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량 해고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해고에 참여했던 백종문 현 MBC미래전략본부장이 “증거없이 해고했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MBC 경영진의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 및 징계에 따른 ‘무효·취소소송’이라는 지난한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로, 언론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6일 낮12시 MBC공대위가 주최한 <공영방송 MBC 장악 음모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는 모처럼 많은 취재진들이 몰렸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해고 당사자 MBC 최승호 PD(현 뉴스타파 앵커)는 “2012년 6월 인사위원회에 불려갔었다”며 “제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설명해줄 줄 알았는데 일언반구도 없었다. ‘할 말 있으면 하고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 26일 MBC공대위가 주최한 '<공영방송 MBC 장악 음모 진상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녹취록의 당사자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가 발언하고 있다ⓒ미디어스

“3년 반 전, 직장질서문란으로 해고…부당해고 드러났는데 MBC 태도 화나”

“인사위에서 ‘저를 불러 (징계하려는)하는 게 얼마나 잘못됐는가’를 이야기하고 나왔다. 그 당시 많은 동료들이 제가 해고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저 자신만 몰랐다. 해고될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정직3개월 정도 나오지 않겠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직장질서문란’이라는 이름으로 해고됐다. 백종문 본부장이 폴리뷰라는 언론매체 국장을 만나 그 상황을 그대로 이실직고 했다. 충분히 예상했던 부당거래가 밝혀진 것인데, 황당하고 화가 나는 것은 MBC가 취하는 모습이다. 사측은 아무런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적인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무시한다. 뉴스타파가 백종문 본부장을 오래 따라붙었지만 자신의 행위에 대해 한 마디 설명하지 않았다. 이런 모습은 결국 외면하고 무시하면 이 사태도 그냥 지나가고 잊힐 거라는 자신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_최승호 PD

또 다른 ‘부당해직자’ 박성제 기자는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이미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은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인사위에 회부됐기에 ‘저 양반들이 날 해고시키려고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MBC녹취록’과 관련해서도 박성제 기자는 “지인들로부터 ‘너 진짜로 억울했구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그래도 회사와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으니 해고했겠지라고 생각했다는 거였다. 개인적으로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3년 반 전 인사위에 들어갔는데 지금은 대전MBC 사장인 이진숙 당시 인사위원이 CCTV 사진 한 장을 내밀며 ‘박성제가 시위를 지휘한 게 아니냐’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회사 앞에서 후배들이 집회를 하고 있는데 고참 조합원들이 집회에 들어가기 뭐하니 멀뚱하게 서 있었는데 거기 찍혀있는 사진이었다. 너무 화가나 이 사진을 가지고 해고의 증거가 되는 건지 설명해달라고 따졌더니, 더 이상 토론하지 말고 나가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해고됐다.…(중략)…MBC녹취록이 폭로됐다고 해서 경영진들이 인정하고 백종문 본부장과 안광한 사장이 사과하고 사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적 발언이라며 뭉개기 작전으로 나오고 있기도 하다”_박성제 기자

박성제 기자는 “우리 두 사람에 대한 부당해고 문제는 비단 우리뿐 아니라 MBC 7명의 해고자 그리고 당시 공정방송을 위해 싸웠던 1000여명의 조합원들, 더 나아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노동탄압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의미를 가진다”며 “그런 차원에서 MBC경영진을 상대로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다. 반드시 부당해고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종문 본부장, 사석 아니다…MBC에서 벌어진 징계 모두 불법”

▲ 26일 MBC공대위가 주최한 '<공영방송 MBC 장악 음모 진상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미디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능희 본부장은 북받쳐 오는 감정을 누르며 발언을 이어갔다. 조능희 본부장은 “백종문 본부장이 있던 저녁식사는 사석이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최승호·박성제 해직자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유 없이 해고된 것”이라면서 “1심과 2심 재판부가 6번이나 파업을 정당했다고 판결해줬다”고 강조했다.

조능희 본부장은 “대법원은 ‘근로자를 몰아내기 위해 고위로 해고한 경우 징계권 남용을 넘어 불법’(대법98더12157)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며 “최승호·박성제 기자 뿐 아니라, MBC에서 벌어진 징계 모두 불법행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MBC는)경영상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는데 ‘근거 없이 해고했던 것’이다. 이는 사법부를 농락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능희 본부장은 “안광한 사장에 ‘본인 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고통을 주는 불법 해고와 위법 징계를 해결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무시하더니 이런 자백이 나왔다”면서 “안광한 사장은 백종문 본부장에 대해 해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밝혔다. 그는 “MBC는 지금 대졸 신입사원을 안 뽑는다”면서 “백종문 본부장은 그와 관련해 ‘지역을 고려해서 경력직을 뽑는다’고 말했다. 이게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청년실업 해소책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MBC는 노동개악의 문제를 뚫고 공정방송을 이룩해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국민여러분,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은 “MBC가 이렇게 망가졌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해고하는 게 말이나 됩니까”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재판에 가면 당연히 질 거라고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고했다. 이건 명백한 범죄행위”라면서 “이 같은 범죄가 공영방송 MBC에서 벌어졌다는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쓴 소리를 던졌다.

김환균 위원장은 “백종문 본부장은 ‘소송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라고 한다”며 “MBC자산이 자신의 쌈짓돈인가. MBC의 재산은 국민의 것이다. 그 돈, 다 돌려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측에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면서 “안광한 사장 그 당시 인사위원장이었다. 책임이 없을리 없다. 백종문 본부장은 자기 입으로 죄를 고백했으니 책임지고 물러나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파업 접고 들어가면 정상화되도록 하겠다고 얘기했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도 약속했었다”며 “그 약속 어디로 갔나. 스스로 기억력이 좋다고 자화자찬하신 분이니 기억 못할 리 없을 것이다. 신뢰의 정치인이라고 이야기했다면, 그 말 지켜라”라고 촉구했다.

“MBC 부당해고, 죄 지은 자들이 벌을 받아야 할 때”

MBC공대위 전규찬 공동대표(언론개혁시민연대)는 MBC녹취록과 관련 “명백한 공작이며 음모”라면서 “MBC는 두 실력 있는 언론인을 자르고 노조를 와해하고 공영방송 MBC를 국영화하겠다는 비상한 음모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녹취록이 공개된 이상 이제는 죄 없는 자들을 밖으로 쳐낸 안에 있는 죄 지은 자들이 벌을 받아야 할 때”라면서 “박성제 기자가 민형사상 책임을 이야기했는데,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박석운 공동대표(민주언론시민연합)는 “백종문 본부장은 ‘우리가 그런 줄 알고 해고했다’고 나온다. 중요한 건 ‘우리’라는 표현”이라면서 “당시 인사위원장이었던 안광한 MBC 사장과 인사위원이었던 권재홍, 이진숙 등의 죄까지 함께 자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공영방송 MBC 장악 음모 진상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마치고 경영센터 건물로 이동하는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의 모습ⓒ미디어스

자유언론실천재단 김종철 이사장은 “그동안 MBC가 청와대 낙하산 사장이 지배해 사유화된 것을 청산하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아무런 결실을 얻을 수 없었다”면서 “이번 결정적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청산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MBC를 즐겨보던 시민으로서 이번 사태가 매우 안타깝다”며 “국민들에게 좋은 보도하는데 앞장서 왔던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였다. 그를 이유로 해고됐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의 문제”라고 연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 해직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는 백종문 본부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건물에 도착했지만 MBC에서 문을 걸어 잠갔다ⓒ미디어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는 ‘MBC녹취록’ 파문과 관련해 백종문 본부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려 이동했다.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려 했지만, MBC는 경영센터 건물의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MBC 관계자는 “위에서 통보받은 게 없어 문을 열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최승호 PD는 백종문 본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녹취록을 통해 ‘부당해고’라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지만 MBC는 그들의 출입을 거부했다. MBC 경영센터로비는 방문객이라면 누구든 출입이 가능한 곳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여전히 허락되지 않는 공간이었다.

▲ 해직 최승호 PD가 백종문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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