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명의 여성 사체가 김장용 봉투에 싸여 버려졌다. 섬뜩하고 끔찍했던 그 사건은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다시 거론되며 화제가 되었다. 유일한 생존자 여성이 봤다는 신발장에 붙은 엽기토끼 스티커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시그널>은 이 사건을 담았고, 김혜수는 그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

사라진 엽기토끼 범인;
이재한의 4개 사건일지와 김계철 형사가 언급하는 오대양 사건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뤘던 엽기토끼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연쇄살인사건이 서울 도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범인은 오리무중이고 그 단서를 찾으려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흔적조차 찾지 못한 그 사건을 이번에는 드라마 <시그널>이 찾아갔다.

김범주와는 적대관계가 공고하게 구축된 이재한은 항상 그와 대립한다. 밀어내고 뽑아내려는 김범주와 그를 개라 지칭하며 잡아내겠다는 이재한은 같은 공간에 있으며 서로를 헐뜯는 관계로 고착화되고 있었다.

무전기를 버렸던 해영은 늦은 밤 울리는 소리를 찾아 안치수 반장의 서랍에서 이재한의 무전기를 찾는다. 그는 확실하게 안치수 반장을 의심하게 된다. 대도 사건의 진범을 찾는 과정에서도 외부로 유출된 증거는 안치수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라는 점에서 의심의 여지는 없다. 중요한 것은 안치수 외에 경찰 내부에 조력자가 더 있다는 사실이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수현 어머니의 급박한 전화로 그녀의 집으로 간 해영은 중요한 쪽지를 보게 된다. 수현의 방에 있던 재한의 수첩이 바로 그것이었다. 수첩 뒤쪽에 있던 쪽지, 그 안에는 4개의 사건이 기록돼 있다.

경기연쇄살인사건부터 여고생 집단성폭행사건까지 정리된 이재한의 사건일지는 결국 모든 것을 풀어내는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과거에 이재한을 죽인 안치수와 교점은 바로 박해영의 형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1999년 인주시 여고생 집단성폭행사건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두 개의 죽음이 연결되어 있는 1999년 사건은 결국 모든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열쇠와 같다. 인주시에 있던 안치수, 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내려갔던 이재한 그리고 형의 억울한 누명을 풀어주고 싶었던 해영까지 모두 그 사건에 집중하게 된다. 과거의 사건 속에서 재한이 진실을 밝혀내면 해영의 형은 자살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김범주의 개가 되는 안치수 역시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결국 <시그널>은 1999년 사건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19997년 홍원동 사건은 중요하다. 이재한이 아직 그 사건을 알지 못하던 시점 그가 작성한 쪽지 속 사건일지를 본 박해영. 둘은 사건의 실체를 알기 전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주변을 탐색하던 재한은 두 개의 사건은 연결해 연쇄살인이라고 주장한다. 김범주는 사건 자체를 무시하지만 재한은 사건에 집중하게 되고, 그를 좋아하던 수현은 홀로 수사하는 재한을 돕게 된다.

검은 비닐봉지로 얼굴을 감싼 채 쓰레기 봉지들 사이에 버려진 사체. 그 끔찍한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어떤 접점도 찾기 어렵다. 두 피해자가 서로 다르고 지역도 나뉜 상황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정의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쇄살인사건이라고 부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인 3구의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은 미묘한 지점에 있었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재한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스스로 사건 속 피해자를 가정해 사건이 발생한 지역을 다니던 수현은 정말 범인에게 납치되는 신세가 된다. 편의점이 형사들이 찾지 못한 모든 사건의 교점이었다. 그곳에 들어선 수현을 노리고 있던 범인은 버려진 강아지에 시선을 돌리는 사이 납치에 성공했다.

그렇게 봉지에 싸인 채 범인에게 붙잡힌 수현은 다른 희생자와 달리 범인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탈출에 성공한다. 자신을 돕겠다고 나선 수현이 걱정되었던 재한은 경찰서에서도 그리고 집에도 돌아오지 않은 그녀를 찾기 위해 사건이 발생했던 홍원동으로 향한다.

손이 묶이고 얼굴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씌워진 상태에서 오직 살기위해 도주하던 수현은 재한을 만나며 죽음의 위기에서 겨우 벗어난다. 이 사건은 수현에게는 지독한 트라우마를 남겼고, 재한에게도 중요하게 다가왔다. 재한에게 중요했던 사람이 이미 둘이나 죽었다. 재한이 짝사랑했던 여인을 구하지 못했고, 대도 사건에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친조카와 같은 아이가 죽는 걸 그저 바라만 봐야 했다.

지독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재한이 그나마 수현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은 다행이다. 이 사건 이후 범인은 패턴을 바꿨다. 거리에 사체를 버리던 범인이 이번에는 야산에 사체를 묻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언제나처럼 백골사체를 찾아다니던 수현은 비닐봉지에 얼굴이 싸인 사체를 확인하고 1997년 사건이 연쇄살인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어렵게 수사를 진행하다 사체가 발견되었던 그 야산에서 엄청난 양의 사체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입산금지가 되었던 그 산은 홍원동 범인에게는 사체를 은폐하는 중요한 장소였다. 살인마는 그 증거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거나 연결시키지 못해서 몰랐을 뿐 여전히 살인을 해왔을 뿐이었다.

실제 신정동 사건에서도 범인은 납치 후 극적으로 도주한 여성 사건 이후 사라졌다. 아니 사라졌다고 보였다. 하지만 한가한 도로 하수구에 버려진 사체가 이 연쇄 살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심들도 있다. 그런 점에서 <시그널>이 다룬 홍원동 사건은 강렬하게 다가온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여전히 우리와 함께 숨 쉬며 살고 있는 연쇄살인마. 포기하지 않아야만 범인을 잡을 수 있음을 <시그널>은 강렬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살인사건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시그널>은 특별하다. 이 상황에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김계철 형사가 언급하는 '1987년 오대양 사건'이다.

김계철 형사는 장기미제사건팀이 만들어지고 본격적인 수사를 하면서 줄기차게 1987년 오대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박해영과 차수현은 그 사건이 아닌 이재한과 연결된 사건에만 집중하고 있다. 긴장감과 재미를 전해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볼 수도 있겠지만, 오대양 사건은 중요한 가치로 다가온다.

<시그널>은 왜 지독할 정도로 '오대양 사건'에 집착하는 것일까?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지도 않으면서 변죽 울리듯 김계철 형사를 이용해 '오대양 사건'을 풀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드라마 상에서 '오대양 사건'에 접근할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1987년 오대양 사건은 구원파와 연결되어 있고, 이는 곧 잊을 수 없는 세월호와 직결된단 점이다. 사이비 종교 집단의 집단 자살로 알려진 '오대양 사건'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누군가에 의해 저질러진 살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넘긴 그 사건에서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구원파다.

공예품을 만들어 판매하던 오대양 업체의 사장인 박순자는 단순한 사업가가 아닌 사이비 교주였다. 자신들의 신자를 데리고 사업을 했고, 그들에게 사채를 빌리도록 요구해 당시 170억이 넘는 돈을 받았다. 하지만 사업은 점점 기울었고, 엽기적인 사건으로 세상에 실체가 알려졌다.

천장에서 발견된 30여구의 사체 중 3개의 자살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교살되었단 주장이 있었음에도 이 사건은 종결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교점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박순자와 구원파 교주인 유병언이다. 박순자가 몸을 담았던 곳이 바로 유병언의 구원파였기 때문이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오대양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망자들이 조달한 사채가 구원파를 거쳐 세모 측으로 유입됐음을 나타내는 수표 기록이 발견됐다고 알려진다. 오대양과 구원파 그리고 세모가 관련되어 있음이 명확한 상황에서도 이 사건은 그렇게 사이비 종교 집단의 집단 자살 사건으로 무마되었다.

오대양 교주인 박순자가 구원파 신도에게 거액을 건넸고, 그 금액이 다시 세모 측으로 유입된 증거가 있었음에도 유병언은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그가 소유하고 있던 세모의 유람선은 수백 명의 어린 학생들을 태운 채 위험한 운항을 했고, 처참한 죽음으로 우리를 경악하게 했다.

김계철 형사가 오대양 사건을 희대의 사건이고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미제 사건이라고 외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교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지속적으로 이를 언급하는 이유는 바로 과거 오대양 사건과 세월호의 연결고리를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병언은 죽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의문점이 있다. 과거 오대양 사건이 집단자살로 치부되었듯, 유병언의 죽음 역시 세월호 사건을 축소하는 이유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황당하다. 과연 <시그널>은 오대양 사건을 다룰 수 있을까? 직접적으로 다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오대양 사건'을 언급하며 '세월호'를 잊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어쩌면 드라마가 끝나는 시점 마지막 사건으로 '오대양 사건'을 수사하며 열린 형식으로 끝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고 유병언 전 회장 및 기독교복음침례회 관련 정정보도문

본 인터넷 신문은 2016년 2월 22일 ‘블로그와’면에서 <시그널 9화- 조진웅이 남긴 4개의 사건과 풀리지 않은 오대양 사건 그리고 세월호>이라는 제목으로 “천장에서 발견된 30여구의 사체 중 3개의 자살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교살되었단 주장이 있었음에도 이 사건은 종결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교점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박순자와 구원파 교주인 유병언이다. 박순자가 몸을 담았던 곳이 바로 유병언의 구원파였기 때문이다.”, “오대양 교주인 박순자가 구원파 신도에게 거액을 건넸고, 그 금액이 다시 세모 측으로 유입된 증거가 있었음에도 유병언은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그가 소유하고 있던 세모의 유람선은 수백 명의 어린 학생들을 태운 채 위험한 운항을 했고, 처참한 죽음으로 우리를 경악하게 했다.” 또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1987년 오대양 사건은 구원파와 연결되어 있고, 이는 곧 잊을 수 없는 세월호와 직결된단 점이다. 사이비 종교 집단의 집단 자살로 알려진 '오대양 사건'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누군가에 의해 저질러진 살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넘긴 그 사건에서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구원파다.”, “오대양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망자들이 조달한 사채가 구원파를 거쳐 세모 측으로 유입됐음을 나타내는 수표 기록이 발견됐다고 알려진다. 오대양과 구원파 그리고 세모가 관련되어 있음이 명확한 상황에서도 이 사건은 그렇게 사이비 종교 집단의 집단 자살 사건으로 무마되었다”라는 내용을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오대양사건은 1987년과 1988년 그리고 1991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세 차례나 재조사를 받았음에도 수사 결과는 외부 세력과 관련 없는 집단자살로 동일하게 결론이 난 사건이며,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 다수의 언론에서도 이미 보도된 사실이 있고, 검찰 또한 지난 2014년 5월 21일 공문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또한 오대양 사건과 구원파가 연결되어 있고 이것이 세월호와 직결된다는 것은 확인된바 없습니다.

또 박순자가 오대양 설립이전에 물품 대금을 기독교복음침례회 교인에게 사업관계로 송금한 사실이 있으나 이는 정상적인 거래일 뿐 오대양 사건과 관련이 없고, 오대양사건은 1987년과 1988년 그리고 1991년 세 번의 수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외부 세력과 관련 없는 집단자살로 결론이 난 사건으로 유병언 전 회장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검찰이 지난 2014년 5월 21일 또 한 번 공문을 통해서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세모 유람선이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우고 위험한 운항을 하여 사망사고가 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해당 보도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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