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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12화- 백골이 된 이재한, 수현과 해영은 살려낼 수 있을까?[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6.02.28 12:52

안치수 계장은 사망 직전 박해영에게 비밀 하나를 공개한다. 돌계단 아래. 자신이 분명 이재한을 죽였는데 무전기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그 말을 남기고 숨진 안치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오히려 현장에 있던 박해영이 살인범으로 오해를 받는 상황에 빠지고 만다.

안치수 사망은 기폭제;
백골로 발견된 이재한, 모든 것의 시작인 인주, 그곳에서 사건은 해결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도된 결론에 의해 악의적으로 진행되었다.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은 그렇게 은밀하면서도 노골적으로 이어졌다. 결론은 정해져있지만 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건 버드나무 집에서 시작되었다. 이 구절로 시작된 글 하나는 인주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서울에서 광수대가 특파될 정도로 이 사건은 중요하게 언급되었다. 하지만 서울 광수대 파견은 사건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철저한 조작과 은폐를 위함이었다.

김범주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어진 은폐는 의도하지 않은 이재한이 함께하며 꼬이기 시작했다. 해영의 무전을 듣고 사건에서 배제된 재한이 함께 인주로 향하면서 모든 일은 시작되었다. 철저하게 조작된 상황에서 홀로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이재한은 그들에게는 눈엣가시였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인주시 전체가 사건을 은폐하는데 가담하는 이 황당한 현실 속에서 이재한은 진실을 찾고 싶었다. 한 여고생이 수십 명의 아이들에게 희생당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그림자 잡기 놀이만 하고 있다. 실체는 명확하지만 그림자라 우기는 상황에서 김범주는 바람막이로 해영의 형인 박선우를 내세웠다.

모든 사건의 시작이 된 1인이 누구인지를 찾는 것은 중요했다. 하지만 김범주는 가장 힘없고 보호해줄 사람 없는 이가 그 희생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사건의 진실은 묻히고 그가 보호하고자 하는 자를 구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를 보호해야만 자신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범주에게 박선우와 같은 가난한 아이는 좋은 희생양일 뿐이었다.

박선우가 건넨 사진 한 장은 진실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그렇게 이재한은 학적부를 조사해 인간(인주 고등학교 간부) 7명 중 하나가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인물이라고 확신했다. 범죄에 가담했지만 정의감이 아직은 살아있는 인물, 그런 존재는 바로 이동진이었다. 사건이 불거진 후 그만이 홀로 괴로워했기 때문이다.

발로 뛰어 이동진을 찾은 이재한이지만 두터운 조작의 틀을 홀로 깨기는 힘들었다. 인간 7인을 모두 인주시 밖으로 내보내 수사를 할 수 없도록 하려던 김범주는 이재한으로 인해 발목잡혔지만, 취조 과정에서 그는 좋은 먹잇감을 찾았다. 바로 피해자 강혜승을 돕기 위해 이동진의 집에서 과외를 해주던 박선우였다.

사건은 철저하게 은폐 조작되었다. 버드나무집이라고 불렸다는 음식점은 사실 '벗나무집'이었다. 증언했던 주민은 조작에 가담했을 뿐이다. 도로 위에서 찐빵을 팔던 이의 증언을 통해  재한은 이동진의 집이 모든 사건이 벌어진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된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이동진의 집 앞에 버드나무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낸 이재한은 그곳이 모든 사건이 일어난 장소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이 사건이 왜 이렇게 조작되어야만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과 가장 친했던 동료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던 동료가 김범주에게 뇌물을 받고 사건 조작에 나섰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안치수가 골수암에 걸린 딸을 위해 조작에 앞장서며 김범주의 오른팔 노릇을 했던 것처럼, 그 역시 집까지 날린 가족을 위해 돈을 받고 조작에 가담했다. 자신이 아니면 누구라도 조작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음을 강조하지만 재한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가난하고 빽 없는 선우가 가해자로 조작되었다. 거대한 권력은 이렇게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냈다.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경찰들까지 조작에 가담한 이 상황에서 이재한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들이 나서서 사건을 조작하는 상황에서 이재한 혼자 진실을 밝혀내기는 역부족이었다.

'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라는 맷 타이비의 글에서도 알 수 있듯, 사회는 악랄하고 정교하게 가난한 자들을 수탈하며 살아가는 곳이다. 정의감이 투철하다고 외치는 자들마저도 가난한 이들에게 죄를 지우는 행위를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해영은 뒤늦게 자신의 형이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었다는 것을 친구를 통해 듣게 된다. 사건 직후 부모는 이혼하고 해영은 아버지에 이끌려 서울로 이사 갔다. 소년원에서 나온 형을 보기 위해 인주 집을 다시 찾은 해영은 그곳에서 자살한 형을 발견하게 되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해영은 과거 동창이었던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조작된 증언을 한 이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발언은 그를 더욱 분노하게 했다. 피투성이가 되는 상황에서도 진실을 밝히라 외치는 해영에게 그는 말한다. 선우가 희생양이 된 것은 "돈 없고 빽 없고 힘이 없어서"라고 한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조작을 유도하고 강요한 것은 경찰이었고, 해영이 경찰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싹틀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부터였다. 그렇게 해영은 경찰대를 들어갔고, 현재의 위치까지 오게 되었다. 형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말이다.

"돈이 필요하기는 하겠지. 저 여자애 벌써 너덜너덜해졌어. 기사는 대문짝만하게 나고, 실명까지 거론되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돈밖에 더 있겠어“

억울한 희생자가 나온 상황에서 분노한 재한에게 김범주가 한 이야기는 경악스럽기만 하다. 모든 사건을 조작하고 이를 지시했던 김범주가 재한에게 한 이 뻔뻔한 발언엔 분노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가해자는 철저하게 보호되었지만 피해자는 언론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실제 사건에서도 가해자들은 철저하게 보호되었다. 그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보호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은 작동하지 않았다.

조폭 출신 나이트 사장인 김성범의 차량 앞 유리에 달린 인형을 보고 재한은 깨닫게 된다. 자신이 인제 병원 근처에서 봤던 차량이 바로 김성범이라는 사실을. 결국 안치수를 죽인 범인은 칼을 능숙하게 다루는 김성범이라 확신한 재한은 그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로 향한다.

방치되어 버려졌지만 팔지도 않고 가지고 있는 그 버려진 집에서, 해영과 수현은 애타게 찾고 있었지만 아니기를 원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안치수가 죽기 직전 해영에게 말했던 돌계단 아래, 최근에 땅을 판 흔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이미 백골이 되어버린 이재한의 사체가 있었다.

차수현과 박해영은 과연 이재한을 살려낼 수 있을까? 이재한을 살리기 위해서는 과거 시점에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야만 한다. 국회의원과 인주시를 움직이는 인주시멘트 회사의 관계 등 검은 커넥션들을 모두 밝혀내지 않으면 이재한은 살아날 수가 없다.

재한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진실을 찾고 정의가 승리한다는 공식을 현실화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재한이 다시 살아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끔직한 세상에서 진실과 정의는 언제나 약자가 되기 때문이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예고편에 등장했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이미 죽은 재한과 무전기로 이야기하며 조심하라는 해영의 말에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갑니다"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재한의 모습은 뭉클함으로 다가왔다. 재한을 살려내기 위한 무수한 복선들은 이미 존재한다. 이 과정을 어떻게 매끄럽게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하다. 준비된 재료들을 과연 효과적으로 풀어 재한이 살아나는 결말을 선택할지 알 수는 없지만 흥미롭기는 하다.

보다 나은 세상이 되려면 재한과 같은 인물들이 많아야 한다. 조금은 바보 같지만 정직한 존재가 세상을 이롭게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지 않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재한과 같은 바보들이 있어야 하니 말이다.

작가는, 드라마는 과연 이재한을 살릴 수 있을까? 거대한 권력이 진실마저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현실 속에서 <시그널>은 과연 통쾌한 복수극으로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방식을 택할까? 아니면 결코 세상은 변하지 않음을 강렬하게 이야기할까?

국회에서 연일 이어지는 필리버스터는 국민들을 조금씩 깨우고 있다. 여당과 수구 세력에 의해 악랄한 '정치쇼'라고 공격받고 있지만 '필리버스터'가 그동안 잠들어있던 정의에 대한 욕구를 일깨우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말도 안 되는 부당함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이 지독한 현실 속에서 '필리버스터'는 진실을 알리는 창구가 되고 있다.

드라마 <시그널>은 부당한 범죄에 대해 공론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그 사건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드라마는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시그널>은 드라마를 통해 우리에게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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