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기자협회가 지난 4월 1일 정식 임용된 일베 유저 A 기자를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정식 기자 임용과 동시에 자동가입되는 KBS기자협회에서 평기자를 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S기자협회(협회장 김철민)는 지난달 20일부터 24일까지 전 협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투표에서 A 기자 제명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KBS기자협회는 “일베 활동 경력이 드러난 A 기자가 최근 정식 기자로 임용됐다. 이와 관련해 협회는 해당 기자에 대한 ‘제명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협회원 여러분들의 총투표 방식을 통해 제명 여부를 결정하고자 한다”고 투표 취지를 밝혔다.

투표 결과, A 기자의 제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91.5%였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6.8%였고 모르겠다는 응답은 1.7%였다. A 기자에 대한 수습 해제 조치가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회사의 공식입장에 대해 응답자의 80.6%는 우선 임용을 취소하고 사법부의 판단을 구했어야 한다고 답했다. 10.6%는 임용절차가 적법하다며 회사 의견에 동의했고, 8.9%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KBS 기자들은 또한 현재 정책기획본부 남북교류협력단으로 파견돼 있는 A 기자가 보도본부로 복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타 본부로 파견 조치되어 있는 해당 기자가 추후 보도본부로 돌아와 기자 직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서 명백히 반대한다는 응답이 86.7%였다. 기자직을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응답은 7.8%,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5.8%였다.

보도본부 일부 간부들이 수습기자 교육 기간 중에 일베 기자에 대한 수습평가 점수를 평균 60점 이상으로 부여함으로써 정식 직원 임용의 법적 근거를 제공한 것에 대해서는 적절치 않다는 응답이 83.8%로 압도적이었으며 8.5%는 적절하다고, 8.2%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KBS 기자들은 A 기자 정식 임용에 대한 책임이 가장 큰 사람(복수응답 가능)으로 조대현 사장을 꼽았다. 조대현 사장이 38.2%로 가장 높았고 그 뒤로는 강선규 보도본부장(24.1%), 최재현 사회2부장(19.3%), 박승규 취재주간(9.3%), 정은창 보도국장(4.4%) 순이었다. 이번 투표에는 총 554명 중 293명이 투표해 52.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 KBS기자협회가 실시한 모바일 투표 설문 내용 (그래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노보 165호)

김철민 협회장은 14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기자협회 규약에 따라 협회원 제명 여부는 운영위원회 연석회의에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지난달 13일 연석회의에 A 기자 제명 안건이 올라왔고 당시 (운영위원들은) 만장일치에 가깝게 제명에 찬성했다”며 “그 결과만으로도 의결이 가능하지만 협회원 제명은 중대한 사안이니 협회원들의 총의를 모아 보자는 뜻에서 모바일 투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 기자 제명 관련 투표 결과는 지난달 27일 사내에 공표되었으며, 29일 발행된 <KBS기자협회보> 1면과 12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노보 4면에도 실렸다.

앞서 지난달 8일 열린 <KBS 보도본부 대토론회>에서도 일베 헤비 유저인 A 기자가 정식기자가 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A 기자가 보도라는 공적 영역에 들어올 수 없게 해야 한다. 구성원 합의를 모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아나운서, PD협회와 같이 방송직군으로 돌아오면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혀야 한다”, “(A 기자 임용에 반대한다는) 구체적인 행동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A 기자에 대한 제명 조치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수습사원 평가 제도 개선’, ‘정식 임용 결정한 경영진에 대한 비판’ 등의 요구도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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