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는 적법하게 해고됐다”
“‘증거도 없이’ 해고했다는 기사는 허위보도”

MBC(사장 안광한)가 이른바 ‘MBC녹취록’과 관련해 뒤늦게 밝힌 입장이다. 그런데, MBC의 해명은 그동안 노사 간 벌인 소송과 그에 따른 법원의 판결과 사뭇 달랐다. MBC는 이번 입장문에서도 2012년 170일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법원의 판단과 정면으로 위배된다. MBC의 입장과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다른지 따져봤다.

MBC, “170일 파업은 불법…최승호·박성제는 적법하게 해고”

MBC는 26일 오후3시에 열린 타임오프 문제 해결 등 노사 단체협상을 위한 테이블에서 녹취록의 당사자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은 녹취록과 관련해 “녹음한 것 중 일부만 발췌된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 MBC 상암동 사옥ⓒ미디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 측의 ‘극우매체와 부적절한 회동이 아니냐’는 지적에 백종문 본부장은 “극우가 나쁜 게 아니다. 극좌가 나쁜 것도 아니고”라면서 “비정상적인 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재욱 법무실장이 폴리뷰 정보라인을 자처한 것에 대해서도 백종문 본부장은 “정보를 빼돌린 게 아니라, 회사의 정책을 설명한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백종문 본부장은 단체협상을 위한 테이블에서 녹취록 관련 질의가 쏟아지자 20만에 자리를 떠났다.

같은 날, MBC는 오후5시 <[알려드립니다]“최승호, 박성제를 ‘증거도 없이’ 해고시켰다는 기사는 사실이 아닌 명백한 허위 보도입니다”>(▷링크)를 통해 “일부 매체에서 보도하고 있는 최승호, 박성제를 ‘증거도 없이’ 해고시켰다는 기사는 사실이 아닌 명백한 허위 보도”라면서 “최승호, 박성제는 다음과 같은 명백한 사유로 인해 관련 사규에 의거 적법하게 해고됐다”고 밝혔다.

MBC는 최승호 PD의 해고 사유로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의 불법 파업에 동조 및 참여, △PD들이 파업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회사 업무방해,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언행으로 회사 질서 문란, △‘파워 업! 피디수첩’(피떡수첩)을 통한 회사 경영진과 임직원들 비방해 명에 훼손, △사옥 1층 로비를 장기간 점거로 인한 통행 방해(2012년 3월 19일), △광화문 광장 1인시위로 임직원 명예훼손(2012년 5월 15일), △회사 장소지정 대기발령에 불응 및 무단결근 등을 들었다.

MBC는 박성제 기자에 대해서는 △관리자(팀장)로서 직무 방기한 채 김재철 사장 퇴진 노조의 불법 파업 참여, △기자들의 파업에 참여하도록 독려 및 회사 업무 방해, △방문진 업무보고 후 본사로 귀사하는 김재철 사장의 진로 방해, △권재홍 당시 보도본부장의 퇴근 방해 시위 참여(2012년 5월 16일), △회사 장소지정 대기발령에 불응 및 무단결근 등을 해고 사유로 제시했다.

MBC는 “이와 같이 확실하고 명확한 사유로 인해 최승호, 박성제 등은 불법 정치파업 140일째이던 2012년 6월 18일, 19일 문화방송 인사위원회의 적법한 절차에 의해 정당하게 해고됐다”며 “최근 일부 매체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녹음된 대화 내용을 임의로 편집해 증거도 없이 해고시켰다는 내용 등으로 허위 보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승호, 박성제가 파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데 대한 ‘직접적 증거가 다소 충분하지 못 하다’는 의견을 마치 근거 없이 해고했다는 의미로 왜곡하고 몰래 녹음한 사적 대화 내용을 임의 편집해 사실관계를 호도하는 것은 언론의 정당한 취재 윤리를 벗어난 것”이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MBC는 “사실 확인 없이 무차별 허위 기사를 유포하고 있는 일부 매체의 비정상적인 보도 행태에 대해 유감”이라며 “이로 인해 발생되는 명예훼손에 대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원, “MBC 파업 정당성 인정…최승호·박성제 해고 등은 무효”

하지만 MBC가 내놓은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의 해고사유는 이미 재판을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대목들이 많다. MBC노사 간 벌어진 소송은 크게 △해고 및 징계 소송, △노동자 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 △195억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 나뉜다. 해당 소송에서 노조가 항소심(2심)까지 모두 승소해 놓은 상황이다.

▲ 26일 MBC공대위가 주최한 '<공영방송 MBC 장악 음모 진상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녹취록의 당사자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가 발언하고 있다ⓒ미디어스

MBC가 해명보도자료에서 전제로 제시한 ‘불법 파업’이라는 정의부터 다르다. 법원은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을 내걸고 파업한 것에 대해 1심 재판부는 “(MBC)파업의 주된 목적은 재판부가 판단하기에 특정 경영자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 회사 경영진이 단협, 공방협 등을 제대로 개최하지 않고 프로그램 제작진 인사원칙을 지키지 않는 등 공정성 보장을 위한 여러 절차를 위반한 것에 대해 공정성을 보장받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가 원고들에 대해 한 각 징계 처분은 모두 무효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MBC본부의 170일 파업을 “정당하다”고 결정한 것이다. 2심 재판부 또한 같은 판결을 내렸다.(▷관련기사 : ‘김재철 퇴진’ 170일 파업한 MBC 노조 ‘승소’)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의 해고 사유가 된 ‘업무방해’ 또한 마찬가지이다. 2014년 5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법원은 검찰 측이 주장한 △불법파업에 따른 업무방해, △현관문 봉쇄로 인한 업무방해(로비 미사용), △재물손괴죄(현판·기둥 낙서), △(김재철 사장에 대한 법인카드 내역)비밀누설 등 기소에 대해 ‘재물손괴죄(현판·기둥 낙서)’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무죄로 결정했다.(▷관련기사 : 170일의 MBC노조 파업…핵심쟁점 ‘업무방해’ 혐의 무죄)

당시 국민참여재판부는 ‘파업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2011년부터 노사 간 대립이 있어왔고, 2012년 1월 10일경 박성호 기자회장을 해고했다”며 “그 행위로 볼 때, 노조에서 충분히 파업을 할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MBC 현관문 봉쇄로 인한 업무방해’에 대해서도 “출입문을 봉쇄한 것은 일종의 노조의 점거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해당 행위가 방송사의 기본 업무인 제작과 송출 업무를 제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피고인들의 진술대로 남문 이용이 가능했다는 점과 배타적 점거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 배심원단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 재판부의 결정을 그대로 인용했다.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의 “해고는 무효하다”고 판결을 내리고 있다. 비단 두 사람만의 일은 아니다. 이 밖에도 MBC 사측이 제기한 195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 또한 1심에서 기각됐다. 항소심 또한 같은 결정을 내린 상태다. 이 또한 파업이 정당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손해를 노조에서 책임 질 필요가 없다는 법원의 일관된 결정이었다. (▷관련기사 : MBC, 195억 '파업' 손해배상 청구…'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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