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가 2012년 MBC 파업 당시 보수매체인 폴리뷰의 편집국장에게 김재철 사장을 옹호하는 여론전을 지시하고, 폴리뷰를 재정적으로 지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이 2014년 4월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 정재욱 법무실장 등 MBC 관계자들과 서울 종로의 한정식집에서 만난 자리에서 나눈 대화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그러나 당사자인 전원책 변호사는 “사실무근”이라며 “지시한 적 없고, 폴리뷰에 단 돈 1원도 지원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공개한 대화녹음내용을 보면,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은 MBC 간부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이 MBC 문제에 대해 보도하게 된 계기가 전원책 변호사의 지시였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한명 국장 주장은 전원책 변호사가 2012년 MBC 김재철 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쓴 직후 이진숙 홍보기획본부장 등 MBC 관계자들을 만났고, 전 변호사가 이후 자신을 불러 MBC 사보를 건네며 “MBC를 좀 맡아라. 네가 전담마크해라” “네가 (MBC를 위해) 싸워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박한명 국장은 MBC 관계자에게 “제가 그때 숙제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한명 국장은 △자유경제원이 발행하는 <2032>이라는 잡지의 특집에 참여하면서 전원책 변호사와 인연을 맺은 사실 △폴리뷰와 자유경제원을 합칠 계획을 세웠으나 실패한 사실 △전원책 당시 자유경제원 원장과 보수진영의 재생산과 여론전을 위한 ‘미디어연맹’을 추진한 사실 등을 언급했다. 그는 “(합병 실패 이후) 자유경제원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고 전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파업할 2012년 당시부터 2014년 초까지 자유경제원 원장을 지냈다.

▲ 전원책 변호사 (이미지=JTBC)

다만 그는 폴리뷰를 지원하는 주체는 ‘전국경제인연합회’라고 밝혔다. 전경련-자유경제원-보수인터넷신문의 관계를 의심할 수 있을 만한 대목이다. 자유경제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자유기업센터로 1996년 설립됐다가 2000년 자유기업원으로 독립했다. 2012년에는 자유경제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자유경제원이 예산의 90% 이상을 전경련에 의존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올 정도로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자유경제원은 사실상 전경련의 위장계열사’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밖에도 박현명 국장은 “(보수인사 중에서) 전 원장님이 제가 알기로는 가장 사고가 깨어 있다”며 MBC 간부들에게 자신과 전원책 변호사를 MBC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추천하기도 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혹시 가능하면 그렇게 된다고 하면 제가 미리 전원책 원장님을 뵙고 공부를 좀 시켜야 드려야 됩니다. (…) 또 제가 생각하는 거랑 또 다른 말씀을 하실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박한명 국장 주장은 요컨대, 전원책 변호사가 폴리뷰를 재정적으로 지원했고, 2012년 전원책-이진숙 회동 이후 전 변호사가 자신에게 MBC 파업 문제에 대해 김재철 당시 사장과 MBC 회사의 입장에서 기사를 쓸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미디어에 관심 없던 자신이 MBC 문제에 집중하고 보수진영의 여론전을 위한 매체전략을 세우기 위한 계기를 마련해준 사람이 전 변호사라는 게 박한명 국장 주장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전원책 변호사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 코미디”라고 부인했다. 전 변호사는 26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나는 폴리뷰에 단돈 1원도 지원한 바 없다. 내가 (여론전을) 진두지휘했다면 박한명을 계속 만나고 보고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맹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나는 김재철에게 밥 한 번 얻어먹은 적이 없고 용돈도 담배 한갑도 받은 적이 없다. 학교 선후배 관계도 아니다. 오히려 나는 김재철 같은 권력자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한명이 김재철과 관련된 글을 계속 쓴 것에 대해 의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이진숙 본부장과 만나 파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사실이지만 박한명 국장에게 기사를 청탁하거나 지시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이진숙 본부장과 우연히 식사를 하게 됐고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박한명을 <2032> 잡지 때문에 1~2달에 한 번씩 얼굴을 보는데 예컨대 ‘이런 이야기 모르느냐’고 말했다. 이미 다 신문에 나온 이야기였다. 내가 지시한 것이 아닌데 박한명이 (MBC에) 과장해서 이야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직접 또는 자유경제원이 폴리뷰와 박한명 국장을 재정적으로 지원했느냐’는 질문에 “내가 원장으로 있는 동안 장부 상 문제를 모두 고쳤다. 단 10원도 외부에 나간 것이 없다. 이것 때문에 보수 쪽에서 욕을 얻어먹었다. (폴리뷰나 박한명 국장에게) 광고비든 단 한푼도 지원한 적이 없다. 폴리뷰에 인터뷰를 해준 적도 없고 글을 쓴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원을 나온 뒤 한 번도 박한명을 본 적이 없다”고도 전했다.

‘보수 재생산과 여론전을 위한 미디어연맹’ 프로젝트에 대해 전원책 변호사는 “건전한 보수성향의 매체를 만들어보자는 계획을 세워 논의한 적이 있다. 박한명 등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했다. 4~5개월 검토하다가 예산 등 여러 사정으로 접었다. 자유경제원이 덩치가 큰 데가 아니고 (매체라는 게) 그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인지 몰랐다. 광고를 앵벌이하고 (기업에) 공갈을 쳐서 만들 생각은 없어서 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원책 변호사는 올해부터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JTBC <썰전>에 출연 중이다. 그는 그러나 “3월 중순께 저와 유시민 장관 둘다 하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유시민 장관이 3월 중순부터 해외에 일정이 있어 하차하는 것으로 안다. 진보진영에서는 유 장관과 말이 잘 통하는데 제가 남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하차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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