서 재한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선우가 재한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하게 들은 인주시 형사는 안치수에게 연락했고, 그는 김범주에게 알렸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선우의 등장은 김범주에게 동아줄이었다. 그렇게 선우를 찾아간 범주는 빨간 목도리를 받고는 잔인하게 자살로 위장해 죽였다. 그렇게 과거는 다시 바뀌지 않았다.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에서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이 어느 곳에서 언제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놓쳤던 재한. 그는 다시 한 번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살리고 싶었던 사람들, 그들을 살리지 못한 재한에겐 내상으로 가득할 뿐이었다.

철저하게 조작된 상황에 박해영은 안치수 계장 살인사건의 살인범으로 체포되었다. 그때 전해준 무전기로 수현은 그토록 기다려왔던 재한과 무전을 하게 된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그토록 듣고 싶었던 재한의 목소리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수현은 재한이 8월 3일 선일 정신병원에서 죽는다고 전한다.

재한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그날을 피하기 원해 했던 말이지만, 재한은 그날을 대비하기 위해 수현과 행복한 이별을 선택한다. 15년 동안 기다려왔던 수현이 더는 자신을 기다리지 않기 바라는 재한의 마음은 그렇게 시계로 전달되었다. 범인을 잡다 깨진 시계를 봤던 재한은 시계를 마지막 선물로 수현과 이별을 선택했다. 너무 사랑했던 수현마저 위험에 빠트리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인주 여고생 사건'의 조작을 알고 있는 인물인 이재한과 안치수가 죽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인 조폭 출신 사업가인 김성범만이 남았다. 김범주의 비리를 모두 알고 있는 유일한 생존자는 김성범이다. 김성범은 수현과 해영만이 아니라 김범주 역시 찾고 있었다. 김성범만 제거해버린다면 김범주는 완벽하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5년을 기다렸다 무전에 성공한 수현은 재한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단 1%의 가능성에도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다. 그렇게 수현은 살인범이 된 해영을 돕는다. 김성범이 남긴 음성메시지를 통해 그를 만나기 위해 탈출을 돕는다. 수갑 열쇠를 건네고 대기하고 있다 해영의 도주를 돕는 수현은 모든 것을 걸었다.

김성범에 의해 드러난 재한의 마지막은 안타까움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남자. 그는 김범주에게 붙잡혀 죽음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다. 해영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김범주를 잡으려 했다. 그렇게 잡고 싶었지만 처참하게 죽어야만 했던 재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상황에서도 해영에게 무전을 하며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죽은 재한.

재한에게 총을 쏜 안치수의 눈빛은 흔들렸다. 김성범이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고 칼질을 하는 것과 달리, 안치수의 눈빛은 너무 흔들렸다. 곧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안치수는 자신의 딸을 위해 악마의 손을 잡고 총을 쐈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김범주를 잡기 위해 노력한 재한은 유력한 증거를 잡았다. 그렇게 검사에게 전해주려던 순간 우연처럼 '김윤정 유괴사건'이 터졌다. 그렇게 현장 지휘를 하기 위해 온 김범주는 재한이 받은 증거를 손에 넣게 되었다. 아무리 바꾸려 해도 바꿀 수 없었던 과거. 그렇게 죽어간 재한을 살리고 수많은 이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던 진범들을 잡는 것은 결국 '절대 포기하지 않는 자'의 몫이 되었다.

자신으로 인해 재한이 죽었다고 자책하던 해영은 김성범을 죽이고 수현에게 총을 쏘는 상황에서 스스로 희생한다. 해영의 선택은 어쩔 수 없었다. 총을 쏜 김범주 사람의 차량에서 비니 모자를 쓰고 도주한 이가 있다. 누군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간 그가 누구일지도 의문이다. 단순히 김성범을 죽이기 위해 고용된 존재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결국 사건 해결은 다시 무전을 통한, 시공을 초월한 공조 수사에 달렸다.

모든 것이 다르지만 김성범의 입을 통해 재한의 마지막 모습을 듣고 난 후 해영도 같이 총에 맞아 위기에 빠진다. 재한과 해영의 상황은 1999년과 2015년 사건이 동일하게 흘러간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해영은 수술에서 깨어난다. 이는 재한 역시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다가온다. 작가가 수미상관 방식을 동원해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드러난 희망은 현재만이 아닌 과거에도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빨간 목도리는 김범주가 가져갔지만 다시 재한의 손에 들어갔다. 이를 분석해 김범주를 붙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얻었다는 재한. 그리고 예고편에 살짝 나왔지만 장 의원이 무조건 찾아야 한다는 그것의 정체는 결국 김범주에게 불리한 내용일 수밖에 없다. 빨간 목도리는 선우가 숨기고 가짜를? 혹은 안치수가 빼돌려 이재한에게? 다양한 추측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분명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복선이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과거는 이미 바뀌기 시작했어요"라는 해영의 발언 속에 그 해답이 담겨 있다. 이미 무전을 통해 변하기 시작한 과거는 그렇게 의지를 가진 이에 의해 바뀌기 시작했다. 자신의 죽음을 알고도 진실을 위해 정신병원을 찾은 재한. 그가 그렇게 허무하게 죽었을 가능성은 그래서 점점 약해진다.

'인주 여고생 사건'을 통해 이재한과 안치수 형사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수사에 나선 '미제사건 전담팀'과, 무전을 당부한 해영과 남겨진 수현. '미제사건 전담팀'은 결정적인 증거를 찾고 수현이 무전을 통해 재한에게 이 사실을 알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11시 23분 재한이 총에 맞는 시간. 그 모든 것은 거짓말처럼 정의에 한 발짝 다가서는 이유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결국 또 결정적인 역할은 안치수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자신의 행동에 두려움과 미안함을 가지고 있는 존재. 재한과 안치수가 남겨진 시간(이미 오래 전부터) 동안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김범주를 무너트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결국 깨어난 해영은 복선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그널>은 정의는 아직 살아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이재한이 죽지 않음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재한의 부활은 곧 우리에게는 희망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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