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이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의 해고가 “증거없이” 이뤄졌다고 발언한 녹취록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관련기사 : “최승호·박성제 파업 배후 증거 없지만 해고했다”…MBC 녹취록 파문) 이런 일이 일어난 만큼 19대 국회 개원의 조건이었던 ‘MBC청문회’의 개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후 소송에서 회사가 질 것임을 알면서도 해고를 강행했다는 점에서 ‘배임’ 혐의를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부당한 해고였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이제라도 조속한 복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25일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MBC청문회를 당장 열자”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약속한대로 MBC 해고자들을 제 위치로 보내는데 협조해야 한다. 공영방송지배구조개선도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마무리하자”고 촉구했다.

최민희 의원, “녹취록 풀며 경악…MBC망가지는 것 두고 볼 수 없어”

최민희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공영방송 MBC가 망가지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2014년 MBC 2인자라는 핵심간부(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와 보수우익 인터넷매체 대표(폴리뷰 박한명 대표)가 만나 6시간 동안 대화한 녹취록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최민희 의원은 “녹취록을 풀면서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 녹취록에 드러난 세부 내용을 전했다. 최민희 의원에 의하면 이 녹취록에 드러난 대화의 문제는 △최승호PD·박성제 기자의 증거없는 해고, △망가진 MBC 조직 운영 방식, △제작자율성 침해, △보수인터넷 매체 대표를 만나 경영진이 보인 비굴성 등이 핵심이다.

▲ 최민희 의원은 25일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MBC청문회 당잘 열자”고 촉구했다.(사진=최민희 의원실)

최승호PD와 박성제 기자는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가 170일의 최장기 파업을 벌이던 과정에서 당시 ‘평조합원’으로 파업에 참여했는데도 해고라는 가장 중한 징계를 받아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이에 대해 백종문 본부장은 “최승호·박성제는 증거가 없이 해고시켰다. 해고할 때 그럴 것(해고무효)을 예측했다”며 “그런데, 이놈들 가만 두면 안 되겠다 싶어가지고 해고를 시킨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백종문 본부장은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편성제작본부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라며 “현재 미래전략본부장으로 당시 최승호·박성제 해고에 관여했다. 당시 인사위원장은 부사장이었던 안광한 사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두 사람의 해고 이유는 파업참여와 무단결근이었다”면서 “그런데 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 모두가 그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유독 두 사람만 해고해서 당시에도 뒷말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최민희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MBC에서 일어난 파업과 해고사태와 관련해 ‘참 안타까운일’이라며 ‘복귀하고 나면 모든 문제를 순리대로 풀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며 “순리대로 풀겠다던 박근혜 대통령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라고 비판했다. 또 최민희 의원은 “새누리당은 저희 당과 언론청문회에 합의한 바 있다. 지금 당장 MBC청문회를 열도록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방송장악은 불가능하다’면서, 공영방송지배구조개선 방안을 만들겠다며 국회에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설치를 약속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후 2012년 발생했던 KBS·MBC·YTN 연대파업 관련 ‘언론청문회’ 개최를 촉구했다. 하지만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새누리당의 반대로 청문회 개최는 무산됐다. 야당이 위원장으로 있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MBC청문회’ 개최가 다시 추진됐지만 김재철 사장이 불출석하면서 이 또한 무산됐다.(▷관련기사 : MBC 김재철 사장, 국회 청문회마저 거부)

최민희 의원은 “우리당은 노동법 개악에 반대한다. 이 자리에 계신 언론 여러분들 누구라도 저성과자라고 회사가 낙인찍으면 해고될 수 있다”며 “그리고 이미 공영방송 MBC에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의 해고 사례를 통해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최민희 의원은 “녹취록을 보면 MBC조직개편 얘기도 나온다”며 “경력사원을 뽑으며 인사검증을 한답시고 지역 등을 본다고 얘기한다. 그렇게 지역감정에 매몰돼 있는 사람이 어떻게 공영방송 본부장이 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백종문 본부장은 일상적으로 MBC 프로그램에 간섭하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너 그 아이템 왜 했나’, ‘야단까지 쳤다’라고 발언했다”면서 “보수우익(매체) 대표가 ‘(MBC)예능이 국민을 좌경화하는데 일등공신’이라고 <무한도전>, <라디오스타>를 거론하자, 백종문 본부장은 ‘회사에서 손을 못 대고 있다’고 동조했다”고 말해 MBC의 굴욕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소송에서 질 걸 알면서 해고 강행한 것은 배임행위…해고자들 복직시켜야”

녹취록 공개로 파장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당시 MBC경영진이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소송에서 질 것을 알면서도 증거도 없이 해고했다는 사실에 대해 ‘배임’행위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 MBC녹취록 뉴스타파 보도 중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해고사유가 없는 줄 알고도 해고한 것은 해고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법질서에 대한 정면도전이며 범죄행위”라면서 “실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는 징계무효소송에서 1, 2심 모두 승소해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MBC가 이런 소송(노조상대)에 쓴 비용이 수십 억 원에 달한다. 해고 사유가 없는 줄 알고도 해고를 강행해 회사에 금전적 손실을 입혔다면 명백한 배임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미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또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의 해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경영진 핵심 인사인 백종문 본부장의 입을 통해 드러난만큼 당시 인사위원장이었던 현 안광한 사장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MBC는 또한 현재 진행중인 소송을 취하하고 해고자를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