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미디어스)
올해 1월 1일자로 KBS에 입사한 A 기자가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와 자신의 SNS에 특정 지역 비하, 고 노무현 대통령 등 고인 비하, 여성 혐오 글을 많이 올린 헤비 유저였다는 사실이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의 보도로 지난달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KBS는 공식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KBS 내부에 ‘제보자 색출’에 더 초점을 맞추는 움직임이 나타나 내부 비판이 나오고 있다.

3일 현재, KBS는 A 기자와 관련한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OJT 교육 중인 A 기자는 다른 동료기자들처럼 라인(수습기자들이 경찰서를 돌며 취재하는 '사쓰마와리'를 할 때에 나눠받는 구역을 말한다. 종로라인, 마포라인, 강남라인 등이 있다) 배정을 받지 않고 내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실 내부 감사가 끝났고 최종 방침을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는 말도 있으나 아직 추측도 수준이다. 그러는 사이 한 보도국 간부가 법적 검토 의사를 밝히는 등 ‘A 기자 사안을 외부에 유출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더 집중하는 듯한 모습이 보여 내부 반발이 나오고 있다.

앞서 '구노조'라고 불리는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 이하 KBS노조)은 ‘기사화 과정’에 특정세력의 개입이 존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KBS노조는 지난달 16일 성명에서 A 기자의 언행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하면서도, A 기자가 KBS노조 가입 의사를 굳혔다고 밝혔던 점을 들어 “굳이 외부에 알리기 전에 내부적으로 충분히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절차도 무시됐다”며 “특정세력이 처음부터 치밀한 계획 하에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고서야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채용과정에서 거르지 못한 문제를 자체 정화 기능을 통해 걸러내는 과정”

KBS여기자회는 지난달 27일 성명을 내어 ‘제보자 색출’에 연연하는 일부의 움직임을 지적했다. KBS여기자회는 “이번 사안은 여성의 문제이기 이전에 기자로서의 자질 문제라고 판단했다. 굳이 여기자들이 나서서 그의 문제적 여성관을 논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함께 쌓아온 신뢰와 지성을 바탕으로 이번 일을 슬기롭고 냉철하게 해결할 것이라고 믿었다”며 “하지만 이번 사태가 흘러가는 양상을 지켜보면서 우리 여기자들은 고통스럽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KBS에는 과연 상식과 지성이란 것이 존재하는가”라고 말했다.

KBS여기자회는 “KBS와 보도본부 수뇌부에 묻는다. 어영부영 눈치 보기로 일관하다가 끝내 이 수습 직원을 기자로 인정하려는 것인가”라며 “우리에게는 ‘공정하고 신뢰받는 KBS 뉴스’라는 하나의 프로그램, 하나의 가치만이 존재한다. 이 한 사람으로 인해 ‘KBS 뉴스’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은가? 정녕 시청자들의 지탄이 두렵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KBS여기자회는 “KBS 뉴스가 받을 심대한 타격은 모른 척 한 채, 이 문제가 불거진 과정을 문제 삼으려는 이들에게 묻는다. 동의 받지 않은 조사가 ‘불법’이라면 KBS 기자들의 취재 행위는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어디서부터가 불법이란 말인가”라며 “외부 제보가 ‘불순 행위’라며 징계한다면 앞으로 KBS 기자들은 어떻게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제보는 보호될 것이라고 취재원을 설득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KBS여기자회는 “이번 사안의 본질이 무엇인가? 시청자들의 신뢰, 공영방송의 책무, 여사우 들의 인권…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체 무엇인가”라며 “이번 사안은 절대 정치적 좌우 논리로 볼 문제가 아니다. 채용과정에서 거르지 못한 문제를 자체 정화 기능을 통해 걸러내는 과정일 뿐이다. KBS 뉴스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기자들의 노력과 시청자를 향한 피맺힌 충심을 웃음거리로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KBS여성협회도 27일 낸 성명에서 “생리휴가는 사용 당일 착용한 생리대를 직장 여자상사 또는 생리휴가감사위원회(가칭)에 제출하고 사진자료를 남기면 된다” 등 A 기자가 쓴 것으로 알려진 글을 거론하며 “공영방송 KBS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마음과 정신은 사회의 정의를 얘기하고 인류의 도덕적 가치관을 전파하기 위해서 부끄럽지 않은 마음과 정신일 것이다. 위 글을 쓴 마음과 정신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KBS여성협회는 “여성을 성적 도구, 농락의 대상으로 보고,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훼손하고 건강한 사회적 유대관계의 중요성을 망각한 사람이 정의를 얘기하고 인권을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회사에는 ‘공영방송 KBS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올바른 선택은 무엇인지 결단을 내릴 것’을, 해당 기자에게는 ‘진정한 자기 성찰을 통해 양심적 선택을 해 KBS 자존심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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