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최성준 위원장이 MBC-보수매체 대화내용이 공개되면서 터져 나온 ‘방송 통제’ 파문에 대해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은 2014년 보수매체와 만난 자리에서 2012년 자신이 인사위원회 위원일 당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근거 없이 해고”했고 그 이유는 두 사람이 “노동조합의 후견인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백종문 본부장은 시사보도프로그램에 대해 자신이 “그런 거 전혀 못하게 다 통제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방통위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임명하고 방문진을 관리감독하는 정부부처다. 방통위는 2013년 MBC를 재허가할 때 ‘노사관계 정상화’를 권고하기도 했다. 최근 MBC-보수매체 파문이 일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이 참여하는 ‘MBC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7일 최성준 위원장에게 MBC 방송편성 자유와 독립 침해 및 불법 해고와 관련 특별조사와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최성준 위원장은 27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2016년도 주요 업무계획’ 질의응답 자리에서 “신문을 통해 보도가 되고 있지만 (관련 법령을 고려하면) 방통위가 조치할 것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해고’ 문제에 대해서는 MBC 노사문제이자 대법원 판결을 앞둔 사안이라는 점, ‘방송통제’에 대해서는 방송법 상 금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최성준 위원장 주장이다.

그러나 방통위가 이 문제를 중히 봐야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MBC간부들과 보수매체 관계자들이 나눈 대화를 보면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에 대한 증거 없는 해고만이 문제가 아니다. 백종문씨 등 MBC 간부들은 "라디오는 다 빨갛다"고 말하며 패널 교체를 언급하는가 하면 <무한도전>이나 <라디오스타> 같은 예능프로그램들이 시민들을 좌경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양측이 어떤 거래를 타진하는 대목도 있다. 방통위가 이 사태에 어떻게든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이에 대해 최성준 위원장은 “해고와 관련된 노사문제에 대해서는 해당 방송사에서 검토해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문제다. 방통위가 관여할 경우 방송사 경영에 간섭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사건은 2심 판결이 났고 대법원에 계속적인 사건으로 안다. MBC 노사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백종문 본부장의 패널 교체 압박, 프로그램 통제와 관련해) 방송법 4조에 대한 해석은 국가권력 등 외부로부터의 간섭을 배제하는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금지행위, 시정명령, 과태료 부과 등과 관련 있을 경우 방통위가 해당 부분에 대해 자료를 요구하고 사태를 파악할 수 있지만 (이번 건의 경우) 해당되는 내용이 없지 않나 보고 있다. 방통위의 조치는 없다고 판단한다. 앞으로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으나 현재 보도된 것을 토대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지난해 MBC에서 노사 갈등이 생겨 ‘권고사항 이행 여부를 재허가 심사 때 반영하겠다’는 의사표현을 했다. 법에 정해진 것에 한해 방통위가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성준 위원장이 거론한 방송법 4조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방송법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 “방송사업자는 방송편성책임자를 선임하고, 그 성명을 방송시간내에 매일 1회 이상 공표하여야 하며, 방송편성책임자의 자율적인 방송편성을 보장하여야 한다”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방송프로그램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패널과 방송내용을 통제하고 있다고 발언한 사람은 ‘미래전략본부장’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편성책임자라고 하더라도 백종문 본부장 식 통제는 제작진의 제작자율성을 무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기 때문이다.

한편 MBC공대위는 이날 최성준 위원장에게 면담과 MBC에 대한 특별조사를 요청했다. 공대위는 “‘MBC 백종문 녹취록’을 드러난 사실들은 공영방송 MBC의 공적 책무와 공익성을 수호하고 구현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경영진이 특정 이념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프로그램 제작과 인력 운용, 노사 관계에 불법·부당 개입한 중대한 위법 행위”라며 “특히 방송제작·편성에 간여할 수 없는 위치에 있던 백종문 당시 경영기획본부장이 ‘BBK, 광우병, 라디오프로그램 패널, 국부 이승만 등’을 언급하며 프로그램 편성과 제작에 개입했다고 자백했고, 심지어는 노조혐오 매체 관계자들의 청탁을 수용해 방송출연을 알선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특정 이념을 기준으로 제작종사자들을 분류해 프로그램에서 배제하거나, 불법 해고와 징계를 기획했다. 이는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당장 방통위가 특별조사에 나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