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19.11.21 목 17:00
상단여백
HOME 미디어비평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시그널- 군더더기 없이 완벽했던 첫 회, 김혜수의 선택은 옳았다![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6.01.23 13:44

tvN <시그널>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드라마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비지상파가 이미 지상파 드라마를 넘어섰음을 증명해준 <시그널>은 한국형 장르 드라마의 현재진행형이자 미래를 보여주고 있었다. 첫 비지상파 드라마에 출연한 김혜수의 선택은 탁월했다.

빠르고 강렬했던 첫 회;
시공을 초월한 간절함, 강력 범죄 공소시효 제도에 대한 강렬한 분노

11시 23분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폐기물 봉투에서 새어 나오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 경찰 무전기에서 나오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선일 정신병원'을 언급한다. 그리고 15년 전 '김윤정 유괴살인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동안 진범이라고 알려졌던 남자가 아닌 어린 해영이 목격했던 여자다.

경찰을 증오하면서 경찰대를 나와 경찰이 된 해영. 그는 자신의 프로파일링 기술을 이용해 연예인들의 가십을 풀어내며 즐거워한다. 연예부 기자를 혹하게 하는 완벽한 분석 능력은 탁월할 정도다. 이런 그를 막아서고 나선 것은 차수현 형사였다.

쓰레기통을 뒤져 연예인의 연애 사실을 들춰내는 해영이 수현은 한심하기만 했다. 그런 수현과 김계철 형사에게 오히려 역공을 펼치는 해영은 여전히 경찰이라는 조직을 믿지 않는다. 연예인 매니저를 통해 사건 의뢰를 받은 사실을 쉽게 파악해내는 프로파일러 해영에게 이 모든 상황이 한심하고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 tvN 새 금토드라마 <시그널>

2000년 7월 어린 해영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소년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체육 활동에 열심인 것과 달리, 해영은 홀로 있다. 그런 해영에게 다가온 여자가 바로 실종된 윤정이다. 다가오는 윤정에게 말 한 번 건네지 못했던 해영. 하굣길 비는 내리고 우산을 가지고 있던 해영은 윤정에게 차마 말을 건네지 못하고 우산을 숨기고 외면한 채 비를 맞고 뛰어간다.

그때 해영이 우산을 같이 쓰고 집으로 갔다면 윤정은 납치되지 않았을 것이다. 수줍어 자신에게 다가오던 윤정을 외면했던 해영은 집에서 홀로 라면을 먹다 그녀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상하다. 자신이 목격자인데 TV에서 나오는 용의자는 남자라고 한다.

해영이 목격한 윤정의 마지막은 머리가 긴 여성과 함께 어딘가로 가는 모습이었다. 범인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말을 해도 누구도 해영의 말을 들으려하지 않았다. 어린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경찰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날 이후 해영은 15년 전 그 사건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여러 번 경찰서를 찾아가 실종 사건과 관련해 범인은 남자가 아닌 여자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여전히 해영의 말을 들어주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해영이 경찰에 대한 불신을 품은 채 성장하듯, 윤정의 어머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경찰서 앞에서 딸을 죽인 범인을 잡아달라는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김윤정 납치살인사건' 공소시효를 3일 남긴 날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3일이 지나면 진범이 나타난다고 해도 법적으로 따질 수 없다. 아무리 잔인한 짓을 했다고 해도 법으로 규제할 수 없게 된다. 어린 아이를 납치해서 죽인 범인이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해영에게는 끔찍할 뿐이다.

   
▲ tvN 새 금토드라마 <시그널>

차수현과 언쟁을 벌이고 나온 해영은 하루 일진이 나쁘다는 생각만 들었다. 트럭이 차를 막고 있어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11시 23분 무전 신호가 들어오며 누군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 그 소리를 따라 가니 트럭 뒤에 실린 폐기물 봉투 속 무전기에서 나오는 신호였다.

무전기 속 남자는 자신을 알고 있다. 그리고 선일 정신병원에 있다는 그는 이내 '김윤정 납치살인사건'의 진범은 따로 있다는 말을 한다. 범인이라 특정되었던 서형준이 죽어있다는 설명과 엄지손가락이 잘려져 있다는 말과 함께 신호는 끊겼다. 누군가에게 급습을 당한 재한과의 통신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끝났다.

해영은 배터리도 없는 무전기에서 소리가 났다는 사실이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하기만 하다. 자신이 미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던 그는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선일 정신병원'으로 향한다. 오래 전에 문을 닫은 그곳은 먼지만 가득했다. 사체가 있다는 배수구를 힘들게 들여다봐도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포기하고 돌아서는 순간 알 수 없는 끌림으로 다가선 그곳에서 해영은 백골 사체를 발견한다.

말도 안 되는 사실이 실제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해영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차수현에 연락해 확인한 결과 그 백골 사체는 서형준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차수현이었다. 엄지손가락이 잘렸다는 사실과 이를 이용해 범죄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범인이 아니라면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해영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공소시효가 20여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윗선에서는 다시 진범 찾기를 포기하고 사건을 종료하려 한다. 납치 살인자가 아닌 피해자를 살인자로 규정하고 피해자 부모에게 범인을 잡았다고 말하는 경찰청 수사국장 김범주는 그런 인물이었다.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진실을 외면하는 이 인물은 결국 사사건건 차수현과 박해영을 방해할 것이다. 과거 이재한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 tvN 새 금토드라마 <시그널>

해영은 더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기자들 앞에서 범인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 해영으로 인해 수사팀이 꾸려졌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부산에서 범인을 체포해 긴급 후송을 해서 취조에 들어간 수현은 답답하기만 하다. 그리고 상황이 종료된 뒤에도 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당황스러운 해영은 그녀의 구두를 확인한다.

과시욕이 강하고 명품에 집착하는 진범은 초라한 구두를 신은 그녀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자신의 라커에서 구두를 그대로 방치한 채 도주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범인은 도주한 이가 아니라 제보했던 간호사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경찰을 농락하기 위해 시간까지 맞춰 함정을 파고 다른 사람을 용의자로 추적하게 한 대담한 여 간호사. 15년 전에도 그랬듯 그녀는 이번에도 경찰을 농락하며 공소시효를 악용하려 했다. 하지만 15년 전 사건으로 인해 프로파일러가 된 해영은 더는 놓칠 수는 없었다. 해영의 추리처럼 그녀는 가까운 곳에서 공소시효가 끝나는 상황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도로 건너 2층 건물에서 창밖으로 상황을 주시하던 그녀. 15년 전 우산 사이로 언뜻 보였던 범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15년 동안 결코 잊을 수 없었던 그 얼굴. 그녀를 추적하던 해영은 차들로 인해 이번에도 놓친 듯 불안했다. 하지만 그녀 앞에는 차수현이 있었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범인 앞에 자신만이 아니라 차수현도 함께 있었다는 사실은 중요했다.

<시그널> 첫 회는 한 편의 영화와 같은 구성으로 진행되었다. 과거와의 통신, 그리고 공소시효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범인을 추적하고 검거하는 과정까지 완벽한 한 편의 완성된 내용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후 이 드라마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명확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모든 사건들은 과거와 연결되고, 현재의 해영과 수현은 과거의 재한과 소통하며 미해결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어떻게 그들이 소통하고 사건을 해결하는지에 대한 교범과 같은 상황을 첫 회 모두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들은 영특했다. <시그널> 사용설명서를 첫 회 완벽한 방식으로 보여준 후 다양한 사건들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최고였다.

첫 회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과정은 이후 다양한 사건들에 직면한 그들의 수사가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합리적 낚시는 그래서 행복하다. 의미 없고 무기력한 낚시가 아니라 합리적인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가는 능력은 곧 작가의 힘이다.

첫 회 첫 교신을 한 이재한은 박해영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박해영은 이재한과는 처음이다. 기묘하다. 이들의 소통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대의 접점을 보여주었다. 15년 전 신참 형사인 재한과 어린 아이였던 해영은 이미 만났었다.

   
▲ tvN 새 금토드라마 <시그널>

해영이 손에 쥐고 있던 진범에 대한 쪽지는 우연하게 재한의 손에 들어갔고, 그때부터 이들의 간절함은 하나로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이미 15년 전 사건의 핵심을 간파했던 재한. 하지만 출세욕과 과시욕이 가득했던 김범주에 의해 막혔던 사건의 진실. 그들의 간절함은 공소시효를 몇 분 앞두고 마침내 진점을 잡는 결과로 다가왔다.

과거에는 몰랐던 진실을 현재는 알 수 있고, 현재 모르는 과거의 진실은 과거에 살던 재한이 알고 있다. 이런 교류는 결국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이유가 되어간다. 자신을 물 먹이며 사건을 해결한 차수현과 박해영이 싫은 김범주로 인해 '장기미제 전담팀'이 꾸려지게 되는 아이러니 속에서 진짜 이야기는 이제 시작될 예정이다.

수많은 강력 범죄들, 그 중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미제 사건들은 많다. 하지만 공소시효 제도로 인해 그 사건들은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공소시효란 범인이 잡히지 않아도 충분히 그 시간만큼 두려움에 떨며 살았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첫 회의 잔인한 살인범 간호사처럼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범인들도 많다는 것이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할 이유이다.

김혜수의 선택은 옳았다. 첫 비지상파 드라마 출연이었지만 최고의 제작진과 함께했다는 것은 그녀에게도 큰 덕이다. 여기에 조진웅과 이제훈, 장현성 등 최고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는 사실 역시 행복일 것이다. 첫 회부터 완벽한 구성과 재미를 선보인 <시그널>은 지상파 그 어떤 드라마보다 탁월한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공소시효 제도에 대한 의문을 주제로 삼으면서 미스터리 스타일의 형사물인 <시그널>은 기묘한 시공을 초월한 이야기까지 품고 있다는 점에서 풍성하다. 시청자들과 함께 사건을 풀어가는 재미까지 선사한 <시그널>은 <응답하라 1988>의 아쉬움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임진수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19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