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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2회- 이제훈과 조진웅은 왜 11시 23분에만 무전이 가능할까?[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6.01.24 12:00

10분을 남긴 상황에서 진범을 취조하는 차수현. 하지만 15년 전 사건의 진범인 윤수아는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반성도 회한도 없이 오직 자신의 죄가 사라지는 공소시효 만료일만 기다려왔던 윤수아를 흔들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증거가 있어도 시간과의 싸움이 되는 이 잔인한 현실에서 애타는 것은 결국 희생자 가족뿐이다.

11시 23분에 담긴 의미;
장기미제전담팀 발족, 살인의 추억 속으로 들어선 세 남녀의 운명

해영을 15년 동안 괴롭혀왔던 '김윤정 유괴살인사건'의 범인은 극적으로 붙잡았다. 경찰들을 농락하던 그녀는 공소시효를 20분 남기고 잡혔지만 취조실에서 여전히 강력했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흔들리지 않는 그녀는 그저 시간만 지나기를 바랄 뿐이다.

차수현은 급조한 안경을 통해 진범 윤수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15년 전 과거의 사건과 윤수아가 동일 인물임을 밝혀냈다는 차수현의 압박에 그녀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완벽한 살인에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했으니 말이다.

DNA 검사서를 거짓으로 들고 연기까지 하는 해영까지 가세했지만 견고한 윤수아를 무너트리기에는 힘겨웠다. 그녀의 말처럼 모든 증거가 있다면 이렇게 취조를 하지 않고 구속을 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공소시효가 끝나며 허탈해 하는 형사들과 달리, 도도하게 취조실을 나서는 윤수아. 범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도 잡지 못하던 수현은 결정적인 증거를 얻게 된다.

   
▲ tvN 새 금토드라마 <시그널>

주차증에 적힌 시간은 12시가 아닌 12시 5분이었다. 15년 전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아직 남아 있었다. 경찰서를 나서는 윤수아를 서영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체포한 수현과 형사들. 하지만 진범을 잡아달라며 15년 동안 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던 윤정의 어머니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살인범이 눈앞에 있음에도 법은 살인범에게 자유를 줬다. 피해자 가족의 삶은 산산이 부서지고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있는데 살인자는 당당하다. 이 말도 안 되는 공소시효에 대해 분노하는 윤정 어머니의 오열은 바로 드라마 <시그널>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가치다.

이 사건으로 인해 여론은 분노했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공소시효 제도는 폐지되었다. 2000년 이후 중대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는 사라졌지만, 이전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은 상황은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 여론에 밀려 경찰청은 '장기미제전담팀'을 꾸린다.

장기미제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여론에 맞선 보여주기식 행정은 열악한 환경으로 대변되었다. 15년 전 미제사건을 해결한 차수현과 박해영, 그리고 김계철과 증거물 감식을 전문으로 하는 정헌기로 구성된 '장기미제전담팀'은 형식은 취했다. 현장을 누빌 형사들과 프로파일러, 감식 전문가까지 한 팀으로 구성되어 외형적으로는 완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모든 형사들에게 눈엣가시일 뿐이다.

'장기미제사건'은 경찰에겐 치욕의 역사다. 경찰들이 풀어내지 못한 사건을 다시 수사한다는 것은 그동안 그들이 했던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마치 감찰반 형사들이나 마찬가지로 동료들에게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그곳에 소속된 그들에게 주어진 첫 미제 사건은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이었다.

경찰이라면 알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제사건을 해결하라는 안치수 팀장의 요구는 말 그대로 '장기미제전담팀'의 위상을 알 수 있게 한다. 사건을 해결하라는 것이 아니라 시간만 때우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이 황당해 하는 것과 달리, 해영은 오히려 반긴다.

   
▲ tvN 새 금토드라마 <시그널>

기왕 하는 것 가장 어렵고 힘든 미제 사건으로 시작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태도이다. 그런 그에겐 1989년으로 돌아간 이재한이 존재했다. 15년 동안 풀어내지 못한 사건은 이재한과의 무전을 통해 극적으로 해결되었다. 이 무전 하나로 2000년 이후 중범죄 사건에 한해 공소시효가 사라지는 결과도 낳았다.
 
기묘한 그 무전으로 만들어진 파장은 수많은 미제 사건들을 풀어내는 전담팀까지 꾸리게 만들었다. 억울하게 범죄자로 오인 받아 죽어야 했던 형에 대한 재수사도 가능해진 만큼 해영으로서는 이것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연예인들에 대한 가십에 대해 집중했던 그는 모든 것을 접고 오직 사건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11시 23분이 되자 무전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지난번 총소리로 끝난 뒤 첫 무전을 하던 해영은 달라진 상황에 당황한다. 형사였던 이재한이 순경이라고 밝히고,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 7차 피해자를 찾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달라졌다.

'김윤정 납치살인사건'에서는 이재한은 박해영을 알고 있었지만,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의 경우 박해영은 알고 있는데 이재한은 상대를 알지 못하고 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지만 서로의 상황이 바뀌어 있는 그들의 처지는 결국 마지막을 통해 시작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재한이 해영에게 1989년의 자신을 꼭 설득해 달라는 마지막 무전은 모든 상황을 이미 경험한 그의 절규였다. 결국 이 모든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영이 재한으로 하여금 이 기괴한 무전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게 해야만 한다. 첫 사건에 투입되었던 경찰 이재한은 7차 사건의 범인이 무전기 속 박해영이 밝힌 그 장소라는 사실에 놀란다.

7차만이 아니라 8차 사건 역시 해영은 무전기를 통해 이미 밝혔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7차 사건을 통해 의구심을 품었던 재한은 해영이 이야기했던 철로변을 살피기 시작한다. 그리고 재한의 등장으로 8차 사건의 희생자는 극적으로 살아나고 그 사건은 미수로 바뀌었다. 증거 사진도, 적어놓았던 사건들도 모두 미수로 바뀌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 tvN 새 금토드라마 <시그널>

포기하지 않으면 결과는 바뀔 수 있다는 강렬한 메시지는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과거의 자신을 설득해 이 기괴한 교류에 함께할 수 있도록 해 달라던 재한. 그렇게 그들은 진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낡은 무전기를 통해 시공을 초월한 교류를 하기 시작했다.

박해영이 누구인지 의문을 품은 재한이 그를 찾아다니고 그렇게 좌충우돌하면서 둘은 무전기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제 사건으로 남겨질 수밖에 없었던 사건들을 과거의 현재와 현재의 과거를 통해 확인하고 풀어가는 방식은 진정한 장르 드라마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줄 것이다.

애틋한 감정만 가진 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남자 이재한. 그를 잊지 못하고 여전히 그를 찾고 있는 형사 차수현. 재한의 아버지를 습관적으로 찾으며 자신의 기억에 영원히 박제한 남자 재한. 강력계 첫 여성 형사가 되었던 수현. 그녀가 사랑했던 유일한 남자 재한은 '김윤정 납치살인사건'을 해결한다고 나간 후 실종되었다. 그렇게 사라진 남자를 잊지 못하고 추적하는 수현은 운명처럼 그와 소통하는 해영과 한 팀이 되었다.

기묘한 무전을 통해 15년 동안 풀어내지 못한 미제사건을 해결했다. 흥미로운 것은 왜 그들은 11시 23분에만 무전기로 소통을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매개체가 되는 무전기는 물리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지정된 시간은 단순하게 넘길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11시 23분은 특별한 의미와 상징을 내포하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그들의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의미 없는 시간으로 보기에는 너무 특별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재한이 죽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 모든 사건을 풀어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11시 23분에만 되어야 마법이 풀리며 소통을 할 수 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마법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게 되는 것은 어떤 한 사건을 위한 장치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해영이 여전히 잊지 못하는 형에 대한 간절함이 담긴 가치일 수도 있다. 2001년 직권면직이 되어버린 이재한에 관련된 의미일 수도 있다. 그 11시 23분은 작가의 의도가 가장 깊숙하게 내재된 특별한 '시그널'일 것이다.

두 사람을 연결시킨 마법의 시간 11시 23분. 그 시간에 담긴 의미는 극이 진행될수록 좀 더 명확해질 것이다. 단순히 하나의 매개를 위한 장치로만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 시간에 대한 가치는 후반으로 넘어갈수록 강력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 tvN 새 금토드라마 <시그널>

영화 <살인의 추억>이 <시그널> 속으로 들어왔다. 현실에서는 영구미제사건이 되어버린 '화성연쇄살인사건'은 그렇게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한 명의 연쇄살인범과 모방범죄가 혼재된 이 사건은 영원히 풀 수 없는 사건이 되고 말았다. 유력한 용의자는 DNA가 달라서 피해갔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 이 사건은 대한민국 경찰의 치욕으로 기록되었다.

유도선수였던 이재한이 경찰에 입문해 처음으로 투입되었던 사건. 그 사건은 이제 그를 잊지 못하는 수현의 일이 되었다. 마치 이런 사실을 예상이라도 했듯, 재한은 아버지에게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면 누군가 해결해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운명처럼 강렬하게 둘을 엮어낸 이 사건은 그래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간절함은 8차 사건을 미수로 만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살인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간절함이 사건을 막고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는 사실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수많은 사건들이 <시그널>을 통해 공개될 것이다.

풀어내지 못한 그 사건을 풀어가는 그들을 통해 드라마는 공소시효의 완전 폐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00년이라는 기준점이 아닌 소급 적용을 통해 강력 사건에 대해서는 모두 사건을 해결될 때까지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고 외칠 것이다. 첫 회 등장한 잔인한 살인범의 현재를 통해 공소시효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명확하게 보여준 <시그널>은 그래서 매력적이다.

이야기, 연출, 연기 세 박자가 완벽한 <시그널>은 첫 방송을 통해 장르 드라마가 국내에서도 정착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장르물에 취약했던 국내 드라마가 <시그널>의 성공으로 보다 확장되고 지속된다면 천편일률적인 이야기를 벗어나 진정한 '한류'의 시대를 이끌 수도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박해영과 이재한을 연결해주는 낡은 무전기. 그리고 특정한 시간 11시 23분. 중요한 사건을 마주하면 만들어지는 이 마법과도 같은 소통의 시간은 <시그널>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노력하면 미래도 바꿀 수 있다는 그들의 메시지가 과연 어떤 이야기로 귀결될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시그널>은 최고라는 사실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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