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에서 특정 지역 비하, 여성 혐오 댓글을 달고 개인 SNS에도 유사한 글을 남긴 ‘일베 헤비 유저’ A 기자가 오늘(4월 1일)부로 KBS 정사원으로 임용됐다. 남북교류협력단 파견 형태를 띄긴 하나 기자직인 것은 변함없다. (▷ 관련기사 : <KBS 일베 기자, 내부 구성원 반발에도 '입성'>) 이에 KBS 내부 구성원들은 “일베 기자에게 KBS가 면죄부를 줬다”고 질타했고, 조대현 사장에게 A 기자 채용 과정을 전부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4월 1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노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새 노조)는 1일 성명을 내어 “세월호 유가족을 조롱하고 특정지역을 비하하며 여성들을 혐오했던 일베 열성 회원이 공영방송 KBS에 기자로 입사하게 되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막아내지 못했다”며 “수신료를 납부해주시는 국민 여러분들께 머리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새 노조는 “일베 회원이 이제 당당히 KBS 기자로서 공영방송의 가치와 도덕, 상식을 논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KBS 구성원들은 제정신으로 감당할 자신이 없다”며 “일베=KBS 기자, 차라리 오늘 만우절의 해프닝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말했다.

새 노조는 A 기자의 채용과 수습 교육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새 노조는 “며칠 전 A 기자 채용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내용이었다”며 현재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대현 사장과 강선규 보도본부장, 류삼우 인력관리실장은 일베 기자 채용과정이 정말 정상적이었는지, 문제는 없었는지 즉각 해명하라”며 A 기자 채용 전 과정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새 노조는 KBS기자협회 등 11개 협회의 문제제기로 다른 수습기자들과 달리 경찰 사건기자를 거치지 않고 내근만 했던 A 기자가 문제없이 수습 평가를 통과한 점도 지적했다.

새 노조는 “경찰 사건기자도 제대로 하지 않고 사회부장 옆에서 전화나 받고 기사 베끼기 연습만 하던 일베 수습기자는 4월 1일부로 정식 KBS 기자로 임용됐다. KBS는 일베 기자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라며 “내근만 한 수습에게 후한 점수를 준 보도본부 수뇌부는 제정신인가”라고 반문했다.

새 노조는 “조대현 사장과 KBS 경영진이 무슨 생각으로 일베 기자에게 KBS 배지를 달아주었는지 모르겠지만 향후 벌어질 불행한 사태와 파국에 대해서 그 모든 책임은 조대현 사장과 KBS경영진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경고했다.

“망연자실”… 조대현 사장 연임 반대 운동 목소리도

A 기자 임용 취소 및 채용 과정 개선을 요구하며 서명을 받고 기자회견을 열었던 KBS 11개 협회 가운데 하나인 KBS PD협회의 안주식 협회장은 같은 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A 기자 임용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의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안주식 협회장은 “(A 기자는)보도본부가 아닌 곳에 파견 형식으로 가 있을 뿐이지 정식 기자임은 전혀 변함이 없다”며 “각 직종 협회들은 처음부터 ‘정식 임용은 절대 안 된다. 최소한 1년의 수습기간을 연장하는 대기발령 조처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정식기자로 발령받게 돼 굉장히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A 기자는 생리휴가를 쓰려면 여성 상사에게 사용 당일 착용한 생리대를 제출하거나 사진자료를 남겨서 감사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여성들은 공연음란죄로 처벌해야 한다 등 특히 여성비하적인 내용의 글을 올려 사내 여성 구성원들의 반발이 높았다.

안주식 협회장은 “(A 기자가) 일베에서 반공개적인 활동을 하면서 썼던 글들은 차마 방송으로는 말씀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여성비하적이고 지역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언어였다”며 “이런 내용을 살펴봤을 때 KBS 직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게 저희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한 안주식 협회장은 “‘수습기간 동안의 평점 점수가 현저히 낮거나 공사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직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거나 이런 사례가 발견될 경우에는 임용을 취소할 수 있다, 수습기간을 연장하거나 임용을 취소할 수 있다라는 인사 규정이 있다. 그걸 감안해 임용을 충분히 취소할 수 있는데, 회사에서 그런 기준이 없었다고 하는 게 저희들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주식 협회장은 “일베에서 이런 여성비하적인 활동을 할 정도의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통과가 되고, 나머지 수많은 친구들은 떨어뜨리게 되는 일이 벌어졌는지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조대현 사장 연임 반대 운동도 펼쳐야 하지 않느냐 하는 의견들이 협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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