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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4화- 조진웅 전기충격기와 영화표에 담은 애절함, 시그널의 강렬한 메시지[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6.01.31 13:04

작정하고 시청자들을 감동시키려 한 듯하다. 과거에 멈춰 사는 남자 이재한. 자신이 너무나 사랑했던 여인을 잃고 그녀의 유품이 된 영화표 2장을 들고 극장에 간 이 남자. 코미디 영화를 보며 홀로 서럽게 우는 이 남자. 재한은 그렇게 그 지독한 고통을 이겨내고 있었다.

이재한이 과거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
소중한 사람을 잃은 남자, 시그널이 왜 사랑받는지를 보여주었다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은 간절함이 해결할 수 있게 했다. 작은 단서 하나도 놓치지 않았던 그들은 그렇게 진범을 잡아냈다. 결코 해결될 수 없을 것 같았던 사건은 공시시효가 사라지면서 희망을 찾았고, 과거와 현재의 간절함이 범인을 잡는 이유가 되었다.

'미제사건전담반'을 설치하고 윗선에서 지시한 첫 사건인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은 좌절을 안기기 위한 의도였다. 무의미한 행동을 할 이유가 없음을 스스로 깨달으라며 내던진 형벌과 같은 사건을 그들은 풀어냈다. 간절함은 과거와 소통하며 여전히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고 살아가는 범인을 잡도록 만들었다.

사건을 풀어내기 위해 과거의 재한과 현재의 해영은 무전기를 통해 이야기를 나눈다. 어떻게 왜 이 무전이 시작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은 그렇게 무전을 통해 사건의 단서들을 찾았다. 해영은 재한을 통해 15년 동안 풀리지 않은 미제 사건이자 자신과 관련이 있었던 '김윤정 납치살인사건'을 공소시효를 앞두고 해결했다. 그리고 이 사건을 통해 '공소시효 폐지'가 실현되는 성과도 얻었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재한에게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한 해영은 이제는 반대로 재한에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과거의 사건인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사건을 막으려는 노력은 성공을 거두는 듯했지만 폭주하는 범인으로 인해 오히려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연쇄 살인범의 마지막 대상자가 바로 재한이 짝사랑하고 있는 동사무소 직원인 김원경이라는 사실이 그를 더욱 분노하고 미치게 만든다. 힘들게 원경을 찾으러 나선 재한은 골목길에서 버스기사를 만난다. 혹시 여자를 본 적 있냐는 질문과 함께 그가 가리킨 곳을 향해 뛰어간 재한은 하지만 전혀 다른 곳에서 울리는 비명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버스기사가 잘못 알려주며 범인과 멀어져버린 재한은 그렇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이 지독한 상황에 재한이 절망하는 것은 당연했다. 막을 수 있었는데, 아니 꼭 막아야만 했지만 재한은 막지 못했다. 그녀가 죽을 수 있다는 무전까지 받은 후에도 제대로 그녀를 구하지 못했다는 절망감은 재한을 더욱 힘들게 했다.

2015년 현재의 경찰들은 주변 자료들을 통해 버스기사인 이청구가 정경순을 살해한 범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리고 버스기사를 만나기 위해 이미 떠난 수현을 병실에서 바라보는 이청구는 의외의 선택을 한다. 자신이 연쇄 살인마라고 자수해버린 것이다.

이청구가 병실에 입원한 환자가 아니라 보호자라는 사실에 놀란 수현이 병실에 들어서 조심스럽게 잠든 환자 주변을 확인하다 공격을 당하고 만다. 하반신 불수가 된 이청구의 아들 이진형이 바로 연쇄 살인마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현직 형사인 수현을 공격하다 저지당한 그는 철저하게 자신의 범죄를 외면하고 있었다.

프로파일링과 전혀 맞지 않는 이청구가 범인이라고 자수한 상황에서 해영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란 것을 해영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들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고민하던 해영과 수현은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 나선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이청구가 죽인 정경순이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 후, 공소시효가 폐지된 날 그녀의 움직임을 확인하며 진범을 찾을 수 있는 명확한 증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들의 가설처럼 정경순이 찾았던 언니의 집 창고에서 그 결정적인 증거를 찾았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고 체력도 부실했던 아들. 그런 아들을 혼자 방에 놔둘 수 없었던 아버지 이청구는 어린 아들을 자신이 모는 버스에 태우고 다녔다. 그렇게 성인이 되어서도 아들 이진형은 아버지가 모는 95번 버스를 타고 다녔다. 버스기사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면 그 대상이 친자식일 수밖에 없다고 해영은 확신했다.

그 무엇보다 소중한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버스기사는 살인을 방치했다. 아니 오히려 아들의 살인을 감싸기에 급급한 잘못된 부정이 억울한 희생자를 양산하는 이유가 되었다. 현실에서 '미제사건전담반'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는 바로 과거의 재한이 마지막 희생자가 된 원경에게 줬던 전기충격기였다.

연쇄살인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재한은 원경이 걱정되었다. 그래서 몰래 뒤따르며 그녀를 보호하던 재한은 원경에게 혹시 모를 일을 대신해 전기충격기를 가지고 다니라며 선물했다. 재한이 준 이 선물이 바로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정경순이 몰래 감춰둔 그 증거가 바로 전기 충격기였고, 그 안에서 원경의 지문과 함께 범인의 DNA가 검출되었다.

진범 이진형의 목에는 여전히 선명하게 전기 충격기에 의한 상처도 존재했다. 그저 외부에 범인을 잡고 사건이 해결되었다는 것만 각인시키고 실적 올리기에 급급했던 김범주 수사국장에겐 진범 잡기가 중요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을 가지는 자리에서 극적으로 증거를 가지고 등장한 수현에 의해 진범은 세상에 알려졌다.

증거를 찾기 전 해영은 재한과 무전을 했다. 결정적인 증거와 마지막 사건을 막았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영은 무전을 통해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감지했다. 그동안 무전을 해왔던 재한과는 너무 다르게 흥분해있었기 때문이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타인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그저 그런 사건 피해자일지는 모르지만 재한에게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보고 웃어주고 격려해주었던 여인. 너무나 사랑해서 조심스러웠던 그 여인이 차가운 시체가 되어 자신 앞에 있었다. 그 어떤 죽음도 함부로 이야기되어서는 안 된다는 재한의 이 분노는 우리 시대 수많은 죽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언론들은 수많은 사건들을 보도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저 일상이 되어버린 사건들을 그렇게 받아들이고 소비할 뿐 사건의 본질이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고통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는다. 만약 내가 피해자 혹은 그 가족이라면 과연 이렇게 쉽게 소비할 수 있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취조실에서 자수한 버스기사와 마주한 해영은 분노했다. 그는 아버지로서 아들을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자신의 아들을 위해서라면 괴물과 같은 살인자라고 해도 아끼고 싶은 게 아비의 마음이라고 강변하고 싶었으니 말이다.

자신의 아들은 안타깝고 타인의 생명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 아버지의 어긋난 행동은 억울한 희생자들을 양산하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만약 버스기사가 제대로 된 사랑을 아들에게 주었다면 처음부터 살인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긋난 부정은 망나니 살인마에게 날개를 달아주었고, 그렇게 연쇄살인은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버스기사가 범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의 집을 찾은 재한은 그곳에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자가 범인이라 확신한다. 도망치던 범인과 인상착의가 완벽하게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범인을 추적하던 재한은 그 자리에서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청구가 개입하며 상황은 묘하게 흘러갔다.

그 상황에서 자신만을 위해 도망치던 이청구의 아들 이진형은 건물에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힘겹게 재한이 그 자의 손을 잡았지만,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 살인마는 웃기에 바빴다. 그런 자를 살려둘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건물에서 떨어진 이진형은 하반신 마비가 왔다.

연쇄살인이 갑자기 멈춘 것은 살인범이 더는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아들을 마지막까지 감싸고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노력하는 아비 이청구. 그런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동조 아닌 동조를 하게 된 재한은 그 모든 것이 서럽고 고통스럽기만 했다.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하반신 불구가 된 범인을 세상에 알려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재한. 모든 목격자가 죽은 후 자신만 남았다며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들을 지키겠다는 아비에게 "증거도 없고 증인도 없으니 내 손으로 끝낼 수밖에. 그죠"라는 말과 함께 연쇄살인마는 더는 살인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자신의 아들을 하반신 불구로 만들었다며 분노하는 아비의 부정은 잔인했다. 자신들은 그 오랜 시간 동안 충분히 고통을 받았기 때문에 더는 과거의 사건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강변할 뿐이었다. 26년 동안 고통을 받았으면 되었지 뒤늦게 왜 자신의 일을 파헤치고 있느냐며 오히려 분노하는 이 적반하장이 바로 진실이다.

엄마 없이 불쌍하게 자라서 어쩔 수 없이 살인마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살인마 가족. 그런 잔인한 존재가 죽인 희생자 중 마지막 희생자 역시 엄마 없이 이모에 의해 키워졌다. 그렇게 곱게 자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해하던 그녀는 그렇게 잔인하게 죽어야만 했다. 환경을 탓하며 어쩔 수 없이 범인이 되었다는 식의 주장은 그저 변명일 수밖에 없음을 <시그널>은 강렬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의 저자 파울 페르하에허 역시 환경이 괴물을 만든다는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분노했다. 그건 그저 비겁한 변명이라고 말이다. <시그널>에서 살인범과 가족이 내뱉는 그 잔인한 변명은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자신이 사랑했던 원경의 죽음으로 집에 틀어박혀 있던 재한. 그를 찾아온 원경의 이모는 재한이 알지 못했던 사실을 들려준다. 사실은 원경이 재한을 무척이나 사랑했다고 말이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강직한 이 남자에게 원경은 한눈에 반했다.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다가갈 수 없었던 원경은 언제나 재한과 함께 있고 싶었다. 그런 그녀는 재한과 첫 데이트를 하고 싶었고, 그렇게 준비했던 영화표 두 장은 이제는 그녀의 유품이 되고 말았다. 부끄러워 직접 주지 못하고 망설였던 원경. 서로 좀 더 용기를 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득할 정도로 이들의 사랑은 그렇게 안타까움만 남겼다.

처음 받은 선물이 엉뚱하게도 전기충격기였음에도 그걸 보며 한없이 행복해했다는 원경. 그녀의 이모가 자신의 조카가 남긴 영화표를 재한에게 건네자 소리 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은 잔인할 정도로 힘겨웠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그녀가 남긴 영화표를 가지고 극장을 찾은 재한. 함께 웃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자 했던 원경을 생각하며 극장에 앉은 재한은 모두가 웃는 상황에서도 웃을 수 없었다.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고 그 마음이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재한은, 모두가 웃는 극장에서 홀로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도 연쇄 살인에 대한 고민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그녀도 그녀의 가족도 함부로 웃지 못한다는 현실. 그게 재한을 더욱 힘겹게 했다.

장범준의 달콤한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음악과 당시 유행했던 코미디 영화에 모두가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즐기는 극장 안. 홀로 서럽게 우는 재한. 소리 내 울지도 못한 채 그렇게 의자에 몸을 숨기고 서럽게 우는 재한의 슬픔은 바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들의 아픔이기도 했다.

진범이 잡힌 후 오열하던 원경 이모의 모습에서 <시그널>의 주제는 명확하게 다가왔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피해자 가족들은 결코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사진 몇 장만으로 당신이 아는 전부겠지만 나는 아니야"라고 분노하던 재한의 모습이 바로 자신의 가족을 잃은 이들의 분노이기도 했다.

공소시효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은 분명하게 다르다. 하지만 가해자의 입장이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 모든 사건을 보는 것이 옳다. 어렵게 공소시효가 폐지되기는 했지만, 2000년 이전의 사건의 범인들은 여전히 세상을 바라보고 웃으며 살고 있다. 그런 범인들이 극에 등장하던 살인마나 그의 아버지처럼 세상을 조롱하며 살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드라마 <시그널>은 강렬하게 외치고 있다.

전기충격기와 영화표. 이재한과 김원경을 통해 <시그널>은 사건이 벌어진 지 26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결코 그 사건은 잊혀질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가해자는 쉽게 잊을 수도 있겠지만 피해자는 결코 잊을 수 없음을 <시그널>은 시청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드라마가 위대한 것은 이런 주제의식만이 아니다. 이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인 재미마저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시그널>은 우리가 꼭 봐야만 하는 드라마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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