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KBS 직원으로 정식 임용된 일베 헤비 유저 A 기자가 “공영방송인으로서 필요한 잣대를 그 누구보다도 엄중하게 스스로에게 들이대며, 철저히 끊임없이 성찰하며 살겠다”고 사과했다.

▲ (사진=미디어스)

A 기자는 13일 오전, KBS 구성원들이 전부 볼 수 있는 사내 게시판에 <사죄의 말씀 올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A 기자는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 헤비 유저인 것이 드러난 이후, 내부 협회의 문제제기로 경찰기자 생활을 하지 못한 채 내근을 하다, 지난 1일 인사발령으로 인해 현재 보도본부 부서가 아닌 남북교류협력단에서 파견 근무 중이다. (▷ 관련기사 : <KBS 일베 기자, 내부 구성원 반발에도 '입성'>)

A 기자는 논란이 됐던 2월 중순경부터 하루하루가 무섭고 두려웠다고 고백하며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도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한 마디 없이 숨기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해 글을 적게 됐다”고 밝혔다.

A 기자는 “기사가 난 당일부터 이미 인터넷 상에 신상이 유포됐고, 회사를 나가는 것은 제 인생의 마침표를 스스로 찍어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참담함 속에서 그저 회사의 처분을 기다리며 지냈다”며 “회사 결정은 갱생의 기회를 주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과거 일부 글들로 저를 판단하지 않고 변화 가능성과 기타 여러 상황을 봐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 기자는 자신이 일베 사이트에 올린 글과 댓글을 ‘제 안의 어두운 모습이 표출된 것’, ‘제 배설’ 등으로 표현하며 “극단을 오갔던 과거 배설들에 제 본심이 담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시기를 그저 간곡히 바랄 뿐이다. 혹은 제 본심이 일부라도 들어가 있던 글이나 댓글은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처절히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A 기자는 “어떠한 사죄의 글로도 제 과오를 씻을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제가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진정 새 사람으로 거듭날 준비가 돼 있고, 염려하시는 것과는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드릴 기회를 얻고자 함이다”라며 “공영방송인으로서 필요한 잣대를 그 누구보다도 엄중하게 스스로에게 들이대며, 철저히, 끊임없이 성찰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디 앞으로의 제가 어떻게 해 나가는지를 한번만 믿고 지켜봐 주시고 새 사람으로 거듭날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제가 조금이라도 엇나가는지를 매섭게 봐주시고, 만일 그렇다면 그 즉시 엄벌에 처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A 기자의 사과에 대해 KBS 기자들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한 기자는 “구구절절하긴 하지만 사죄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다른 기자는 “글은 그 사람을 반영한다. (일베에 쓴) 글이 한순간의 극단적인 배설이 아니고 본인의 모습이었는지 조용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기사가 난 당일부터 이미 인터넷 상에 신상이 유포됐고, 회사를 나가는 것은 제 인생의 마침표를 스스로 찍어야 하는 것으로 보였다’는 부분을 언급하며 “일베에 어떤 글을 썼는지 세상에 알려지면 어느 회사에서도 취업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한 것 아니겠나. 어느 회사에서도 안 받아주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왜 A 기자는 KBS에 남아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반문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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